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 테루아르: 마이로컬홉과 대구 홈브루어 간의 컬래버레이션
부동산에서 우선시하는 3가지 법칙은 “장소, 장소, 그리고 장소”이다. 음식의 풍미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며 소비자들이 더 많이 교육받게 되면서, 자신이 소비하는 음식의 질이 그것을 만드는 사람과 장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케냐, 콜롬비아, 또는 하와이에 있는 어느 농장에서 생산되는 커피 한 잔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그 증거다. 토양, 기후 및 다른 지질학적인 요소들이 식품의 풍미에 미치는 영향을 프랑스어로 ‘테루아르(Terroir)’라고 칭한다. 말 그대로 프랑스어로 흙이라는 뜻으로, 일조량, 토양 및 강우량에 따른 포도의 독특한 풍미를 표현하기 위해 와인에 주로 쓰인다. 예를들어, 서늘하고 칼슘이 풍부한 토양에서 자라는 프랑스 샤블리(Chablis) 지방의 샤도네(Chardonnay) 포도는 강한 신맛과 미네랄 맛을 가진다. 맥주 생산자는 장소에 큰 영향을 받는 알코올 음료가 와인만이 아니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조금씩 교육해왔다.
가장 상징적인 맥주 중 몇몇은 그 맥주가 생산되는 지역의 테루아르의 산물이다. 더블린(Dublin) 지방의 스타우트는 알칼리도가 높은 그 지역 물이 진하게 로스팅한 맥아와 잘 맞는다는 점덕에,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부드럽고 초콜릿 풍미가 가득한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브루어들 덕분이다.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홉의 쓴맛과 밝은 색상의 보헤미아(Bohemia) 지방의 필스너는 미네랄 함량이 낮은 그 지방의 물과 그 지방에서 자라는 홉의 결과물이다. 벨기에 람빅(Lambic)의 경우도 그 지역에 존재하는 독특한 야생효모와 박테리아의 산물이다. 맥주의 테루아르는 정확하게 정의하기가 와인보다 어렵다. 와인의 경우 하나의 재료, 즉 포도만을 사용하지만, 맥주는 4가지 재료 즉 물, 맥아, 홉, 그리고 효모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브루어들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했을 때, 살아남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들—그들이 계속 사용해왔던 홉, 보리(미국에는 원래 없었던), 그리고 효모—을 가져갔다. 식민지 개척자들은 영국이나 독일 홉을 미국 땅에서 키우자, 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에서 자라는 홉들은 시트러스(Citrus) 및 캐티(Catty:고양이 오줌 또는 블랙커런트 잎) 아로마로 이름이 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현재 뉴질랜드에서 자라는 홉은 열대과일을 연상시키는 풍미를 지니게 되었다.
홉과 보리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심지어 인근에 있는 서로 다른 농장에서 자란 홉과 보리의 맛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대부분 지역에서는 몰스터(Maltsters: 맥아를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사람)들이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하는 다수의 농장에서 매입한 엄청난 양의 곡물을 품질의 일관성을 위해 혼합해버림으로써 맥주의 재료들이 일용품화되었다. 홉도 마찬가지로, 여러 지역에서 자란 홉들을 같은 종별로 섞어버린다. 그 결과, 농장별 홉의 고유한 특성이 사라진다. 다행히도, 이러한 현상은 소규모 크래프트 몰스터 및 각 홉들의 뚜렷한 특정이 잘 드러날 수 있게 특정 지역이나 농장의 홉만을 사용하는 홉 회사들의 출현으로 달라지고 있다. 그중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한 홉 회사에서 현재 새롭고 독특한 홉을 한국에 들여오고 있다.
