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 농장과 브루어리를 잇는 야키마 치프 홉스
지속 가능한 동반 성장이 홉의 품질을 결정한다
서울에서 열린 2019년 KIBEX는 전 세계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운 좋게도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야키마 치프 홉스(YCH)의 스펜서(Spencer Tielkemeier)와 함께 홉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스펜서는 현재 야키마 치프의 세일즈 매니저로 과거 텍사스에서 8년간 크래프트 브루어로 일한 경력이 있다. 그의 컨퍼런스 발표와 인터뷰에는 홉과 홉 재배사, 브루어리와 맥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지식이 자연스럽게 배어들었다.
홉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간략하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홉 시장은 여러 측면에서 독특한 시장입니다. 첫째, 다른 농산물 시장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상당히 작은 편이죠. 전 세계 홉의 약 50%를 미국이 생산하는데, 홉 재배 회사는 대략 85개에 불과합니다. 두번째로, 홉은 보관성이 좋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작하는데 큰 비용이 들지요.
이 모든 요소가 산업을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맥주 가격이 높아지면 홉 가격도 높아지고, 맥주 시장이 하락하면 홉 시장도 하락합니다. 이런 불안정하고 변덕이 심한 홉 산업을 보호하고 지켜낼 대체 산업이 전무합니다. 야키마 치프에서는 이러한 불안정성으로부터 브루어리와 홉 회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실천적 사례와 연구들을 수집하고 개선점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홉 거래는 대부분 선물 계약으로 진행됩니다. 통상적으로 사고파는 상품이 아닌 특수 작물(Boutique crop)로 분류되기 때문이죠. 선물 계약은 브루어리에 몇 년간 고품질의 홉을 납품 가능케 하는 제도입니다. 더 중요하게는 선물 계약을 통해 시장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다음 해 얼만큼의 홉을 재배할지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죠.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 해 시장이 어떻게 운영될지 알 수 있는 유일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선물 계약에 기반해 회사는 홉의 근경을 바꾸거나 경작지를 늘리는 등의 투자를 결정합니다. 1에이커(acre)의 홉을 재배하는데 14,000달러가 소요되는 만큼, 경작지를 늘리는 투자는 신중하게 이루어집니다. 간혹 현장 거래가 되는 홉이 있지만 앞서 말했듯 대체로 전 세계 홉 거래의 80%는 선물 계약을 통해 거래됩니다.
2년 전에는 홉 보유량이 많았기에 거래 계약을 하지 않아도 매입이 다소 쉬웠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새로운 브루어리들로 하여금 ‘홉이란 원할 때 언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상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죠. 농부들의 입장은 브루어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브루어리가 원할 법한 홉의 종류와 수요에 대한 농부들의 예측이 충분히 맞아떨어진다는 보장이 없기에, 어느 날 갑자기 원하는 홉이 없어지거나 품절되는 사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홉이 시장에 전달되기까지 어떤 노력들이 들어가나요?
홉은 전통적인 교잡 수분을 통해 재배됩니다. 이후 번식 과정을 거쳐 시장에 선보이는 데까지 평균 10년에서 12년이 걸립니다. 일반적으로 이종 교배를 통해 1만개의 홉 중에서 1개의 홉만을 시장에 선보입니다. 좋은 비율이라 할 수 없지요. 가끔 홉 브리더는 가장 슬픈 직업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농담을 합니다. 평생 자신이 일군 것의 99.99%를 버려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새로운 홉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브루어리가 있기에 우리는 브루어리들과 직접 교류하며 시장가치가 있는 종들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새로운 품종을 재배하기로 회사와 브루어리 간 합의가 이루어지면, 홉에 이름을 붙인 뒤 적정량의 홉을 먼저 심어봅니다. 이 시점에서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을 기르고 가공 난이도를 낮춘 뒤 상품성을 확보할 경우 선물 거래를 위해 더 많은 브루어리에게 신상품 정보를 전합니다. 그다음 단계에서 다양한 타입의 제품에 적용해본 뒤 다시 해당 홉을 확장 재배하는 단계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홉의 수확량이 브루어리가 기대하는 선 주문량을 맞출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합니다. 이런 점들이 홉 산업의 고유한 특징을 형성합니다. 일반 농작물의 일방적인 거래 방식과는 다르게 항상 쌍방향적인 소통을 중요시하게 됩니다.
YCH는 홉 농부가 소유하는 회사입니다. 이런 점이 회사를 운영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나요?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랄 정도로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농부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회사라는 점은 사업을 하는데 있어 아주 강력한 파급 효과를 일으킵니다. 전통적인 매매 방식과 다르게 우리는 농부의 입장을 생각하고, 또 농부들이 겪는 작황에 대한 위험성을 함께 부담합니다. 우리는 여러 위험요인에 대비하기 위해 농부들이 공동 분담금을 지급하는 모델을 시행하는데, 타사에 비해 파운드(무게) 당 약 3달러를 더 얹어 농부들의 몫으로 되돌려주고 있습니다. 브루어리가 이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모델이 단순히 좋은 의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델이 도입된 후 10년간 실질적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공동 자본의 투자로 워싱턴, 오리건 및 아이다호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좋은 농장들과 계약해 고품질의 농기계 및 설비 시설들을 보급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야키마 밸리를 가로질러 운전한다면 10년 전과 달리 수많은 새 건조장과 피커, 베일러 등을 만나게 될 겁니다. 이 모든 게 결과적으로는 훌륭한 홉을 생산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브루어가 홉을 구매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매우 초기 단계에서는 당연히 ‘품질’에 대한 것이 최우선이어야 합니다. 회사가 홉의 지속적인 품질 기준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며, 지속적인 품질 유지를 위해 일 년 내내 어떤 일을 하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홉을 고를 때 직접적인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 홉의 산지는 어디인가요?”, “생산자는 누구인가요?”, “그들의 이름을 알고 싶습니다.” 같은 단도직입적인 질문 말입니다.
