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 마시는 술' 맥주 - 아는 만큼 맛있는 테이스팅의 세계로
맥주를 맛보고 뭔가가 이상하지만,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 집어내지 못한 적이 있는가? 혹은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집에서 따라 해보고 싶었지만 어떤 요소가 이런 좋은 맛을 내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던 적이 있는가? 각각의 다른 맛과 아로마를 구분하고, 그것들의 출처를 이해하는 것은 훌륭한 맥주 심사관을 위해 필요한 것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유용하다.
다행히도 이 기술은 학습 및 연습을 통해 연마할 수 있으며, 브루잉뿐만 아니라 요리할 때, 다른 음료를 마실 때, 또는 당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데 쓸 수 있다. 근래에 우리의 후각은 과소평가 되어 왔지만, 우리 조상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이 수렵과 채집할 때 여러 종류의 음식들을 찾아내고 구분하며, 상했는지 알기 위해서 날카롭게 적응된 후각이 필요했다.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의 저서 잡식동물의 딜레마(Omnivore’s Dilemma)에서 그는 각각의 생물체의 뇌 크기가 그 생물체가 먹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과 연관성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코알라는 한때 다양한 음식을 먹었으나, 유칼립투스 잎만을 먹기 시작하자 더는 “저녁으로 뭘 먹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하는데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들의 뇌가 작아졌다고 믿는다. 코알라는 현재 몸 크기보다 가장 작은 뇌를 가진 포유류중 하나이다. 맥주의 다른 맛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단순히 유용할 뿐 아니라, 아마도 당신을 더 똑똑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열린 SEA-Brew 주관 ‘브루 아시아 테크니컬 세션(Brew Asia technical session)’에 참석한 브루어는 그들의 감각 능력을 향상하는 법과 브루어리 차원에서 감각 훈련 프로그램을 정립하는 법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었다. 동남아시아(SouthEast Asia) 브루를 뜻하는 SEABrew는 싱가포르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찰스 게리에(Charles Guerrier)가 설립하였다. 브루소스인터내셔널(Brew Source International)의 대표 제이슨 리(Jason Lee)가 후원한 테크니컬 세션은 한국 브루어에게 풍부한 전문지식의 습득 및 마주 앉아서 질문할 기회를 주기 위해 인상 깊은 다양한 게스트들을 초빙했다. 브루어가 더 좋은 맥주를 만드는걸 돕고자 하는 열정을 지닌, 특이한 콧수염의 소유자인 호주에서 온 댄 맥컬록(Dan McCulloch)이 이취 테이스팅 세션(off-flavor tasting session)과 테이스팅 패널 세션(tasting panel session)을 맡았다. 뉴사우스웨일스에 위치한 영핸리 브루어리에서 (Young Henrys Brewery) 한때 일했던 그는 시벨 인스티튜트(Siebel Institute)—전 세계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브루어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대표로 세미나에 참여했다. 그는 향을 맡고 맛보는 적합한 기본 방법, 이취의 몇몇 예시, 그리고 브루어리 차원에서 공식적인 테이스팅 패널 정립의 중요성에 대해 다뤘다.
향을 맡고 맛을 보는 적합한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 바보같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태어나면서부터 해왔던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후각과 미각은 특정한 상황에서 미세조정되고, 상호 연결된 장치이다. 인체 생리학에 대한 이해도의 비약적인 증가로인해 후각과 미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더 잘 이해하게 하였고, 이러한 감각을 이용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능력을 최적화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맥주를 평가할 때 첫째로 할 일은 맥주의 첫인상을 느끼기 위해 짧게 향을 맡는 것이다. 그리고 그(댄 맥컬록)는 맥주를 움직이며(맥주를 코 밑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3번 짧게 향을 맡기 전에 감각을 재조정하기 위해 손등(셔츠 냄새를 맡아도 된다) 냄새를 맡으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첫 미각의 느낌을 가지기 위해 맥주를 조금 마신다. 다음으로, 비강의 아로마 센서—비후 센서(retro-nasal sensors) 로 알려진–를 활성화하는 약간은 특이한 단계가 있다. 이 신경을 활용하기 위해서, 코를 막고 한 모금 머금어 삼키고 입을 닫은 채로 코를 통해 숨을 내뱉는다. 이런 방식으로 맥주의 맛보고 향을 맡는 훈련을 하는 것은 친구들과 밖에서 마실 때 하고 싶은 경험은 아니지만, 맥주의 미묘한 차이를 어떻게 구분하는지를 배우는 좋은 방법이다.