마이로컬홉(MiLocalhops)은 과거에는 홉을 키웠지만, 현재는 자취를 감춘 미시간 지역의 전통적인 홉 생산을 부활시키려는 취지로 2015년에 미시간 윌리엄스버그에 설립되었다. 이름난 브루어리인 파운더스(Founder’s)나 벨스(Bell’s) 의 고향이기도 한 미시간은 과일 생산지로 유명하며, 가장 잘나가는 수출품 중 하나가 시큼한 체리다. 이곳은 한때 홉 재배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현재 마이로컬홉은 10종류 이상의 홉을 재배하며, 국내에서는 8종류를 구매할 수 있다. 홉은 콜드체인시스템을 통해 들어오며 부산에 보관 중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품종인 센테니얼(Centennial), 캐스케이드(Cascade), 치누크(Chinook), 크리스탈(Crystal), 소라치 에이스(Sorachi Ace), 매그넘(Magnum), 윌라멧(Willamette), 그리고 독특한 품종인 미시간 카퍼(Michigan Copper)가 국내에 들어와 있다. 이렇게 홉의 이름이 같을지라도, 미시간에서 자란 홉들은 오리건(Oregon)이나 워싱턴주(Washington)에서 생산되는 홉들과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풍미와 아로마를 지닌다. 심지어 미시간에서 자란 치누크의 경우, 서부 해안에서 생산된 치누크의 파인(Pine) 및 레진(Resin) 아로마와 반대되는 뚜렷한 파인애플 아로마를 가진다.
안타깝게도 브루어들은 대체로 많이 바쁘기에, 홉이 부여하는 풍미와 향을 정확히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의 홉으로 맥주를 양조하는 것이다. 몇몇 브루어리에서는 같은 맥아에 홉만 달리 사용해서 여러 종류의 맥주를 만드는데, 갈매기 브루잉 컴퍼니의 싱글 홉 아이피에이(IPA) 시리즈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은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다른 맥주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 시음하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마이로컬홉(MiLocalhops)에서 대구 브루어 클럽의 멤버들이 동일한 레시피로 싱글 홉 맥주들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홉 8온스를 기부했다.
1월 5일에, 대구 브루어들과 와일드웨이브, 갈매기, 더 랜치, 안동 브루잉 및 펠리세트 브루어들이 대구에 있는 대도 브루잉 컴퍼니(Daedo Brewing Company, 현재 공사 중인 브루펍)에 모여서 센테니얼, 치누크, 캐스케이드, 카퍼, 및 소리치 에이스를 사용한 맥주를 맛보았다.
브라이언 개넌(Brian Gannon)이 양조한 센테니얼 맥주는 복합적인 시트러스와 오렌지 풍미를 지녔으며, 몇몇 브루어들이 특히 선호했다. 이 센테니얼 홉은 파운더스 및 벨스 브루어리에
서 센테니얼 아이피에이(Centennial IPA) 및 투하이트 에일(Two Hearted Ale)에 사용되며, 홉의 품질이 맥주에 드러난다. 마틴터틀(Martin Tuttle)이 양조한 치누크 맥주의 경우, 기분 좋은 파인애플 및 열대 과일 향 등 과일 향이 위주였다. 윌 윅햄(Will Wickham)이 양조한 캐스케이드 맥주는 센테니얼 맥주에 비해 은은한 시트러스 및 약간의 얼씨(Earthy)한 풍미를 보여줬다.
필자가 만든 미시간 카퍼 맥주의 경우, 치누크보다는 약한 열대과일 및 백도의 풍미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에쉬 제임스 (Ash James)가 만든 소리치 에이스 맥주는 그날 마셨던 맥주 가운데 가장 독특한 풍미와 아로마를 보여주었다. 많은 브루어들이 소리치 에이스 홉을 싫어하게 만든 딜(Dill, 허브의 일종으로 야채로 피클을 만들 때 넣음) 풍미가 없고, 아메리칸 에일 효모(American Ale yeast)를 사용해 만든 맥주가 아니라 오히려 세종을 떠올리게 하는 복합적인 풍미를 보여주었다.
이번 홉 테이스팅 이벤트를 통해 농작물이 자라는 위치가 맛과 아로마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다. 오리건과 워싱턴 지역에서 나는 홉이 좋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브루어들은 최고의 맥주를 위해 항상 새로운 풍미와 아로마를 쫓는다. 미시간 홉은 새롭고 흥미로운 맥주를 만들기 위한 도구 상자 안의 독특한 도구이며, 홉 생장기에 농부들이 흘린 땀과 맥주의 연관성에 대해 소비자에게 들려주기 좋은 소재 거리이다. 자신이 마시는 맥주의 재료가 어떻게 그리고 어디서 왔는지를 앎으로써, 많은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상품에 더욱더 감사하게 될 것이다.
EDITOR_자레드 해치 Jared H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