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한민국 맥주 시장의 방향성 예측- 시장의 방향과 맥주 트렌드
맥주시장 - 대형화, 자본유입, 경쟁의 심화
2019년이 밝았다. 맥주업계에 있어서는 하우스맥주가 등장한 2002년, 소규모맥주제조자 맥주의 외부 유통이 시작되었던 2015년만큼 중요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후반부터 조금씩 이슈화가 되어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던 주세과세 방법의 종량세 전환이 그 어느때보다 가깝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2019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올 한해 맥주 시장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해본다.
대기업 자본의 유입
2019년 대한민국 맥주 시장의 방향성은 주세 과세 체계가 종량세로 전환되는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 유통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형태로 사업을 유지하던 대기업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기존의 종가세 체계에서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는 맥주를 만들어서는 가격 경쟁이 불리하고,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던 곳에서도 종량세로의 전환은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볼 만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현재 국내 생산으로 유통되는 맥주는 오비맥주(ABInBev), 하이트진로, 롯데주류에서 생산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수입하고 있는 다수의 수입 맥주도 있다. 맥주 대기업 3사는 대형 맥주 생산자이자 맥주를 수입하는 수입상이기도 하다. 국내 맥주 시장의 규모는 출고량과 출고금액을 기준으로 볼 때 2015년부터 정체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국내 출고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출고 금액의 경우 출고량에 비해 큰 폭의 감소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2017년 그 차이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는 크래프트 맥주의 유행과 맞물려 있는 시기로 전체 맥주 시장의 출고량 감소 폭은 크지만 상대적으로 출고가가 비싼 크래프트 맥주의 비중이 증가하며 전체 출고 금액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현재 전체 맥주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고량의 급격한 감소는 결국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기업 맥주의 인기가 급격하게 식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기존 맥주 대기업은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인기가 증가할수록 크래프트 맥주 시장으로의 진출과 수입 맥주의 유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오비맥주(AB-InBev)와 하이트진로는 이미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진출해 있다. AB-InBev가 소유하고 있는 구스 아일랜드 (Goose Island), 블루 포인트(Blue Point) 등의 맥주를 몇 년 전부터 유통하고 있으며, 하이트진로는 밸러스트 포인트(Ballast Point)의 맥주를 올해 유통하기 시작했다. 이들 회사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수입 맥주 라인업과 함께 크래프트 맥주의 유통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국내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인수나 새로운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설립 또는 자사 해외 브랜드의 국내 런칭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구스 아일랜드의 경우 구스 아일랜드 브루하우스라는 브루펍을 개점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종량세로의 전환은 현재 종가세 체계에서 고가인 맥주에 지금보다 더 높은 경쟁력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종량세로 전환된 후 낮아지는 세금만큼 가격 인하 여력이 생겨 가격 경쟁력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들 역시 해외 유명 크래프트 맥주를 국내에 들여오거나 실제 크래프트 맥주 사업으로의 진출을 도모할 가능성이 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의 크래프트 맥주 산업 전반에 걸쳐 전문 양조 인력의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게 브루어리를 설립하는 것 보다는 기존의 브루어리를 인수하는 방향을 검토할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진다. 또한 이렇게 인수한 브루어리를 바탕으로 크래프트 맥주 프렌차이즈 산업으로 진출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대형화와 경쟁의 심화
종량세 전환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던 크래프트 브루어리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최근 몇 년간 빠른 성장을 기존 크래프트 브루어리들 중 규모의 한계로 인해 공급에 차질을 빚는 브루어리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산시설의 확충 또는 새로운 브루어리를 증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곳들도 있다. 실제 도심의 소규모 브루펍으로 시작했던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의 경우 시 외곽에 새로운 브루어리를 지어 본격적인 맥주 생산에 돌입하고 있다. 종량세 전환 이후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지금에 비해 빠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소형 브루어리의 생산시설 확충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의 소규모맥주제조자 면허의 시설 기준의 한계(120kL 미만)으로 인해 개별 브루어리의 대형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한편 규모의 대형화와 함께 신규 브루어리의 설립 역시 현재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00개를 돌파한 브루어리의 숫자는 2018년 120여개까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브루어리를 제외한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100개 이상의 숫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6년 이래 처음으로 이러한 흐름이 201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브루어리의 대형화와 함께 신규 브루어리의 시장 진입은 경쟁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대규모 자본을 유치한 크래프트 브루어리, 기존의 생산시설을 확충한 곳에 더해 신규 브루어리까지 더해지면 단기적으로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공급과잉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규모는 전체의 1%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금까지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성장이 공급주도의 성장을 해왔던 시장인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인 규모가 작은 상황이 더해지면 소비자층의 확대 속도에 비해 공급 과잉이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경쟁이 심화되고, 품질 경쟁력이 약한 곳들의 경우 유동성 문제를 겪게 될 수 있다.
