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척! 살균! 멸균! 맥주 양조장을 위한 최적의 위생 관리법
브루어들 사이에서 “양조 업무는 청소가 90%, 서류 작업이 10%”라는 농담이 있다. 비록 이는 농담이지만, 실제로 브루잉 과정에서 청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벨기에 람빅(Lambic)의 경우와 같이 덜 깨끗한 환경을 이용해 맛 좋은 맥주를 만들 수도 있지만, 브루어리에서 올바른 세척 및 살균 습관 없이 깔끔하고 일관된 맥주를 계속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맥주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브루어리의 수준을 생산된 맥주로만 평가하기 쉽다, 하지만 그 맥주를 만들기까지 들어간 시간과 노력은 소비자들이 알지 못하는 블랙박스와 같다. 이 글에서는 브루어리에서 세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또한 세척(Clean), 살균(Sanitary), 멸균(Sterile)등 주로 사용되는 용어의 정의와 차이점을 다루도록 하겠다.
브루어리의 세척에 관해 이야기할 때, 많은 경우 발효 탱크(Fermentation tanks), 브라이트 탱크(Bright tank), 그리고 케그(Keg) 내부에 초점을 둔다. 하지만 깨끗한 브루어리는 항상 더 세세한 단계부터 신경쓴다. 깨끗한 바닥, 잘 정돈된 도구와 장비, 먼지가 없는 환경을 유지하는 일은 깔끔한 맥주를 만드는 첫 단계이며, 뭔가에 걸려 넘어지는 위험을 없앨 수 있다는 안전상의 이득은 말할 필요도 없다. 레스토랑의 깨끗한 주방을 보며 ‘위생적인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는 신뢰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깨끗한 브루어리의 외관을 살펴보면 ‘내가 마실 맥주가 이취로 가득하진 않겠다’는 강한 확신이 든다. 브루어리는 덥고 습한 공간이기에, 발 디딜 곳만 있으면 박테리아나 야생 효모가 쉽게 번식할 수 있다. 만약 부주의한 브루어가 바닥에 떨어진 이물질을 닦지 않고 방치 한다면, 맥즙의 당이나 맥주는 박테리아가 자라고 증식하는 최적의 보금자리가 돼버릴 수 브루어리에서 하는 대부분의 청소는 때가 눈에 띄지 않을 때까지 바닥에 물을 뿌려서 걸레질을 하고 물 밀대를 이용해 물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브루어들은 또한 주기적으로 먼지와 미립자를 모아 제거하고 헹궈내기 위해 화학 물질, 즉 pH가 낮은 거품 형태의 산을 탱크에 뿌린다.
세척의 정의는 눈에 보이는 표면의 모든 이물질과 먼지를 제거하는 것이다. 브루어리에게 세척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파이프나 칠러(plate chiller)의 내부 등 브루어가 눈으로 직접 검사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손으로 모든 부품을 분해해서 닦고 검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브루어리나 낙농장과 같은 식품 생산업체는 CIP(Cleaning-in-Place)라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이는 펌프를 이용해 고온의 세척액을 빠른 속도로 순환시켜 장비의 표면에 붙은 이물질 및 잔여 화학 물질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브루어리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CIP 화학 약품은 “가성(Caustic)”이라는 것으로, 말 그대로 pH가 높은 화학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수산화나트륨(가성 소다)이나 수산화 칼륨을 물에 1~3%의 비율로 희석한 용액이다. 다른 화학 물질을 첨가하기도 하는데, 이는 거품을 억제하고 금속 광물을 제거하거나 표면을 적셔 세척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 세척액을 60~70℃까지 가열해서 펌프를 이용해 발효 탱크 상부로 이동시키며, ‘CIP ball’이라고 부르는 구멍 난 금속 공을 통과시킨다. CIP ball은 이 세척액을 탱크 전체에 골고루 뿌려주며, 발효 탱크 하부에 모인 뒤 다시 펌프를 통과해 상부로 이동하는 순환을 20-30분 동안 지속한다. 이 과정이 끝나고 나면 탱크의 내부에는 티끌 하나 없어야 한다. 브루어는 보통 온수로 탱크를 헹군 후 세척이 제대로 안 된 부분이 있는지 육안으로 검사한다.
가성 소다는 발효 후 지저분한 것, 즉 남은 효모나 크라우젠(Krausen) 부산물을 세척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배치 (Batch)마다 박테리아를 자라게 할 수 있는 비어 스톤(Beer Stone)이라고 알려진 옥살산칼슘(Calcium Oxalate)과 같은 무기질을 제거하는 데는 덜 효과적이다. 이런 무기물은 시간이 지나며 쌓이기 때문에, 브루어는 가끔 산 세척액으로 CIP를 해줘야 한다. 질산과 인산 혼합물인 산 세척액은 이러한 무기물질을 제거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다. 다행히도 한국 물은 칼슘과 마그네슘이 적은 연수로서, 초경수인 다른 지역보다 비어 스톤으로 인한 문제 확률이 낮다.
