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 대회가 아마추어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홈브루어에서 맥주 심사관으로
홈브루잉 대회들은 첫 도전자들에게는 낯설고 두려울 수 있다. 이 글의 목적은 대회들에 대한 미신을 깨는 동시에 대회에 나갈 이유와 대회에서 수상할 가능성을 높일 방법을 알리는 것이다.
시리아 알레포에서의 교직을 떠난 이후, 한국에 온 지 7년이 되었다. 당시에 내 아내는 임신했었고, 나는 교편을 다시 잡지 않고 가정주부가 되었다. 그때 나는 친구 없이 새 도시에서 새로운 것들을 배울 시간만 많이 가지고 있었다. 추출 맥주를 만들어 본 적은 있었지만 나는 양조에는 여전히 초보였다. 당시에 대구에서 크래프트 맥주는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나는 흥미가 가는 맥주들을 하나씩 만들면서 브루어로서 성장했다. 지금은 가장 친한 친구가된 친구는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만났는데, 경산에 살고있는 다른 외국인 브루어였다. 그 친구가 대구에 사는 외국인 브루어들을 나에게 소개해주었고, 덕분에 우리는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함께 맥주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핸드앤드몰트 브루잉의 전 브루어 로완 채드윅이 주최한 국제적인 양조 대회에서 나는 브루어로서 발을 넓혔다. 서울과 부산에서 온 홈브루어들과 경쟁해보기 위해 참가한 이 대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BJCP(맥주 심사 자격 프로그램)에서 인증한 대회였다. 이 대회를 통해 나는 맥주 심사관이 되는 온라인 시험을 위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에 대구 친구들과 함께 서울에서 진행되는 수상식에 참가했는데, 내가 낸 네 가지 맥주가 모두 입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 중 벨지안 다크 스트롱 에일은 최우수상을 받았다. 대회에서 우승한 보상으로 나는 더 부스 브루잉 컴퍼니와 함께 협업해서 맥주를 양조할 기회를 얻었다.
대회에서 우승을 하자 나는 양조에 있어 더 경쟁력을 키우고 싶어졌다. 동시에 나는 맥주 심사관이 되어 다른 홈브루어들이 자신의 맥주에 대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대회를 주최하고 싶어졌다. 그로부터 2년 후에 대구 친구들과 함께 나는 우리의 심사 능력을 연습하는 동시에 맥주 커뮤니티에 환원하기 위해서 스타우트에 집중한 국제 대회를 주최하기로 했다. 거기에서 시작한 대구 스타우트 스맥다운은 현재 BJCP가 승인한 국내 최장수 대회가 되었다. 이 대회를 주최하면서 나는 한국의 홈브루어들을 만났고 대구의 ‘맥만동’ 모임도 알게 되었다. ‘맥만동’은 지난 15년간 국제 양조 대회를 주최하고 있었는데, 그만큼 이 대회가 의미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은 대회란
내가 참가하고 심사하고 주최한 대회들에서 5년간 나는 대회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좋은 대회의 요건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참가하고 심사한 대회들 중 가장 우수한 대회들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와 스타우트 스맥다운에 대회 주최 회장이자 심사관장으로서 도입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최고의 심사관들을 고용하고 대회 마케팅을 도왔으며 수상자들을 위한 상을 마련하고 심사관들을 위한 음식을 마련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수상식과 애프터파티를 주최했다.