종량세 전환 일정과 방향
2018년 맥주업계의 화두는 종량세였다. 2017년 말부터 조금씩 진전되던 주세 과세방식의 종량세 전환 이슈는 정부의 입장 발표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가며 2018년 내 맥주업계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 중에서 2018년 7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는 맥주업계, 특히 크래프트 맥주업계에서 종량세 전환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게 했다. 그러나 결국 2018년내 통과는 무산되었고, 2020년부터 종량세 전환이 되도록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입장 발표에 따라 2019년 주세의 과세체계 전환을 기대하게 되었다.
현재 시점에서 2019년내 주세 과세방식의 종량세 전환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정부의 입장 역시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고 타 주류에 대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갈 것인지, 전 주류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 표명만 명확하지 않을뿐이지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을 정책방향으로 정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현재, 권성동 의원의 발의로 맥주 주세 종량세 전환과 관련된 주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로, 12월 정기국회에서는 처리되지 않았으나 2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종량세로 전환하는 주세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주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 하위 법률이자 소규모맥주제조자 등의 주세 경감률을 규정하고 있는 주세법시행령의 개정이 잇달아 진행되어야 한다. 주세법시행령은 기획재정부령으로 이에 따른 경감률과 주세 경감 구간의 확대 여부에 따라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별 유불리와 시장 전체의 성장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어 종량세 전환만큼 중요한 문제다. 현재 수제맥주 협회에서 업계의 의견을 전달하고, 업계에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 국산 맥주, 국산 크래프트 맥주, 수입 저가 맥주, 수입 크래프트 맥주 등 취급하는 품목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 종량세율이 전체 세수가 늘어나지 않는 세수 중립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여 전반적으로 높은 가격의 품목인 크래프트 맥주의 경우 가격 인하 또는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기업 국산 맥주, 수입 저가 맥주의 경우 절대적인 세금이 증가할 가능성은 낮지만, 크래프트 맥주의 가격 인하 여력이 증가하는 만큼 가격적인 부분에서 더 높은 수준의 경쟁이 발생할 것으로도 예측할 수 있다.
맥주 트렌드
맥주, 확장의 길로 들어서다
크래프트 맥주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이 시장이 산업적 가치를 형성할때부터 크래프트 맥주를 설명하는 수식어로 따라붙는 것이 ‘혁신성’ 또는 ‘실험정신’이다. 이러한 부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스타일의 확장이다. BJCP 2008에서는 IPA를 English IPA, American IPA, Imperial IPA 등 3가지 세분화된 스타일로 구분했다. 그러나 2015년 버전에서는 English IPA가 Pale Commonwealth Beer의 카테고리로 이동했으며, BJCP 2008의Imperial IPA는 Double IPA로 이름이 바뀌며 Strong Americal Ale 카테고리로 이동했다. 그리고 IPA 카테고리에는 American IPA와 함께 ‘Specialty IPA’카테고리 안에 다양한 변형 IPA들이 포함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맥주가 단순히 전통적인 카테고리 혹은 스타일에서 벗어나 양조자의 창의성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 또는 변형 스타일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적인 예로 2018년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New-England Style IPA’를 들 수 있다. ‘맥주는 맑을수록 좋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바이젠과 같은 탁한 외관과 함께 기존의 IPA에서 느껴졌던 날카롭고 거친 홉의 쓴 맛과 맥아의 밸런스 대신 홉의 아로마에 한껏 집중한듯 한 풍미는 ‘마시기 편한 IPA’로 사람들 에게 인식되며 큰 인기를 지금까지도 누리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효소를 이용해 맥주 효모가 분해하지 못하는 다당류를 분해해 당도를 0에 가깝게 끌어내려(0 ° Plato) 극단적인 드라이함을 추구하는 IPA인 ‘Brut IPA’가 새롭게 나타났다. 이는 기존에 있던 두 가지 이상의 맥주 스타일의 특성을 접목시켜 특징을 동시에 나타나게 하는 ‘하이브리드 스타일’인 Black IPA, Red IPA, Belgian IPA 등과는 확연히 다르다. 하이브리드 스타일이 기존 스타일의 특성을 살리고, 양조적인 방식에서 교집합 부분을 이용해 새로운 맛의 영역으로 진입한 것이라고 한다면, New- England IPA나 Brut IPA는 사뭇 다르다.
