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에 가다랑어포를 넣었다고?!
맥주에 가다랑어포를 넣었다고?!
요호 브루잉이 말하는 감칠맛 나는 일본 맥주
감칠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감칠맛’이라는 단어만 봐도 벌써 입에 침이 고이지 않나요? 흔히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어딘가 부족하거나 매력이 없다고 느껴질 때, 우리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은 바로 감칠맛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본어로 ‘우마미(うまみ)'라고 하는 감칠맛은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모호하지만, 식욕을 돋워주는 좋은 친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감칠맛을 정면으로 활용해 맥주로 만들어낸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요호 브루잉 컴퍼니인데요. 감칠맛에 관한 생각과 ‘우마미 IPA’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브루 마스터 모리씨가 직접 들려줍니다.
우마미(감칠맛)란?
우마미(감칠맛)를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라멘의 국물을 마셔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끓는 물에 소금을 녹이는 것만으로는 매우 단조로운 짠 액체가 되지만, 여기에 약간의 우마미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맛이 복잡해지고 깊이가 생깁니다. 때로는 부드러운 풍미도 추가됩니다. 맛은 오감을 자극하고 "맛있게 느끼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식사도 맥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맥주 속 아미노산 함량의 증가는 맥주의 맛을 풍부하게 해주는데, 감칠맛도 같은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맥주에 감칠맛을 사용하게 된 이유
시작은 2011년경으로, 일본다운 소재를 사용한 맥주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적인 스파이스나 원료를 맥주에 넣는 것만으로는 단지 스파이스 맥주가 되어버려, 창의력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좀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일본의 소재를 맥주에 맞춰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었습니다.
몇 가지 원재료를 생각했을 때 힌트가 된 건 오이스타(굴) 스타우트로, 해산물을 맥주에 사용하는 방법은 참신하면서도 이치에 맞고 게다가 전통적인 맥주 스타일로서 정착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일본 재료로도 비슷하게 할 수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단계까지 오면서 맥주에 ‘가쓰오 부시(이하 가다랑어포)’를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는 비교적 쉽게 떠올랐습니다. 가다랑어포의 우마미라는 것은 일본적이라 알기 쉽고, 또한 우마미 성분이 효모의 활성을 높여주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이 이어진 것입니다.
처음 이 맥주를 양조했을 때는 벨기에 효모를 사용한 IPA였습니다. 가다랑어포에서 나온 우마미 성분을 부여함으로써 핵산의 함량이 늘어나 더 풍부한 에스테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가다랑어포에서 나온 우마미가 효모의 활성을 자극했기 때문인지 매우 강력한 페놀 향을 동반한 맥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풍미는 일본인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강한 페놀은 병원이나 약을 상기시켜, 싫어하는 일본인이 속출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들었지만··· 울면서 방침을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으로 도전한 것은 드라이하고 색이 옅은 IPA에 우마미를 맞춰보는 것이었습니다.
카라멜 몰트를 줄인 IPA는 홉 향을 돋보이게 해주지만, 때로는 너무 드라이해져서 맥주의 밸런스가 깨질 위험이 있습니다. 여기에 우마미가 있으면, 홉 향을 깨끗하게 강조하면서 감칠맛 깊은 IPA가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제 UMAMI IPA는 필스너 몰트와 밀 맥아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종 당도도 매우 낮지만, 질리지 않는 맛과 우마미에서 나오는 여운이 있는 맥주가 되었습니다.
우마미 IPA’에 감칠맛을 내는 방법
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다랑어포는 건조 및 훈제된 가쓰오(가다랑어, 생선)를 얇게 슬라이스한 것으로, 미소시루(된장국)나 간장 국물 등의 스프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원재료입니다. 가다랑어포를 뜨거운 물에 잠깐 넣었다 뺌으로써 매우 우수한 우마미 성분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UMAMI IPA는 라우터 턴(Lauter Tun)에서 가다랑어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약 80℃의 물에 몰트와 함께 스파징(Sparging)하면 우마미 성분이 맥아즙으로 빠져나갑니다. 가다랑어포를 장시간 끓이게 되면 좋지 않은 알싸한 맛이 나오므로 끓이는 것은 피합니다. 이는 일본 요리의 기술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또한 라우터(Lauter)을 거침으로써, 추출 후에는 스펜트 그레인(Spent Grain)과 함께 간단히 맥주에서 분리할 수 있습니다.
일본다운 맥주를 찾아서
우마미 IPA의 아이디어를 생각하기 시작한 진짜 이유는 미국 양조장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세계규모의 크래프트 맥주의 성공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의 크래프트 양조장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아메리칸 홉의 개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물론 아메리칸 IPA의 대단한 팬이지만, 뭔가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맥주를 만들어 일본 발상의 맥주 스타일로 정착할 수 있다면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재료와 일본 음식의 기술을 고민하며 맥주를 디자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차를 사용한 앰버 에일(Amber Ale)이나 게를 사용한 레드 에일(Red Ale) 등 몇 가지 시제품도 있었습니다. 잘 된 것도 실패한 것도 있었는데, 그러던 중 태어난 맥주 중 하나가 우마미 IPA입니다. 처음으로 제조한 것이 2012년으로(이였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Firestone Walker Invitational Beer Fest(FWIBF)에 게스트로 참가했을 때 가지고 간 맥주였습니다.
강력한 아메리칸 홉의 향기와 건조한 생선을사용한 맥주라는 컨셉은 매우 흥미롭게 받아들여져 주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 후 3년동안 FWIBF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일본 고유의 컨셉으로 만들어 낸 맥주는 우마미 IPA 뿐만이 아닙니다. 그 외에도 유자와 소금을 사용한 세션 에일, 술 지게미를 사용한 벨지안 스트롱 에일, 검은깨와 흑설탕등 흑색의 일본 재료를 사용한 로버스트 포터
일본의 맥주 소비 경향
일본에서 우마미 IPA에 대한 반응은 놀라움과 회의적인 시선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생선 냄새를 두려워해서(실제로는 생선 냄새는 일절 없습니다만···) 이 맥주를 멀리했습니다. 그러나 몇몇 팬들은 이 도전과 개성적인 맛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출시 당시 일본에서는 맥주의 재료에 가다랑어포를 사용하면 "발포주"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것은 맥주의 양조에 인정된 소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18년 4월에 법이 개정되어 몇가지 스파이스를 맥주 양조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오렌지 껍질이나 고수같은 스파이스가 대표적입니다. 무려 사용 가능한 스파이스 중에 "가다랑어포"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가다랑어포를 사용한 맥주는 전 세계에 우마미 IPA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법 개정은 우마미 IPA의 위대한 승리였습니다! 새로운 컨셉과 제조법, 그리고 그 맛이 일본에 받아들여진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Hazy IPA와 사워 맥주 등은 일본의 크래프트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인기입니다.
단지 일본의 팬들은 언제나 새로운 맛을 찾고 있으며, 매우 다양한 취미와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온도와 습도 등 기후와 맞추는 요리와의 궁합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도 특징입니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무엇을선호하는지는 확정할 수 없습니다. 최근 Brut IPA가 발표됐을 때 매우 큰 반향이 있었던 것만 봐도, 아메리칸 홉이 인기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다만, 아직 ‘일본다운 맥주’라는 것이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미래에 일본인이 "이것이 우리의 맥주"라고 자랑할만한 맥주를 제안할 수 있으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요호 브루잉의 모험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EDITOR_마사후미 모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