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음식에 대한 세상의 모든 솔루션, ‘크로네스’ 본사를 가다
마시는 음식에 대한 세상의 모든 솔루션, ‘크로네스’ 본사를 가다
뮌헨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반쯤 차로 아우토반을 달리면 ‘Neutraubling’ 라는 작은 도시가 나옵니다. 주변에 제법 큰 도시로는 레겐스부르(Regensburg)가 있는데요, 아담한 이 도시는 세계적인 맥주 장비 회사인 크로네스 본사가 있는 것으로 더 유명합니다. 아마 우리나라로 따지면 수원 근교 기흥에 삼성전자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회사가 크고 매출 규모도 대단합니다. 작년 2017년도 매출액은 36억 9000만 유로 정도라는데요, 환산하면 약 4조 8천5백억 원이랍니다.
맥주 박람회를 보러 독일에 가는 김에 세계 최고의 장비를 만드는 공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보고 싶어서, 크로네스 코리아에 미리 방문 요청을 했습니다. 지난 11월호에서 중국의 맥주 장비 업체를 인터뷰하고 기사를 썼는데 이번에 또 맥주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시장에 다양한 맥주 장비와 브랜드를 소개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외국 맥주 박람회를 다녀보면 정말 수많은 양조 장비업체를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나라 맥주 회사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장비를 선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로네스 코리아 변승문 대리의 안내로 뮌헨에서 크로네스 본사로 갔습니다. 주차장에 주차한 뒤 미팅 장소가 있는 본관으로 걸어가는 길까지도 꽤 한참일 만큼 회사는 큽니다. 로비에 도착하니 선하게 생긴 베르너 슈페버(Werner Sperber)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그는 아시아 퍼시픽 시니어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크로네스는 맥주를 포함한 주류는 물론이고 우유, 물, 음료수 등 마시는 모든 것을 생산하는 솔루션을 가진 ‘토탈 솔루션 회사’라고 합니다. 전 세계 만 육천여 명의 임직원이 아흔세 개의 자회사 및 해외오피스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마흔세 곳의 엔지니어링 센터와 독일, 미국, 헝가리 등 열다섯 곳의 생산 공장을 통해 크로네스 설비를 공급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글로벌기업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커서 놀랐습니다.
이렇게 큰 기업도 처음에는 한가지 기계를 개발해서 그것이 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사내 박물관으로 우리를 안내한 베르너 슈페버(Werner Sperber)는 초창기 기계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보여주고 설명해 줍니다.
크로네스는 음료 제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아우르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보유하여 턴키(Turn key) 라인 제공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업계를 선도하고 있으며, 턴키라인 외에 음료 원액 제조 설비, 보틀링 설비, 물류 창고 시스템, 그리고 재활용 시스템 등에 전문적인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물관을 다 보여주고 이제 본격적으로 공장을 둘러보자고 합니다. 현재 공장에는 브루잉 장비는 볼 수 있는 것이 없고, 보틀링(bottling) 장비나 패키징(packaging) 장비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다양한 사이즈의 패키징 장비를 보니 소규모 양조장에도 이런 장비 하나있으면 다 해결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옛날부터 독일은 기술자의 나라라고 들었는데, 많은 기술자들이 각자 자기가 맡은 파트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공장 방문 시 아쉬웠던 점은 공장 내부로 들어가서부터는 사진 촬영을 못 한다는 점입니다. 사진을 보고 다른 회사들이 기술을 카피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그렇다는데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대신 공장 사진 몇 장은 받기로 합니다.
각각의 기계 앞에는 주문받은 회사, 국가, 마감 날짜가 적혀있는데, 정말 전세계에서 주문을 받아서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한 공장을 지나면또 다른 공장이 나오고, 또 지나면 또 나오고…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입니다.
카지노(Casino)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은 전세계에서 오는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서 만든 고급 레스토랑입니다. 독일의 일반 식당은 음식이 대부분 짠데, 여기는 짜지 않고 맛있는 음식이 나옵니다. 맛있는 로컬 맥주와 함께.
점심을 먹고 회의실에서 우리를 맞아 준 사람은 크로네스에서 24년간 일하고 18년 넘는 기간동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세일즈를 담당해온 Peter Buchhause 부사장입니다. 크로네스 코리아 직원이 말하기를 정말 만나기 힘든 사람이라고 하여, 궁금한 점 몇 가지를 물어봤습니다.
전통의 맥주 강국 독일 맥주 시장은 미국이나 캐나다, 아시아와 다른 유럽과 다른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하이네켄이나 ABInBev와 같은 거대 기업 없이 1000여 개의 브루어리가 각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는 맥주를 생산하여, 개성있고 맛있는 맥주를 생산하고 그것을 소비하는 구조라고 합니다. 아시아의 경우 일본도 4개의 큰 회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한국도 2-3개의 회사가 주도하고, 미국도 크래프트 맥주 이전에는 큰 회사 위주로 맥주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점에 비해서 독일은 굳이 ‘크래프트 맥주’라고 부르지 않더라도 이미 그처럼 존재하고 유지해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러고 보니 알트비어, 헬레스, 퀄시, 베를리너바이세, 헤페바이젠, 복비어 등 독일에서 시작된 맥주가 많고 지금도 독일 전역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크래프트 맥주 씬에서 자주 사용하는 로컬비어이고 크래프트 맥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속성은 비슷한데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구나 생각해봅니다.
하나의 작은 병입 기계에서 시작한 크로네스는 이제 독일을 대표하는 음료 솔루션 회사로 자리매김했는데요. 이들의 철학과 비전이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술개발입니다. 크로네스는 2008년부터 TUV SUD로부터 인증받은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통해 신제품 개발시 당사 제품이 에너지 고효율적이고 자연 친화적일 수 있도록 고유 절차를 마련하여 강력히 자리 잡았습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서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솔루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세일즈를 담당해온 베테랑다운 말입니다. 제조업에서 출발해 솔루션 회사를 지향함으로써 회사가 성장하고, 기술의 발전을 통한 효율과 편리가 우리가 사는 환경에 이로울 수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기술은 우리 모두의 삶이 지속 가능할 때 더가 치가 있다는 사실과 함께.
EDITOR_이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