펠릿 품질을 측정하는 HS(Hop Storage index)와 같은 수치도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홉이 어떤 방식을 거쳐 펠릿으로 만들어지는지,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직접 펠릿 작업을 하는지 아니면 사람을 고용해서 하는지, 펠릿으로 가공하기 전에 홉을 냉장 보관하는지 등의 질문도 물어 볼 수 있겠습니다.
더 장기적인 관계(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브루어리가 홉 판매자와 맺어야만 하는 관계, 즉 단순히 상거래가 아닌 동업자 관계)로 볼 때, 브루어리들이 다음 질문도 고려해보길 바랍니다.
“재배자들은 5년, 10년, 20년 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이 산업이 5년, 10년 뒤에도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 생산자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홉 추출물과 같은 몇몇 제품들은 브루어 사이에 인기를 끌지 못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과거 홉 추출물 같은 제품들은 인위적인 가공품으로 취급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이 경우는 홉의 잎성분 으로부터 레진(Resin)과 오일을 높은 압력의 기계로 분리한 제품입니다. 그러므로 매우 순수한 천연 제품이며 화학적 변성 또한 없습니다. 브루어리들이 이 제품의 사용을 다시 고려해봐야 할 이유는 높은 생산수율을 제공한다는 큰 장점 때문입니다. 끓임조에서홉의 입이 맥즙을 흡수하는 ‘스펀지 효과’가 없기 때문에, CO2 추출물 사용으로 인한 수율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 제품은 냉장 보관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냉장 비용이 큰 한국이나 기타 국가에게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3년 동안 상온 보관이 가능하며 품질 또한 안정적입니다. 그렇기에 물류비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친환경적인 데다 단일 품종이라 레이트 호핑(late hopping) 이나 월풀 호핑(Whirlpool hopping)에 효과적입니다. 종종 브루어리에서 이 제품을 사용하길 망설이지만, 한 번 정착하기 시작하면 대체품이 없을 정도입니다.
브루어는 항상 신상 홉을 찾아다니고, 브리더는 그러한 요구를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개발 단계의 홉 중에 흥미롭게 생각하는 종이 있습니까? 해당 홉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줄 수 있을까요?
만약 ‘사브로’(Sabro)를 시도해보지 않은 브루어리가 있다면 꼭 한 번 써보길 권합니다. 이 홉은 작년 이맘때 자체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출시한 제품이고, 기존에는 ‘HBC 438’이라는 제품명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 홉은 야생 홉인 네오멕시카누스(Neomexicanus)의 개량종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랍고 환상적인 아로마를 품고 있습니다. 이 홉은 극단적일 정도로 매우 높은 오일 함량을 지니고 있고, 피나콜라다(Pina Colada)와 트로피칼 다이커리(Tropical Daiquiry)같은 트로피칼의 특징에 덧붙여 파인애플, 코코넛, 오렌지 껍질, 크리미 시트러스와 같은 풍미를 만들어 냅니다.
‘로랄’(Loral) 또한 꼭 눈여겨봐야 하는 홉중 하나입니다. 엄청나게 높은 리날롤 (linalool) 함량과 더불어 매우 강렬한 레몬과 꽃 노트를 품고 있습니다. 단독으로 사용할 때 지배적인 홉은 아니지만, 다른 홉과 같이 사용할 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로랄은 어느 맥주와도 잘 어울리는 훌륭한 홉입니다. 레몬의 풍미를 지닌 라거나, 헤이지 IPA 외에도 거의 모든 종류의 맥주를 만들 때 쓸 수 있는 다재다능함과 호환성이 돋보입니다.
자체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일 몇 가지 흥미로운 홉들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HBC 630은 사람들을 매우 흥분시킨 홉 중 하나로, 강렬한 망고 향이 특징입니다. HBC 522는 캐스케이드(Cascade) 혹은 센테니얼(Centennial)과 매우 유사하지만, 더욱더 강력한 한 방이 있는 녀석입니다. 이 홉은 직설적인 시트러스 제라니올 (Geraniol) 타입의 플로럴 노트를 기반으로 더 박력 있고 파워풀한 구성을 가능케 합니다. 앞서 언급한 홉들과 비교해 더 많은 오일과 더 높은 알파산 수치를 지니고 있고, 야수처럼 번식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는 홉은 ‘사브로’의 파생 종인 ‘HBC 692’입니다. 가장 직설적으로 입속을 강타하는 녀석으로, 거의 자몽 껍질에 손톱을 긁은 뒤 코에 대고 맡는 향에 가까운 강렬함이 인상적입니다. 이홉은 매우 강력한 자몽 껍질과 리치의 풍미를 맥주에 입혀주는데, 리치 같은 과일의 풍미에 익숙한 아시아 시장에 매우 잘 어울릴거라 생각합니다.
홉은 크래프트 맥주 혁명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브루어리에게 더 좋은 홉을 공급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홉 농부들의 고된 노동과 노력 없이 이런 놀라운 시장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홉 농부와 유통업자들을 단순한 장부 교환책이 아닌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할수록, 브루어리를 비롯해 더 많은 사람들이 산업의 긍정적인 동반 선장을 이끌어나감으로써 홉의 세계가 열어줄 새롭고 독특한 맛이 유지되리라 믿는다.
EDITOR_자레드 해치 Jared H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