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맥주 팝업스토어 '카브루 포레스트' & 플레이그라운드 '플그슈퍼'
크래프트 맥주를 양조하는 소규모 브루어리들은 자본과 인력의 현실적 문제로 대기업보다 마케팅에 큰 공을 들이기가 어렵다. 그래서 자사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SNS를 활용하거나, 대중의 관심을 끄는 각종 맥주 축제 혹은 박람회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홍보 방법은 TV 광고나 다른 오프라인 매체를 이용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유효하다. 하지만 이런 방법만으로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다양하게 형성하기 어려워 효과적인 브랜딩을 할 수 없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마트나 편의점에 유통되지 않는 소규모 양조장의 맥주 종류를 한자리에서 맛보려면 해당 브루어리나 직영 펍을 찾아가야만 한다. 많은 소비자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맥주 축제에 참가하더라도 수많은 브루어리가 한자리에 모인 축제에서 뚜렷한 개성을 보여 효과적인 브랜딩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카브루와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고 소비자들에게 더욱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합정동과 홍대입구에 각각 열었다. 팝업스토어는 기존의 브루어리 팬뿐만 아니라 크래프트 맥주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일반 소비자도 경험할 수 있으므로 신규 소비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취재를 위해 두 브루어리의 팝업스토어를 방문하고 실무자와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며, 팝업스토어 진행 과정과 두 브루어리의 향후 마케팅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샛노란 전구와 캠핑 의자로 꾸며진 도심 속 작은 숲으로 들어오니 구미호 머리띠를 쓴 직원들이반겨준다. 6월 5일부터 6월 16일까지 합정동 허밍벨라에서는 카브루를 상징하는 동물 구미호를 메인으로 한 카브루 포레스트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단순히 카브루의 맥주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무료로 타로를 봐주는 구미호 점술소, 구미호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행사 등이 더해져 손님들의 흥미를 톡톡히 유발했다. 카브루 팝업스토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카브루 마케팅팀 나영수 부장에게 들어봤다.
팝업스토어를 왜 하게 되었나요?
저희는 팝업스토어(6/5~16), 페스티벌(6/15~16), 디지털 콘텐츠(6/14~7월 말 예정), 비치 팝업(7월 예정) 총 4가지를 ‘카브루 데뷔 캠페인’으로 진행 중입니다. 팝업스토어는 카브루의 전체 캠페인 중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직은 소비자들에게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는 카브루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알릴 것인지를 고민했고, 애칭 전략(pet name strategy, 예를 들면 마약배게 등)을 통해 ‘구미호 맥주 = 카브루’라는 인식을 쉽게 받아들이고 인지하게 하는 것이 유효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단지 카브루의 맥주를 소비자들에게 맛보이겠다는 목표보다는, 우리 브랜드와 함께 고객들이 놀 수 있는 곳,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을 열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콘셉트 중에서도 도심 속 숲, 카브루 포레스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애칭 전략(pet name strategy)에 따라 ‘구미호 맥주 = 카브루’가 고객들을 초청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고민하게 되었고, 상상 속의 동물인 구미호가 사는 곳을 구현해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했습니다.
어쨌든 구미호는 여우이기 때문에 숲에 살 것이라 여겼고, 그 숲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모습이 아니라 더 밝고 경쾌한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푸른 녹음이 있는 숲에 카브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색상인 노란색을 적절하게 조화하여 구미호 숲, 즉 ‘카브루 포레스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도심 속 숲이라는 콘셉트가 고객들의 마음을 쉽게 열어줄수 있으며, 우리 브랜드를 경험하는 데 있어 강제성이 적겠다는 생각 또한 했습니다.
팝업스토어 운영 시기나 기간에 이유가 있다면?
말 그대로 ‘팝업’이기 때문에, 팝업스토어로서의 역할만을 다 해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맥주 성수기인 6월 초에 진행하여 6월 15~16일 ‘카브루 페스티벌’로 캠페인의 하이라이트를 찍고난 뒤 함께 종료하는 것이 팝업의 역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팝업스토어는 그 자체로도 역할을 하지만, 전체 캠페인 중 디지털 콘텐츠(브랜드 필름)가 시작됨을 알리고 브랜드의 관심을 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 역할을 다한다면 팝업스토어는 종료하는 것이 맞다 판단했습니다. 많은 고객, 관계자, 임직원 분들이 12일 간만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것을 아쉬워하셨지만 팝업스토어의 역할이 이슈를 끌고 아쉬움을 남게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앞으로 카브루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싶은 브랜드 이미지가 있나요?
올해 초 카브루의 브랜드 슬로건을 ‘Break Your Routine’으로 결정했습니다. 기존의 슬로건이었던 ‘Creative Craft Beer Company’는 브랜드 슬로건이라기보다는 어떤 회사인지 알려주는 성격이 더 짙었습니다. 하나의 브랜드로서 데뷔하고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회사인지 보다는 카브루 브랜드를 통해 내가, 즉 소비자가 얻는 가치를 드러내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카브루의 기업 핵심 가치인 creative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삼았습니다. 앞으로 카브루는 소비자들에게 ‘일상의 지루함을 날려주는 브랜드’의 이미지로 인식되고자 합니다.
