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키워드로 둘러보는 BrauBeviale 2018
‘맥주 축제’ 하면 많은 경우 독일의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를 떠올릴 법하다. 하지만 맥주 산업 종사자들이 몰리는 축제는 따로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독일은 세계 1위 국제전시회 개최 국가로서, 전시회 관련 산업이 고도로 발전한 ‘전시산업의 메카’이다. 독일 전시협회 AUIMA의 2017년 설문 조사 결과, 독일 전시 참가업체들은 ‘전시회’를 ‘홈페이지’ 다음으로 B2B(Business to Business)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했다. 그 정도로 독일에서는 전시회가 의미 있는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내는 유용한 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아름다운 도시 뉘른베르크에서 매년 열리는 ‘브라우베비알레(BrauBeviale)’는 세계 음료 산업을 위한 가장 영향력 있는 생산재 무역 박람회 중 하나로, 특히 맥주 산업을 비중 있게 다루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열린 2018년 브라우베비알레에는 총 1,095개 업체가 전시에 참가했으며 그중 53%가 46개국의 국제 기업으로 구성되었다. 맥주의 원재료, 기술, 부품, 포장재, 부대 용품 및 마케팅 관련 다양한 형태의 전시와 부대행사로 구성되었다.
비즈니스 성사를 위한 네트워킹
산업 박람회인 브라우베비알레는 B2C(Business to Consumer), 즉 기업과 고객 간 서비스보다는 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를 기반으로 한 B2B(Business to Business)에 초점을 맞춘 행사다. 따라서 단순히 브랜드와 상품을 전시하며 홍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간 실질적인 비즈니스 협력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각 전시 부스에는 편하게 자리를 잡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미팅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다양한 업계를 아우르지만, 특히 양조업계의 ‘만남의 장소’로서 활발한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며, 실제로 그 자리에서 비즈니스가 성사되기도 한다.
꼭 전시장 내부가 아니라도, 행사가 진행된 뉘른베르크 메세 (Nürnberg Messe) 안의 다양한 회의장에서 개별적인 만찬이나 네트워킹 행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장사' 아닌 '브랜딩’
각 전시 부스에는 업체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장식품의 재질, 전체적인 색감, 제품의 배치 등 부스 디자인에서부터 해당 브랜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으며, 심지어 부스에 진입하기 위한 턱의 높낮이로도 브랜드의 타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각 부스에 적혀있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문구 역시 그저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We design DRINKS(음료를 디자인합니다)’, ‘Always Solving(언제나 해결 중)’, ‘Feeding life with technology(기술로 삶을 유지하다)’, ‘Reinventing Glass Everyday(매일 유리잔을 재창조합니다)’ 등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취급하는 서비스의 성격을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고심해서 만든 문구가 눈에 띄었다.
당장의 매출을 위한 전시가 아니라, 마케팅 수단으로서 브랜드의 존재감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시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속 가능성
박람회 측에서 올해 던진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지속 가능성’ 혹은 ‘미래 가용성’이었다. 다가오는 불확실한 미래에도 안정적이고 유동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이 중요하단 의미다. 자동화, 디지털화, 소비자 행동 변화, 협력 관리 등 다변화되는 현상이 산업계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음료 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점검해볼 기회이기도 했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생산 방법으로서의 ‘지속 가능성’ 역시 여기 해당한다. 실제로 ‘페트 재활용’, ‘수질 관리’ 등을 주제로 한 포럼과 전시가 진행되었고, 관련 제품을 홍보하는 부스에서도 자신의 제품이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강조했다.
체험으로서의 맥주 시음
브라우바비알레 전시장에 들어서면 아침 9시부터 당연한 듯 맥주를 즐기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대부분의 부스에서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는 맥주를 무료로 서브하느라 여념이 없으며, 어디를 가나 독일 전통 빵인 브레첼(Brezel)은 빠지질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산업 종사자들이 방문객의 대다수를 이루기에, 맥주로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제품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홉, 맥아, 효모 등 맥주 원재료를 전시하는 부스는 말로 백번 설명하는 것보다 재료가 들어간 맥주를 맛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가 하면 케그(Keg) 제품을 전시하는 부스 역시 자사 케그에 담긴 맥주를 서브하고 있었다.
영양가 없이 박람회를 둘러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방문객이 행사 전반에 깊숙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콘텐츠가 있다는 점에서, 전시의 본질에 집중한 박람회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전시 행사뿐만 아니라 국제 맥주 대회인 유러피안 비어 스타, 업계 이슈에 관해 발언하는 포럼 등 굵직한 부대행사를 통해 다양하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짐으로써 더욱 풍성한 박람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맥주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에서도 맥주 시장의 생산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맥주 회사의 브랜드를 공고히 하고, 장기적인 미래를 그리며, 열린 토의와 타 분야와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국제적 박람회가 탄생할 수 있길 희망한다.
EDITOR_홍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