LocalMay 11, 2018

국산 맥주보리의 재도약

국산 맥주보리의 재도약 이미지 맥주보리

국산 맥주보리의 재도약

Domestic 2-row barley- the next leap

크래프트 맥주 산업은 지역성(로컬)과 맞닿아 있다. 미국, 영국 등지의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은 해당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통해 맥주의 개성과 정체성을 찾는 경우가 많다. 특히 크래프트 맥주 재료와 지역성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홉과 보리, 밀 등 재료를 가까운 곳에서 조달하거나 직접 농장에서 재배해서 사용하고 지역 특산 과일, 향신료 등을 맥주에 활용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스코틀랜드 브루어리 에이트디그리즈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만든 오크통에 맥주를 숙성해 지역색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지역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낮은 재료 가격으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 맥주와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웃들과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 이런 지역성은 맥주에 이야기의 숨결을 불어넣어준다.
국내에도 복분자, 오미자 등과 같은 지역 특산 재료를 사용하는 맥주가 출시되고 홉을 재배하는 브루어리도 있다. 하지만 물을 제외하고 맥주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인 보리나 보리에 싹을 틔워 말린 맥아(몰트)의 경우 90% 이상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사라진 국산 맥주보리

No more domestic 2-row barley

현재 대형 맥주회사를 비롯해 국내 브루어리들은 맥주보리나 맥아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 보리 사용 비중이 25% 정도 유지됐다. 2007년 국내 맥주보리 재배면적은 2만1814ha에 생산량은 8만7074톤에 이르렀다. 그러나 2012년에는 3748ha로 재배면적이 5년만에 6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렇게 국산 맥주보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한·미,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수입산과 가격 경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맥주 회사의 수매

가 줄어든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국내 맥주보리는 맥주회사에서 농협을 통해 지역별로 계약 재배한 후 전량 수매하는 형태인데 2007년부터 일반보리의 정부 수매 중단 정책이 시작되면서 맥주회사의 맥주보리에 대한 계약 물량과 가격도 덩달아 하락했다. 이는 맥주보리와 맥아의 수입량이 단기간에 급증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2010년 1만2750톤 수입됐던 맥주보리는 2014년 4만5464톤이 수입돼 256.6%이 늘어났다. 수입액으로는 412.3%(300.1만 달러→1,537.5만 달러) 폭증했다.

광맥·흑호·백호·이안… 신품종 개발

Gwangmac, Heukho, Baekho, Ian… New variety of barley

이렇게 차츰 설 자리를 잃어가던 국산 맥주보리가 최근 조금씩 생기를 찾고 있다. 신품종들이 개발돼 계약재배가 진행되고 이를 맥아화해 사용하는 브루어리도 생겼다. 농촌진흥청은 ‘광맥’ ‘흑호’ ‘백호’ ‘이안’ ‘다이안’ 등 맥주보리를 잇달아 개발했다. 광맥은 저온에서의 적응성이 강화됐고 백호는 흰가루병 등에 강하고 발아율이 높다. 또 항산화 성분이 높아진 흑호, 쓰러짐에 강한 다이안 등도 시험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농촌 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이들 맥주보리는 단백질 함량, 발아율, 맥아 수율 등의 측면에서 수입산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국산 맥주보리의 재배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맥주보리 재배면적은 2012년 바닥을 찍고 올라왔다. 농협의 맥주보리 계약단가 인상과 계약재배 증가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도, 전북 고창, 전북 김제 등에서 정부 주도로 재배되고 있고 전북 부안의 청담농장 등에서도 광맥, 이안, 다이안, 흑호 등이 재배됐다. 이와 함께 제주 제스피는 100% 국산 맥주보리로만 양조를 한다. 제스피의 라거와 페일 에일은 제주도 한경면 조수리에서 재배하는 백호 보리로 만들어진다. 특히 자체적으로 보리의 맥아화를 진행하고 있다.

제스피 측은 “베이스 몰트를 만드는 기술뿐 아니라 몰트 로스팅(스페셜 몰트 제조) 기술까지 확보한 상태”라며 “소규모 맥주 제조장에서 맥아 제조 시설을 구축한 것은 최초이다 보니 경험과 기술력이 다소 부족했지만 현재는 많은 개선과 노력을 통해 양질의 맥아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호 보리 맥아의 경우 수분, 지방,단백질, 탄수화물, 회분은 국산과 수입산이 유사한 수준을 보인다.

당화력은 수입 맥아가 다소 높지만 최종 발효도에서는 제주산 맥아가 높게 나오는 등 맥주 양조 상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제스피는 설명했다. 전북 고창 드림카운티에서는 국산 보리와 쌀을 활용해서 만든 맥주를 생산해 농협목우촌이 운영하는 국내산 축산물 전문식당 헌터스문에 공급하고 있다.