맥주의 아로마와 맛을 평가하는 적절한 방법에 대해 다룬 후, 맥주의 특별한 풍미를 어떻게 구별하는지에 대한 세션이 이어졌다. 이취샘플의 경우 시벨이나 다른 회사의 테스트 키트(test kit)를 사용하는 것이 쉬운 방법이며,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브루어의 경우 몇 개는 생활용품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이취가 있는 맥주를 맛보는 법을 배울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따로 처리하지 않은 원래 맥주가 어떠한 맛이 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대조군을 사용해야 하는 점이다. 테이스팅 패널이 브루어리에서 맥주를 시음할 때, 그 맥주 본연의 맛을 아는 것을 “true to brand(혹은 true to type)”라고 부른다.
첫 번째 테이스팅 세션에서 각 개인에게 라이트 라거–색이 옅은 맥주에 들어있는 결점은 찾아내기가 훨씬 쉽기 때문에 주로 이취 테이스팅 시 많이 사용–가 조금씩 제공되었다.
첫 번째 샘플은 가장 구별하기 힘든 것 중 하나였고, 약간의 달콤함과 옥수수와 비슷한 향을 가졌다. DMS라고 알려진 디메틸설파이드(Di-methyl Sulfide)는 주로 매우 옅은 색 맥주에서 발견된다. 전구체인 S-메틸메티오닌(S-methylmethionine)은 많이 배조(혹은 건조, kiln)하지 않은 맥아에서 발견되며, 끓이는 중에 DMS로 바뀌며 그 후 대기 중으로 날라간다. 브루어는 DMS를 충분히 날려 보내기 위해 더 오랜 시간 끓이고, DMS가 보일링 케틀로 다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끓이는 동안 항상 뚜껑을 열어둔다.
두 번째 샘플은 스카치 캔디와 꿀 아로마를 지녔고, 혀에 미끈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발효 부산물인 다이아세틸(diacetyl)은 단백질 생성에 필요한 아미노산의 일종인 발린(Valine)을 효모가 만들 때 나온 결과물이다. 이 특정한 이취는 부분적으로 드라이호핑의 유행 때문이며, 그 결과 크래프트 맥주에서 더 일반적이다. 홉에 함유된 효소는 설탕을 더 분해할 수 있고, 그 결과 발효가 다시 시작되며 다이아세틸이 급증한다. 효모에 정확한 양의 FAN(Free Amino Nitrogen)–단백질의 기본요소–을 공급하는 것은 효모에 의한 다이아세틸 생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효모가 재흡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은 이러한 이취를 피하고자 하는 브루어에게 중요한 도구가 될 수있다. 만약 당신이 맥주가 병 또는 케그에 담길 준비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면, 강제 다이아세틸 테스트(forced diacetyl test)는 그런 걱정거리를 날려버릴 수 있는 빠르고 쉬운 방법이다.
