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맥주가 한국 시장을 만날 때- 미수입 맥주 시음회에서 세미나까지
맥주 하면 바로 떠오르는 ‘맥주의 나라’, 독일에는 현재 4,000개가 넘는 양조장이 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독일 맥주들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행사가 2019년 1월 9일 마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서는 기존에 수입되고 있던 맥주뿐만 아니라 독일 왕실 맥주를 포함한 다양한 국내 미수입 맥주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또한 다양한 주제를 다룬 세미나가 함께 열려 더욱 다채로운 행사 구성을 보여주었는데, 국내 주류 시장 현황, 독일-한국 간 맥주 유통, 맥주 잔이 맥주 테이스팅에 미치는 영향, 스페셜 비어를 테스팅하는 방법 등이 그 주제였다.. 이번 행사는 독일 전시회 주관사인 뉘른베르 그 메세(Nuernberg Messe)와 독일 중견 브루어리 연합체인 브라우 베비알레(BrauBeviale), 독일 주류 마케팅 회사인 베르베아젠투르(c.t.b. Werbeagentur)가 공동 주최했다.
시음회는 행사를 위해 한국에 방문한 독일 양조장 관계자들이 직접 부스를 맡아 진행했다. 덕분에 한국 소비자들과 직접만나 각자의 맥주와 양조장을 소개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열릴 수 있었다.
이번 행사에는 각종 수입사, 주류 관련 언론사, 업장 운영자 등 주류 관계자가 다수 참여해 추후 국내에서 독일 맥주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점쳐졌다.
행사에서 특히 많은 관심을 받았던 맥주는 맥주순수령을 제정한 바이에른 왕국의 왕가에서 만드는 독일 최고급 맥주 쾨니히 루드비히의 비텔스바흐(Wittelsbach) 맥주였다. 이 맥주를 만드는 가문은 맥주순수령을 만든 빌헬름 4세와 옥토버 페스티벌을 만든 루드비히 1세의 후손이며, 양조장은 독일 남부를 1000년간 다스린 바바리아 왕국의 계승자인 루이폴드 왕자의 소유이다. 바바리아 왕국을 기리기 위해 양조 되었으며, 와인 배럴에서 수년 동안 숙성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직접 시음해본 맥주에서는 캐러멜, 꿀, 아몬드의 풍미와 함께 은은한 와인의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무알코올 맥주부터 9도를 넘는 고도수 아이스복까지 폭넓은 양조를 하는 Störtebeker는 규모가 큰 독일 맥주 시장에서도 전년도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양조장이다. Störtebeker의 맥주들은 전반적으로 훌륭했지만, 특히 무알코올 맥주에서 수준급의 맛을 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가장 오래된 독일 맥주 브랜드이자 복(Bock)비어의 고향인 아인벡을 대표하는 Einbecker 양조장의 부스에서는 다양하고 특색 있는 복(Bock) 맥주들을 맛 볼 수 있었다. 14세기부터 양조를 시작한 Einbecker는 종교 개혁의 선구자인 마틴 루터가 최고의 맥주라고 극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Höss는 독일 최남단 Sonthofen에 있는 작은 가족 양조장으로, 3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양조장이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이 양조장은 경험과 진보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맥주들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Höss 양조장의 아이스복은 이번 시음회에서 마셨던 맥주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을 정도로 풍부한 향과 맛을 자랑했다.
이외에도 독일의 맥주 수도라고 불리는 쿨름바흐를 대표하는 쿨름바흐(Kulmbacher) 브루어리 등 여러 독일 양조장들의 부스들이 마련되어 다양한 시음 기회를 즐길 수 있었다.
독일 맥주들을 하나씩 맛보며 즐기다가,‘전용잔이 맥주의 맛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되멘스 코리아 이지희 대표가 진행하는 세미나에 참관했다. 이 세미나에서는 서로 다른 잔에 따른 같은 맥주를 직접 비교시음할 수 있었다. 어떤 잔에 어떻게 제공하는가에 따라서 맥주의 맛이 달라진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겠지만, 실제로 같은 맥주를 다른 잔에 따라서 비교하는 경험은 많지 않을 것이다. 향을 모아주는 TEKU잔과 일반 물잔에 같은 맥주를 따르고 향을 비교해보니, 확실히 TEKU잔에 넣은 맥주의 향이 훨씬 강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맥주를 온전히 맛있게 느끼고 싶다면 맥주에 맞는 전용 잔을 사용해서 즐기는 것이 맥주를 더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음 도중 독일의 저명한 비어 소믈리에인 안드레아 칼라이트의 특별 세미나도 함께 진행되었다. 시음에 사용된 맥주인 Höss 아이스복은 국내에서 마시기 힘든 스타일일 뿐만 아니라, 풍부하고 깊은 향이 매력적인 맥주였다. 안드레아의 특별 세미나와 함께이 맥주를 마신 경험은 큰 미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한국에서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이다. 종량세와 종가세를 둘러싼 이해관계 대립과 수입맥주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수입사 간의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독일 맥주 수입에 있어서 악조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맥주 스타일부터 국내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까지 다양하게 보유한 독일 맥주는 각각의 개성과 입맛에 따라 선택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만한 경쟁력을 분명 가지고 있다. 또한, 오래된 맥주 양조 역사에서 나오는 기본기 탄탄한 독일 맥주의 맛은 국내 주류 소비자들의 높아진 입맛에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리라고 예측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자리를 통해 좋은 퀄리티의 독일 맥주들을 자주 선보이게 된다면 독일 맥주에 대한 한국 시장의 관심도도 꾸준히 높아질 것이다. 이들은 3월에 열리는 대한민국 맥주 산업 박람회에 더 많은 독일 맥주와 함께 다시 한국을 찾을 것을 약속했다.
EDITOR_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