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맥알못으로 남을 것인가! 이제는 맥주를 공부할 때
“굳이 맥주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나? 그저 톡 쏘는 맛으로 마시고 취하면 그만이지.”
라거니, 에일이니 매번 들어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마실 때마다 따져봤자 머리만 아프다. 죄다 외국어인 맥주 이름은 맥주 종류를 나타내는지 브랜드명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성의껏 공부해봤자 카스, 하이트에 길든 사람들 앞에서 이것저것 아는 척하기도 애매하다. 맥주를 탐구하는 것보다 최적의 소맥 비율을 전수하거나 맥주 거품을 일으키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익히는 게 사회생활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많은 사람이 할 법한 생각이다. 그러나 맥주에 눈을 뜨면 삶이 다채로워진다. 깊이 공부해서 그럴듯한 자격증까지 딸 필요는 없다. 맥주의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 사항을 아는 것만으로 인생이 고양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맥주 맛집이 생긴다
맥주 교육을 받는 것은 미식을 향한 첫걸음이다. 맥주는 어떤 것을 골라서 어떻게 즐기느냐에 따라 만족감에 큰 차이가 나는 기호식품이다. 맥주를 안다는 것은 맥주를 통한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기본적으로 맥주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지식이 필요한 일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맥주만 해도 1000종이 훌쩍 넘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 브루어리가 새로 문을 열고 전 세계에서 신제품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중에서 취향에 맞으면서 몰트와 홉의 밸런스가 잘 이뤄져 있고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관리가 철저히 된 맥주를 찾아내기 위해서 맥주 스타일별 특징, 적절한 보관 방법 등을 알 필요가 있다. 또 고른 맥주를 어떤 온도에 보관해 어떤 모양의 잔에 따라서 먹느냐에 따라 맥주의 풍미는 하늘과 땅을 오간다. 원칙을 안다면 가벼운 맥주는 2~3℃ 정도로 마셔 탄산감과 상쾌함을 극대화하고 풍미가 진한 맥주는 10℃ 정도로 온도를 올려 맛과 향을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각각의 맥주가 어떤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지 알고 이를 고려해서 먹는다면, 맛집에 줄 서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나만의 특별한 맥주 맛집을 만들 수 있다. 음식과 맥주의 강도를 맞추는 원칙이나 음식과 맥주의 색상으로 맞추는 페어링 원칙을 이해하고 있다면 한 병의 맥주를 마시더라도 특별하게 즐길 수 있다. 괴즈와 회를 페어링한다든지, 스타우트와 간장으로 양념한 음식을 매치하는 것만으로 맥주와 음식은 큰 시너지를 낸다.
맥주 교육을 받으면 맛없는 것을 걸러낼 능력도 갖추게 된다. 유통과정에서 빛이나 잘못된 보관 온도 때문에 맛이 변질된 맥주에서는 만들어진 당시와 달리 불쾌한 맛과 냄새가 난다. 이런 맥주는 성분이 변질됐기 때문에 건강에 좋을 리도 만무하다 나아가 맥주를 만드는 법을 배운다면 또 다른 기쁨을 만날 수 있다. 나만의 맥주를 디자인해 원하는 맛을 완성하는 경험은 창작의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어떤 유명 셰프도 부럽지 않다. 또 여행을 다니면서 새로운 맥주를 마셔보고 지역의 특성과 문화 등을 연계해 즐기는 것은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맥주 비즈니스맨에게 필수
맥주 교육은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선택 사항이지만 맥주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에게는 필수다. 소비자에게 맥주를 직접 판매하는 업장에서는 좋은 맥주를 골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제공하기 위해 맥주를 알아야 한다. 맥주 라인관리, 잔 관리, 서브 온도 등에 대해서 숙지해야 한다. 또 맥주 푸드 페어링을 배워야 특별한 메뉴로 소비자들을 유혹할 수 있다.
도매사나 수입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관심을 끌 만한 맥주를 소싱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유통을 하기 위해 맥주 교육의 기회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비어포스트가 신설한 맥주 비즈니스 전문가 과정인 비어가이드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자격증까지 취득할 수 있다. 수수보리아카데미에는 맥주와 함께 전통주 교육 과정도 마련돼 있다.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되멘스 비어소믈리에 한국어 과정을 수료하는 방법도 있다.
코스로 구성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회성으로 열리는 교육을 통해서도 맥주의 기본사항을 배울 수 있다.
맥주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기본적으로 맥주의 역사와 재료, 스타일, 제조 및 관리 방법, 서브 요령, 잘못된 맥주(오프 플레이버) 가리기, 음식과의 조화(푸드 페어링) 등을 다룬다. 교육 대상이나 시간에 따라 브루잉이나 페어링, 테이스팅 실습, 양조장 투어 등이 포함되기도 한다.
맥주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온라인 자료나 책 등을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프 플레이버 실습, 테이스팅 실습 등은 재료 준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개인적으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또 맥주 교육을 통하면 실제로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 생생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학습과 차이가 있다.
같은 맥주를 두고도 즐기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또 같은 맥주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맥주를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 고객의 만족도를 얼마나 올리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누구보다 더 신명 나게 즐기고 싶다면, 남들과 다르게 맥주 비즈니스를 이끌고 싶다면 맥주 교육의 문을 두드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