크래프트 맥주 마케팅과 대기업 주류마케팅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마케팅 담당자 또는 임직원들이 각자의 브랜드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들은 대기업 맥주와의 차별에만 초점을 맞춰 ‘크래프트 맥주다움’을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나 대기업 주류 브랜드나 주류업계에서 얘기하는 카테고리의 규명일 뿐 결국에는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해야 그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카브루는 앞으로 하나의 브랜드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고 소비자들에게 인식될 수 있도록 브랜드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카브루뿐만 아니라 타 크래프트 맥주 회사 또한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홍대에 있는 라이즈호텔에서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팝업스토어인 ‘플그슈퍼’가 7월 7일까지 열린다. 이곳에서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맥주를 드래프트뿐만 아니라 캔맥주로도 판매하고 있어 원하는 맥주를 테이크아웃할 수도 있다. 슈퍼마켓 콘셉트에 맞게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즉석식품과 가볍게 집어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들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는 점도 이 공간의 큰 매력점이다. 취재차 방문한 시간에도 외국인을 비롯한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끊임없이 방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진짜 슈퍼마켓인 줄 알고 들어온 손님들이 대다수였다. 호기심 많은 눈으로 둘러보던 손님들은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맥주에 관한 설명을 듣고 이내 캔맥주를 바구니에 담았다. 플그슈퍼가 탄생한 배경부터 현황까지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브랜드 매니지먼트팀 원현선 팀장을 통해 들어봤다.
팝업스토어를 왜 하게 되었나요?
예전보다 크래프트 비어가 국내에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찾아서 마셔야하는 상황이 많잖아요.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이 크래프트 비어를 편하게 즐길 수 있게, 그리고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맥주를 오가며 편하게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슈퍼 컨셉을 잡은 이유가 있을까요?
슈퍼마켓 혹은 편의점은 최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해요. 지나가는 길에 편하게 들러서 재미있는 간식들을 구경하고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죠. ‘편퇴족(편의점으로 퇴근하는 사람들)’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편의점과 슈퍼마켓은 단순히 물건을 팔고 사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저희 팝업스토어도 지나가는 길에, 혹은 퇴근길에 편하게 들러서 맥주 한 잔 가볍게 마시며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공간을 통해 고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는 맛있는 맥주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은 브랜드입니다. 이에 맞게 팝업스토어에서 맛있는 맥주는 물론, 색다른 공간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주고자 했어요. 편의점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맥주를 판매하는 펍이라거나, 맥주를 마시러 왔는데 슈퍼마켓에서 쇼핑하듯 장바구니에 안주를 담는다거나, 벽과 테이블 그리고 의자가 모두 우유 박스로 만들어졌다거나 하는 의외성에서 오는 즐거움이죠
팝업스토어 운영 시기나 기간에 이유가 있다면?
아무래도 맥주가 여름에 잘 어울리는 주류이다 보니 날이 따뜻할 때 진행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한여름에 진행하면 너무 더울 수 있으니,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선선한 5~6월에 진행하는 것으로 했죠. 또 플그슈퍼 팝업스토어는 5월 3일부터 7월 7일까지 2개월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운영합니다. 팝업스토어가 가지고 있는 희소성은 유지하면서도,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라는 브랜드를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적당한 기간이 2달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기획단계에서 예상했던 주 소비층과 연령대와 실제 손님층이 일치하나요?
외국인 투숙 비율이 높은 호텔 1층에 위치한 팝업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많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홍대입구 자체가 관광 스팟으로 인기가 높아서 외국인 고객의 방문이 예상보다도 훨씬 많았습니다. 처음부터 외국인을 겨냥해서 장소를 선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외국 고객들이 저희 팝업스토어를 통해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를 경험하고 맛있게 즐겨주시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습니다. 팝업스토어 기획 단계에서는 아무래도 홍대입구의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20대 초반 고객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요. 실제 고객들은 20대 초반도 많지만 20대부터 50대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팝업스토어가 마케팅의 측면에서 어떤 효과가 있다고 보는지?
우선 저희 브랜드를 아예 모르던 분들이 팝업스토어를 통해 저희 브랜드를 알게 되고 저희 맥주를 접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정량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팝업스토어에 있다 보면 무슨 매장인지 궁금해서 들어온 후 맥주와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맥주를 즐기다 가시는 고객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팝업스토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를 알게 된 케이스죠. 또한 기존에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를 알고 계시던 분들도 팝업스토어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슈퍼마켓이라는 컨셉과 우유 박스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맥주를 마시는 것 자체가 기존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들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팝업스토어는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 수단 중 하나일 뿐, 성공적인 브랜딩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고객들의 머릿속에 브랜드에 대한 첫인상이 긍정적으로 남거나 크래프트 맥주를 모르던 사람이 그에 빠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 브랜드에 향후 미치게 될 가치는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다양한 맥주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종량세의 시행으로 인해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의 수는 앞으로도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점점 늘어나는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브랜드를 심어주고 제품 구매 의사결정을 단순화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각 브루어리가 자사의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은 주류시장 속에서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를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시점이지만 그것을 넘어 각 브루어리가 소비자와 감성적인 유대감을 쌓아나간다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전체적인 성장도 이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