예산이 많은 대규모 브루어리의 경우, 브루어는 세척이 효과적으로 잘 되었는지를 수치상으로 측정— CIP를 완전히 마친 후 물로 헹구고 그 물을 ATP swabs를 통해 테스트—할 수 있다. ATP swabs는 생물의 에너지 분자인 아데노신3인산 (Adenosine TriPhosphate)의 양을 측정한다. 0에 가까우면 세척 과정이 올바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숫자가 높으면 세척이 똑바로 안 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이 기계의 가격은 1000달러가 넘으며 테스트 1회당 1~2달러가 든다. 이런 비용은 작은 브루어리에는 금세 누적될 수 있다.
세척은 브루하우스(brewhouse)뿐만 아니라 맥주를 서빙하는 생맥줏집(tap house)에서도 중요하다. 맥주 관을 주기적으로 세척하지 않는 펍 매니저는 맥주를 케그에서 뽑아 박테리아에 의해 다량의 디아세틸(diacetyl)로 오염된 관을 통해 서빙함으로써 훌륭한 맥주를 망친다. 깨끗한 유리잔은 맥주가 맥아 분쇄기(grain mill)에서 당신의 위장까지 오는 여정 중 마지막 단계이다. 잔 옆면에 작은거품이 달라붙는다든지, 맥주를 따르자마자 눈앞에서 거품이 빠르게 사라지면 잔이 더럽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펍이나 브루어리에서 얼마나 신중하게 맥주잔을 세척하는지는 당신에게 가능한 최고의 맥주를 마시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얼마나 신경 쓰는지 나타내는 척도라고 볼 수있다.
브루어가 탱크 내부가 잘 세척되었다고 판단하면, 다음 단계는 살균이다. 살균은 미생물의 정도를 크게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은 강한 화학 약품을 사용해 표면에 있는 미생물을 공격해서 죽인다. 그러나 화학 약품이 효과적이게 되려면 박테리아에 닿기까지 어떠한 방해 요소도 있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브루어는 매번 살균 전에 반드시 표면을 세척해야한다. 만약 발효 탱크에 이전 발효의 부산물인 단백질이 남아있다면, 살균제는 미생물 속에 숨어 사는 박테리아에 효과적으로 닿을 수 없다. 대부분의 브루어리에서 사용하는 살균제는 과산화아세트산(peracetic acid)으로, 박테리아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며 맥주의 맛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무해한 화학물질로 분해된다. 이산 살균제는 가성 소다와 같은 순환 방식으로 사용하며, 이 과정을 SIP(Sanitizein- Place)라고 칭한다.
브루어리는 핫 사이드(hot-side)와 콜드 사이드(cold-side)로 나뉘어 있다. 핫사이드에는 당화조(mash tun), 여과조(lauter tun), 열수 탱크(hot liquor tank), 자비조(boiling kettle)와 월풀(whirlpool)이 있다. 이 구역은 효율성을 위해 반드시 깨끗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이곳에서 맥주를 만드는 과정 중 하나인 맥즙을 끓이는 과정이 진행되는데, 박테리아를 죽이는 대부분의 살균제와 같은 효과가 있다.
그 후 맥즙은 칠러(plate chiller)를 통과해 발효 탱크로 이동한다. 브루어리의 콜드 사이드는 칠러에서 시작해서 그 후 맥즙이나 맥주가 통과하는 모든 부분을 칭한다. 이렇게 온도가 낮은 구역에서는 박테리아나 야생 효모가 번성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콜드 사이드에 있는 모든 것은 맥주와 접촉하기에 앞서 세척 및 살균이 필요하다. 호스, 개스킷, 파이프, 탱크 및 케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어느 한 곳이라도 세척 및 살균이 안 되면 미생물이 맥주에 침투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맥주가 상할 수 있다.
때때로 논쟁이 되기도 하며 오해하기 쉬운 마지막 단어는 ‘멸균’이다. 멸균이란 사물이나 액체에 살아있는 물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매우 도달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열과 화학 물질은 생물을 쉽게 죽이지만, 박테리아는 그와 같은 거친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찾아왔다. 박테리아는 포자—열이나 살균제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캡슐 형태이자 비활성 형태인 박테리아—를 생산한다. 그것들을 위협하는 환경이 사라지면 (맥즙이 식거나 살균제가 존재하지 않을 때), 박테리아는 다시 자라고 번식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박테리아를 박멸하려면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다. 브루어리에서는 과열된 스팀으로 15분에서 20분 동안 기구를 가열하는 오토클레이브(autoclave)나 압력솥(pressure cooker)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과정에서 이 정도까지 미생물학적 안정성이 필요하진 않지만, 효모의 증식 또는 품질 보증 단계에서는 박테리아가 효모보다 4배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에 멸균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때로 IPA에 홉이 얼만큼 들어갔는지, 혹은 임페리얼 스타우트 에 맥아가 얼만큼 들어갔는지를 생각하길 좋아한다. 그러나 맥주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되는 또다른 숫자는 재료의 풍미를 명확히 살리기 위해 들이는 세척 시간이다.
세척과 살균은 이야깃거리로서 흥미로운 소재는 아니지만, 브루어의 삶 한복판에 있으며 질 좋은 맥주 한 잔의 근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