국산 맥주보리의 기회

Opportunity for domestic 2-row barley

국산 맥주보리에 회생의 기운이 돌고 있지만 아직까지 여러 장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큰 것은 가격이다. 수입산 몰트 가격이 1kg당 1000원 이하인 것에 비해 국산 맥아 가격은 3500원으로 책정돼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브루어리에서 국산 맥아를 전면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인 것이다. 하지만 보리 농가에서는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역에서 재배하는 재료를 일정 비율 이상 넣어 만든 술에는 전통주와 같은 세제 혜택(주세 50% 경감)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6월 입법예고를 거쳐 현재 논의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청담농장 박상훈 대표는 “이 법이 통과돼 맥주가 지역특산주가 될 수 있다면 국산과 수입산의 가격 차이를 세금 부분에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기대를 갖고 보리 재배 면적을 늘려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맥주보리의 재도약 이미지 맥주보리

국산 맥주보리의 재도약

Domestic 2-row barley- the next leap

크래프트 맥주 산업은 지역성(로컬)과 맞닿아 있다. 미국, 영국 등지의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은 해당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통해 맥주의 개성과 정체성을 찾는 경우가 많다. 특히 크래프트 맥주 재료와 지역성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홉과 보리, 밀 등 재료를 가까운 곳에서 조달하거나 직접 농장에서 재배해서 사용하고 지역 특산 과일, 향신료 등을 맥주에 활용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스코틀랜드 브루어리 에이트디그리즈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만든 오크통에 맥주를 숙성해 지역색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지역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낮은 재료 가격으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 맥주와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웃들과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 이런 지역성은 맥주에 이야기의 숨결을 불어넣어준다.
국내에도 복분자, 오미자 등과 같은 지역 특산 재료를 사용하는 맥주가 출시되고 홉을 재배하는 브루어리도 있다. 하지만 물을 제외하고 맥주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인 보리나 보리에 싹을 틔워 말린 맥아(몰트)의 경우 90% 이상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사라진 국산 맥주보리

No more domestic 2-row barley

현재 대형 맥주회사를 비롯해 국내 브루어리들은 맥주보리나 맥아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 보리 사용 비중이 25% 정도 유지됐다. 2007년 국내 맥주보리 재배면적은 2만1814ha에 생산량은 8만7074톤에 이르렀다. 그러나 2012년에는 3748ha로 재배면적이 5년만에 6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렇게 국산 맥주보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한·미,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수입산과 가격 경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맥주 회사의 수매가 줄어든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국내 맥주보리는 맥주회사에서 농협을 통해 지역별로 계약 재배한 후 전량 수매하는 형태인데 2007년부터 일반보리의 정부 수매 중단 정책이 시작되면서 맥주회사의 맥주보리에 대한 계약 물량과 가격도 덩달아 하락

했다. 이는 맥주보리와 맥아의 수입량이 단기간에 급증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2010년 1만2750톤 수입됐던 맥주보리는 2014년 4만5464톤이 수입돼 256.6%이 늘어났다. 수입액으로는 412.3%(300.1만 달러→1,537.5만 달러) 폭증했다.



광맥·흑호·백호·이안… 신품종 개발

Gwangmac, Heukho, Baekho,
Ian… New variety of barley

이렇게 차츰 설 자리를 잃어가던 국산 맥주보리가 최근 조금씩 생기를 찾고 있다. 신품종들이 개발돼 계약재배가 진행되고 이를 맥아화해 사용하는 브루어리도 생겼다. 농촌진흥청은 ‘광맥’ ‘흑호’ ‘백호’ ‘이안’ ‘다이안’ 등 맥주보리를 잇달아 개발했다. 광맥은 저온에서의 적응성이 강화됐고 백호는 흰가루병 등에 강하고 발아율이 높다. 또 항산화 성분이 높아진 흑호, 쓰러짐에 강한 다이안 등도 시험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농촌 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이들 맥주보리는 단백질 함량, 발아율, 맥아 수율 등의 측면에서 수입산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국산 맥주보리의 재배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맥주보리 재배면적은 2012년 바닥을 찍고 올라왔다. 농협의 맥주보리 계약단가 인상과 계약재배 증가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도, 전북 고창, 전북 김제 등에서 정부 주도로 재배되고 있고 전북 부안의 청담농장 등에서도 광맥, 이안, 다이안, 흑호 등이 재배됐다. 이와 함께 제주 제스피는 100% 국산 맥주보리로만 양조를 한다. 제스피의 라거와 페일 에일은 제주도 한경면 조수리에서 재배하는 백호 보리로 만들어진다. 특히 자체적으로 보리의 맥아화를 진행하고 있다.


제스피 측은 “베이스 몰트를 만드는 기술뿐 아니라 몰트 로스팅(스페셜 몰트 제조) 기술까지 확보한 상태”라며 “소규모 맥주 제조장에서 맥아 제조 시설을 구축한 것은 최초이다 보니 경험과 기술력이

다소 부족했지만 현재는 많은 개선과 노력을 통해 양질의 맥아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호 보리 맥아의 경우 수분, 지방,단백질, 탄수화물, 회분은 국산과 수입산이 유사한 수준을 보인다. 당화력은 수입 맥아가 다소 높지만 최종 발효도에서는 제주산 맥아가 높게 나오는 등 맥주 양조 상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제스피는 설명했다. 전북 고창 드림카운티에서는 국산 보리와 쌀을 활용해서 만든 맥주를 생산해 농협목우촌이 운영하는 국내산 축산물 전문식당 헌터스문에 공급하고 있다.

국산 맥주보리의 기회

Opportunity for domestic 2-row barley

국산 맥주보리에 회생의 기운이 돌고 있지만 아직까지 여러 장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큰 것은 가격이다. 수입산 몰트 가격이 1kg당 1000원 이하인 것에 비해 국산 맥아 가격은 3500원으로 책정돼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브루어리에서 국산 맥아를 전면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인 것이다. 하지만 보리 농가에서는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역에서 재배하는 재료를 일정 비율 이상 넣어 만든 술에는 전통주와 같은 세제 혜택(주세 50% 경감)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6월 입법예고를 거쳐 현재 논의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청담농장 박상훈 대표는 “이 법이 통과돼 맥주가 지역특산주가 될 수 있다면 국산과 수입산의 가격 차이를 세금 부분에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기대를 갖고 보리 재배 면적을 늘려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DITOR 황지혜
TRANSLATOR 김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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