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 과세체계 개편의 검토 배경과 방향성, 종량세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맥주 업계의 2018년을 관통한 뜨거운 이슈는 주세 과세 체계의 종량세 전환이었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을 가격이 아닌 양으로 한다는 것인데, 맥주업계 특히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서 크게 기대하며 바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2018년 10월 1일 10시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주세 과세체계 개편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발제로 시작된 토론회에서는 주류 과세제도의 변천사에서부터 국내외 주류 과세 현황, 종가세와 종량세의 비교, 운영사례 및 해외의 과세체계 현황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과세 체계의 개편 방안에 관해 발표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종량세 개정 발의 및 정부의 입장 표명 등으로 볼 때, 2019년 종량세로의 전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 시점에서 종량세 논의가 어떤 이유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불붙게 되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정철 교수의 주세 과세체계 개편방안 국회 토론회 자료를 통해 이를 알아보자.
주세법의 시작과 과세체계
한반도에 제정된 최초의 주세법은 19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간접 소비세를 규정한 법률이었던 주세법은 일제강점기와 광복을 거쳐 대한민국에서 1949년에 공포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초의 주세법은 종량세의 과세체계를 따르고 있었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공포된 법률에서도 종량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67년 주정, 탁주, 약주를 제외한 주종이 먼저 종가세로 전환되었고, 1972년에는 주정을 제외한 모든 주류가 종가세로 변경되었다.
국내 주류의 경우 과세표준을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및 이윤이 포함된 것으로 하여 주세, 교육세 및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어 출고가가 산정된다. 반면 수입 주류의 경우 과세표준이 관세를 포함하여 수입 신고가를 기준으로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부가되는 구조로 판매관리비, 이윤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최근 국내 주류와 수입 주류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데는 이와 같은 구조의 영향이 크다. 기존에는 수입 주류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 이러한 문제가 이슈화가 되지 않았으나, 수입 주류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며 이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며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가격을 기준으로 한 종가세 체계를 주세 부과 방식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종가세 vs. 종량세
종가세와 종량세의 장단점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종가세의 경우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어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세율을 유지하기 편리하며 조세징수 관리가 편리하지만, 수입 주류와의 과세 형평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다품종 소량 생산, 고급주 생산 등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이 세금으로 직결되어 제품 고급화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울러 대규모 생산 체제를 가질수록 더 유리한 구조로, 고용 창출의 기회 역시 줄어든다.
종량세의 경우 국민건강 보호 강화와 소비자의 후생 증가에 긍정적이며 공평한 과세, 품목의 다양화 및 고급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중소기업의 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해 고용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점으로는 저가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상승하고, 물가 상승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져 실질 세수의 감소 우려가 있어 세율 변동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OECD 35개국 중 30개국이 종량세를 채택하여 주세 과세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 한국, 멕시코, 칠레만이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WTO와의 주세 관련 분쟁이 발생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1989년에 종량세로 전환해서 운용하고 있다. 그 외에 터키, 이스라엘, 중국, 콜롬비아 등은 종가세와 종량세를 혼용해서 채택하고 있다. 종가세를 유지하는 나라들은 세금 징수의 편의성을 추구하는 측면이 강하며, 특히 인플레이션이 심한 나라들이 조세 징수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세를 부과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조세의 징수와 함께 국민 건강의 보호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종가세는 저도주 소비를 유도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이 약하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수입 주류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며 수입 주류와의 과세 차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주류를 국내에서 제조하는 것보다 수입해서 유통하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주류산업의 근본적인 위기가 대두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게다가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할 경우 고급 주류의 생산에 제약을 받을 수 있고, 수입 농산물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국내 농산물을 주류에 사용하기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
종량세 전환 논의의 배경
이러한 이유로, 최근 수입 맥주가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늘려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획일화된 국내 주류를 저급 주류로 인식하고, 수입 주류를 고급 주류로 인식하는 등 국내 주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들어지는 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되는 맥주의 경우 FTA(자유무역협정)의 영향으로 최대 30%에 이르던 맥주의 수입관세가 철폐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가격적인 우위를 통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국내 주류 산업의 육성을 위한 정책적 방법으로 종량세 전환 논의가 힘을 얻게 되었다. 주류 산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식음료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소비가 늘어나면 국민 건강을 해치고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등 부정적인 면이 존재하므로 주류 산업은 국가가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끌고 가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진국들은 국민건강 보호를 중심축으로 하여 산업적인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며, 안정적인 재정 수입을 마련하는 한편 농산물 소비를 증가시켜 농업과의 연계를 추구하는 등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산업적 육성과 타 산업과의 연계 등을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며, 특히 농업과의 연계를 위한 연구와 교육 등의 지원체계를 만드는 데 큰 노력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인 과세 체계는 종량세 하에서 소규모 영제 주류제조업자를 보호하고, 자국 농산물 소비를 장려하기 위한 세제 혜택을 통해 가격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저도주에는 낮은 세금을, 고도주에는 매우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같은 주종이라 할지라도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경우 자국 전통주에 해당하는 청주의 경우 맥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위스키의 경우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등 전통산업을 보호하고 세수 확보의 측면을 잘 지키는 형태로 종량세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주류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반적으로 주류산업 규모가 줄어들고 정책적, 제도적 측면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하다.
주세 과세체계 개편 방향과 기대효과
주류산업은 전체 9조 원 정도의 시장이며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는 30조 원 정도 되는 시장이다. 전후방 연계 산업이 많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주세의 측면에서는 1960년대 전체 세수 중 주세가 10% 정도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1%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세금을 걷는 당위성도 전보다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정책 역시 주세법을 개정하며 규제를 많이 제거하고 있으나 아직도 불필요하고 과다한 규제가 존재한다는 점을 산업 육성의 측면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주류산업이 처한 환경에서 주세 개편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단적인 예로 위스키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제조하지 않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의 주세 체계로는 경쟁력 있는 가격을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주 분야 역시 산업구조가 취약하며, 전반적으로 주류 산업에 속해 있는 기업들이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촉진할 수 있는 농업과의 연계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 경쟁이 될 수 있는 선진국형 종량세로의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수입 주류의 시장 잠식이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형태의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세 과세체계의 개편 방향은 맥주만 종량세로 변경하거나, 주세율 72%를 적용받는 주종만 종량세로 변경하는 종가세/종량세 혼용 방식과 모든 주류를 종량세로 변경하는 것 등 크게 3가지 안을 고려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모든 주류에 대해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해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현재의 주세 과세체계 변화를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주세 과세체계 변화 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측면을 고려해 맥주부터 종량세로 전환하고,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해서 전체 주류에 대해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현재의 경제 상황과 당위성으로 볼 때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국민 건강을 보호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주류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산업적 가치 성장과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며, 안정적 세수확보 및 행정의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업계가 참여하는 충분한 토의를 거쳐 합리적인 주세 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EDI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