New-England Style IPA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만들어진 맥주이며, Brut IPA는 양조 기법 또는 양조 방식의 전환을 통해 기존의 맥주의 기본재료로는 구현하지 못하던 것을 만들어낸 사례다. 물론, 효소를 이용한 다당류의 분해가 맥주의 양조에 전혀 쓰이지 않던 새로운 기법은 아니다. 대기업의 경우 양조 수율을 높이거나 드라이한 맛의 페일 라거를 생산하기 위해 효소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rut IPA가 의의를 가지는 것은 기존 맥주에 관한 평가에 있어서 중요한 척도로 사용되는 밸런스(맥아와 홉의 밸런스 또는 전반적인 맛의 밸런스)를 깨뜨림으로써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했다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드라이한 맥주인 Brut IPA는 결과적으로 맛에서 맥아의 특성은 줄어들고 홉의 쓴맛이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기존의 구릿빛 IPA의 유행에서 점차 IPA의 색이 옅어지며 맥아의 캐러멜스러운 맛이 점차 줄어들던 중 New- England Style IPA가 등장하며 밸런스 중심의 IPA에서 홉 중심의 IPA로 트렌드가 옮겨간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를 이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9년에도 기존 전통적인 맥주 스타일이나 양조 기법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맥주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산 크래프트 맥주, 이제는 품질 경쟁의 시대로
2014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국내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은 2018년 그 숫자가 100개를 돌파하고, 소매점 유통이 가능해지며 또 다른 전환점을 맞고 있다. 새로운 양조장이 문을 열게 되면 필연적으로 맥주의 품질과 관련하여 일관성을 유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양조자가 자신이 사용하는 양조장비의 특성을 이해하고, 의도한 맥주가 정확히 나오기까지 조정시간이 필요하며, 이 조정시간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일관된 품질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16년 말에서 2018년 사이 우리나라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은 그 숫자가 특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시기에 문을 연 양조장들도 조정의 시간을 거쳐 이제 비교적 높은 품질의 맥주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으며, 일부 양조장들은 정말 특징이 강하고 완성도 높은 맥주를 내놓기 시작했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성장하며 소비자들 역시 ‘크래프트 맥주를 마신다’에서 벗어나 ‘맛있는’ 크래프트 맥주를 찾기 시작했고, 품질이 좋은 맥주를 선보이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의 격차 역시 조금씩 발생하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를 ‘마셔본’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즐겨 마시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기존 국산 크래프트 맥주의 경우 수입 크래프트 맥주에 비해 절대적인 가격 우위를 가지고 있었으나, 2019년 내 주세 과세방식이 종량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가격적 우위를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있을지 역시 알 수 없다. 종량세로 전환된다면 국산 크래프트 맥주는 국산 크래프트 맥주간 경쟁뿐만 아니라 수입 크래프트 맥주와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 될수 있다. 결국 가격이 아닌 품질로 경쟁 우위를 점해야 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마케팅 등을 통해 인지 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단기적인 매출 증대를 꾀할수도 있지만, 품질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현재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양적인 성장이 가속화되며 크래프트 맥주의 소비보다 공급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지금보다 품질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품질 경쟁에서 뒤쳐진다면 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경쟁의 심화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맛있고 개성 있는 맥주를 접할 기회가 늘어난다는 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2019년 한 해 가장 중요한 이슈는 종량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종량세로의 전환이 결국 크래프트 맥주가 산업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산업적으로 조직될 수 있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맥주와 관련된 직업을 가질 수 있고, 브루어리는 더 다양한 맥주를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에게 조금 더 가까이 좋은 맥주로 다가가기 위한 키워드이자 2019년을 넘어 몇 년 뒤 맥주 시장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기 위한 첫 걸음이 종량세다. 2019년 맥주 시장은 더 많은 사람들이 크래프트 맥주를 즐기고, 더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이야기하며 좋은 일이 가득 하기를 바란다.
EDI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