맥즙을 멸균한 통에 넣고, 섭씨 65도까지 20분 동안 가열하면, 다이아세틸 전구체가 모두 다이아세틸로 바뀐다. 그 결과를 통해, 맥주에 (병 또는 케그에 담기까지) 더 시간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세션의 다음 이취 샘플은 종이(산화), 치즈(아이소발레르산, isovaleric acid), 그리고 꽃 아로마(제라니올, geraniol)이었다. 앞 두 단락에서 언급했듯이, 감각 훈련은 3단계로 나뉜다. 첫째로, 이취는 테이스터에 의해 인식되어야만 한다. 이것이 당연해 보일지 모르나, 개개인의 유전적 차이로 인해 한 사람은 다이아세틸에 많이 민감하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그것이 인식할 수 없는 “감각 사각지대”일 수 있다. 당신이 단지 맥주의 다이아세틸을 감지 못한다고 해서, 그 맥주에 다이아세틸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명이 맥주의 향을 맡고 맛을 보는 것은 당신이 가질 수 있는 사각지대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다. 감각 훈련의 두 번째는 당신이 향을 맡고 맛보는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향을 표현하는 것은 당신의 맥주가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진단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감각 훈련의 마지막 단계는 당신이 맥주에서 찾아낸 구체적인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를 아는 것이다.
이 세 가지 과정은 각 브루어리의 감각훈련 프로그램에 필요한 요소이다. 맥컬록씨의 두 번째 발표는 브루어리의 감각훈련 프로그램 정립의 실현 가능성 및 고품질의 맥주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역할에 중점을 두었다. 감각 훈련 패널은 여러 명의 사람이 필요하다. 공동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게 보통 4명에서 6명으로 구성된다. (브루어의 경우 본인 맥주에 너무 익숙해서 객관적일 수 없으므로 주로 제외). 각 패널 구성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조용하고 무취인 공간에서 각자 다른 맥주를 조용히 테이스팅한다. 그리고 그들이 느낀 향과 맛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브루어는 이 정보를 가지고 맥주의 품질을 향상하는데 사용한다.
브루어가 테이스팅 패널들이 이취가 있다고 판단한 맥주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피쉬본 다이어그램(fishbone diagram)–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문제 해결 도구–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그 맛이 나게 하는 여러 가능성 있는 원인을 보는 것이다. 각각의 원인을 피쉬본에 배치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진짜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때때로 장비의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효모나 미생물, 원재료 혹은 과정에 문제일 수도 있다. 이 과정의 첫 번째 단계인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홈브루어의 경우 서로에게 건설적인 비판을 할 수 있는 마음이 맞는 맥주애호가들을 만나는 것이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잘 운영되는 대회–익명의 출품작, 경험이 풍부한 심사관, 적시에 제공되는 피드백–는 전문적 혹은 아마추어 브루어 모두에게 좋은 자원이다.
현재 국내에는 홈브루어가 참여할 수 있는 몇몇 대회가 있지만, 상업 브루어의 경우 해당 사항이 없다. 비록 지난 몇 년간 브루어에게 숙달된 심사관의 수준 높은 피드백을 제공하는 대구 스타우트 스맥다운(Daegu Stout Smackdown), 알파브루 챔피언쉽(Alpha brew championship)등이 열렸지만, 미국양조협회(Brewer’sassociation)에서 주관하는 그레이트 아메리칸 비어 페스티벌(GABF, Great American Beer Festival)과 같은 것이 국내에는 없다. 맥컬록씨는 최고의 맥주를 만들기 위해 브루어간에 서로 협력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에 가장 열성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를 바다에 가라앉는 배에 비유했다. ”만약 우리가 모두 바다에 던져진다면, 함께 뭉쳐서 서로 도울 건가요, 아니면 혼자만 떠 있으려고 하면서 익사하는 위험을 감수할 건가요”. 당신의 맥주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비평을 감수하는 것은 얼마간의 겸손함이 필요하다. 내가 아는 최고의 브루어는 꾸준히 더 좋은 맥주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이런 점을 추구한다. 이런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문화가 한국에 퍼지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한국의 전반적인 맥주 품질을 향상함으로써 크래프트 맥주가 단순히 값비싼 유행이 아닌 값어치가 있고, 즐기고 맛을 음미하는 대상이라는 관점을 가진 새로운 고객들을 형성–을 경쟁자가 아닌 팀 동료로서 그들 자신을 돕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