대회를 주최하는 데에는 다양한 동기가 있다. 간단한 동기로는 맥만동 대회처럼 홈브루어로서 다른 사람들과 실력을 겨루고 싶은 욕망도 있고, 다른 동기로는 카브루 대회나 어메이징 브루잉 대회처럼 마케팅 효과를 보는 동시에 홈브루잉 커뮤니티가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비즈니스적 욕망도 있다. 브루어들 또한 대회에 참가하는 데에 다양한 동기들이 있다. 심사관들로부터 정확하게 자신의 맥주를 평가받고 싶은 욕망도 있고, 맥주를 더 발전시킬 방안을 조언받고 싶은 욕망도 있을 것이다. 좋은 대회는 무조건 참가자들에게 점수를 알릴 의무가 있는데, 참가비가 만 원에서 이만 원 사이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나는 참가자로서 종종 돌려받는 점수표를 통해 대회의 질을 알 수 있었는데, 만약 점수표를 주지 않는 대회라면 더 이상 참가하지 않았다. 심사관으로서 참가자들이 좋은 점수를 받지 않았더라도 좋은 조언을 해주는 것은 참가자들의 만족도에 아주 중요하다. 그런 조언을 위해서는 맥주를 더 풍부하게 묘사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정중하고 긍정적으로 피드백을 전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맥주 심사관으로서의 경험
종종 참가자들은 맛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 발전할 방법을 구하기 위해 맥주를 제출하기도 한다. 맥주 심사관으로서 이런 부분은 확실히 즐거운 부분은 아니나, 아마추어 브루어들의 전반적인 실력이 나아지는 것을 돕는 일이다. 스스로를 맥주 심사관이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은 으레 “나도 그 직업 가지고 싶어요!”라고 하지만, 사실 절반 정도가 마시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결점이 있는 맥주들을 열 잔 정도 내리 마셔야 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좋은 맥주는 일곱 개 중 하나에서 열 개 중 하나 정도로 드물지만 그런 맥주들을 만나면 심사관으로서 기쁘다. 그래서 대회에 참가할 때에는 심사관들이 한 번씩 좋은 맥주를 마실 수 있게끔 아주 신경 쓴다. 나는 미국의 인디아나 주립 박람회 대회에서 두 번 심사했는데, 홈브루잉 맥주와 전문 맥주가 각각 750개나 출품되는 대회였다. 그 두 번 중 한 번은 전문적으로 양조된 맥주였고 한 번은 홈브루잉 맥주였다. 홈브루잉 맥주는 전반적으로 전문 맥주보다 맛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좋은 홈브루잉 맥주는 좋은 전문 맥주보다 맛이 뛰어났다. 맥주 심사관이라는 직업을 통해 나는 다른 곳에서는 먹어보지 못할 재료들과 스타일로 만든 맥주들을 먹어볼 수 있었다.
대회에서 수상한다는 것
홈브루어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또 다른 큰 이유 중 하나는 상을 위해서다. 맥주 회사들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상금은 꽤 클 수 있고, 브루어 한 명이 천만 원을 받을 수도 있다. 홈브루 모임들이 주최하는 대회는 보통 스폰서들에게서 몰트나 브루어리 상품권, 홈브루 샵 상품권, 펍 상품권 등의 상을 기부받는다. 상이 더 크면 참가자들이 더 몰리고 자연스레 입상도 더 어려워진다. 주기적으로 대회에서입상하는 브루어에게 물어본다면 최우수상은 실력과 운의 조합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자신의 맥주가 한 세트 중에서 어느 순서에 있는지, 심사관들의 취향과 기분이 어떤지, 맥주의 보관 상태가 어떤지 등 최우수작을 골라내는 데에 많은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브루어들은 꾸준히 깔끔하고 맛 좋은 맥주를 만들어서 경쟁력을 키우는데, 최우수상이 아니더라도 입상은 하기 마련이다. 대회에서 입상을 하고 싶은 홈브루어라면 맥주 심사관이 되어볼 것을 추천한다. 맛과 맥주 스타일, 양조 과정이 맛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을 공부하는 것이다. 고든 스트롱이 쓴 <더 나은 맥주 만들기(Brewing Better Beer)>는 이런 것들을 공부하기에 좋은 책이다. 대회에서 입상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알맞은 스타일 카테고리에 자신의 맥주를 제출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심사관으로서 아주 맛 좋은 맥주를 만났는데 엉뚱한 카테고리에 제출이 되어있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감점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심사관들 사이에서 종종 하는 말이 있는데, “만들고 싶은 맥주 카테고리에 제출하지 말고, 만든 맥주에 맞는 카테고리에 제출해라.”라는 말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IPA를 시도했는데 호피하지 않거나 쓴 맛이 없다면 차라리 아메리칸 페일 에일로 제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만약 양조 대회에 관심이 있다면 유명한 대회에 먼저 참가해보고 자신의 취향과 맞는지 판단해보기를 바란다. 대회를 고를 때에는 어떤 식으로 심사가 진행되는지(BJCP 스타일, Doemens 스타일,등등), 누가 맥주를 심사하는지, 그리고 점수표를 돌려주는지 등을 알아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은 항상 제공되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대회 주최자에게 연락을 해서 물어보면 도움이 된다. 홈브루어들은 한 친절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최자들은 기꺼이 연락에 회신할 것이다. 양조 대회가 모두의 취향에 맞지는 않지만 취향에 맞기만 한다면 아주 즐거운 취미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마지막 이유는 경쟁심이 강해서 이기고 싶기 때문이다. 양조 대회에 참가하면서 나는 내가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스스로가 잘 해내는 것을 보며 즐거움을 느꼈다. 내가 존경하는 브루어들을 포함해서 많은 참가자들이 참여한 대회에서 수상했을 때의 쾌감은 아직까지 기억한다.
릭 플레어가 말했듯,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최고를 앞질러야 한다.” 언젠가는 대회에 그만 참가할지도 모르겠지만 대회에 참가하는 다른 브루어들 모두를 존경하고 그들의 승리 또한 의미 있기를 바란다.
EDITOR_Jared H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