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
맥주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할 확실한 방안은 종량세다
7월 10일 오후 3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최로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을 주제로 각계의 전문가, 유관부처 담당자, 관련업계 종사자, 일반인 등의 의견을 청취하고 토론을 통해 정책 방향에 도움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김유찬 한국 조세재정연구원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공청회는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주제발표와 계명대학교 윤영진 교수를 좌장으로 강성태 한국주류산업협회장,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성명재 홍익대학교 교수, 윤종건 국세청 소비세과장, 임성빈 수제맥주협회 회장,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참여한 토론, 객석토론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객석에는 국내 소규모양조장을 운영하는 대표, 기자, 맥주수입사등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자리를 빼곡히 매워 맥주의 종량세 개편에 매우 높은 관심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주류시장 현황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종가세가 한국 맥주와 수입 맥주의 과세 불공평을 유발하고 있다며, 맥주는 전체 주류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종으로 맥주시장에서 불완전경쟁을 개선함과 동시에 개성 있고 높은 품질의 술을 생산할 수 있도록 조세 체계의 개선이 필요함을 이야기 했다.
이어진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최근 글로벌 맥주기업의 국내시장 진출과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지속적인 소비자 기호의 다양화와 고급화라는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수입맥주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경쟁으로 인한 맥주의 가격 인하와 다양한 맥주의 선택 가능성은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이나 음주소비 증가로 연결될 경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술, 담배와 같은 기호품에 대한 과세가 이들의 소비로 인해 유발되는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는데 충분한지에 대한 논의에 있어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주세 정책은 단순히 재정수입의 확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외부 불경제의 교정, 세 부담의 형평성, 소비자 후생 증대, 관련 산업에 미치는 효과, 시장경쟁의 공정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입안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주세 전반에 걸친 개편은 간단한 문제는 아니며, 현재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다른 과세표준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맥주에 대한 과세체계 개편 논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주세제도와 해외사례
우리나라는 주정의 경우 종량세를, 주정을 제외한 모든 주류에 대해 종가세의 과세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맥주의 경우 72%의 세율을 적용하고, 주세액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를 부과한다.
맥주의 연간 주세액은 납부세액 기준 1조 6,356억원(2017년 추정치)으로 전체 주세의 49.9%를 차지한다. 매년 주세의 징수액은 증가하고 있으나 전체 내국세 세입 중 주세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2016년 기준 전체 내국세 세입중 1.53%를 차지하고 있다.
OECD 35개 회원국을 볼 때 30개국은 모든 주류를 종량세 방식으로 과세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3개국(우리나라, 칠레, 멕시코)은 모든 주류를 종가세 방식으로 과세하고, 나머지 2개국은 특정 주류만 종가세 방식으로 과세하고 있다.
또한 35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23개국은 소규모 맥주 제조업에 조세감면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부분과세, 환급등의 방식으로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OECD의 35개 회원국중 22개국은 EU 회원국으로, 이들 나라는 각국의 차이는 있지만 EU의 지침에 따라 종량세로 과세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맥주시장에서 국내 제조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맥주 수입량은 계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87년 EC(European Community, 유럽 공동체, EU의 전신)가 제기한 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 and Trade: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주류의 과세체계를 포괄적으로 개편하며 1989년 4월 주류에 종량세를 도입했다.
맥주부터 종량세로
맥주 과세체계의 개선 방안으로는 맥주만 종량세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 종가세 체계는 유지하되 국내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표준을 통일시키는 방안, 납세의무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종가세 체계는 유지하되 국내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표준을 통일시키는 방안의 경우 수입맥주에 대해 통상마찰을 우려해 이미 폐지한 방식을 부활시킨다는 점에서, 납세의무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은 세원관리 및 탈세방지의 어려움과 징세 비용의 과다한 발생 면에서 현실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현행 종가세 방식에서 발생하는 세제상의 불형평성을 해소할 수 있으며, 세수 중립적인 수준에서 종량세를 결정하고, 물가 인상분을 반영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또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세율 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현재 국민주로 불리는 소주와 같은 증류주를 포함한전 주종에 걸친 종량세로의 전환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토론은 계명대학교 윤영진 교수가 좌장으로 학계, 논설위원, 업계의 목소리, 정책당국의 의견을 듣는 순서로 이어졌다. 윤영진 교수는 조세는 1차적으로는 재정수입의 확보, 2차로는 정책적 목적, 마지막으로 3차적으로 정치적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함을 강조했다. 주세와 같은 조세의 경우 외부불경제를 발생시키는 재화를 통제하는 목적이 담겨 있으며, 조세로 인한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을 주지시켰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홍익대학교 성영재 교수는 ‘주류는 가격에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술 담배와 같은 경우 단기적으로는 중독성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가격에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의 수입맥주 시장점유율 증가의 원인은 국산맥주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의 조세 체계는 나름의 균형을 가지고 있는데 맥주만 종량세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이 균형을 깨는 것으로 위스키, 소주 등도 종량세로의 개정 압박에 처하게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조세정책에 있어 세수, 산업, 후생 등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하지만 현재 주세는 세수로서의 가치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주장했다 또한 “현재 논의의 본질은 수입 맥주가 밀려 들어오는 상황에서 불합리한 점을 제거하자는 것”으로 산업적인 측면과 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맥주부터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한 타 주류의 경우 종량세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맥주의 종량세 전환 후 시행해 본 후 부작용을 손질해서 전면적인 종량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결과적으로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고급주를 소비하는 세대가 된 것으로 돈이 없어서 술을 못마시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일본은 사케, 중국은 백주, 유럽의 와인은 산업적 측면에서 세제적 측면에서 우대하는 국가도 있으며, 러시아의 경우에도 보드카의 고급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주류 산업은 붕괴 상태로 고급주를 제조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투자가 일어나기 쉬우며, 고급주 시장이 성장할 수 있음을 들어 이러한 문제점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써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토론자로 나선 강성태 한국 주류산업협회 회장은 ‘이번 공청회의 목적인 국내외 주류 차별 해소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며, “국내외 맥주의 가격 차별로 인해 국산 맥주가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종량세”라는 의견을 보였다. 다만 가격적 문제 외에도 국내 맥주에만 적용되는 출고가격 신고제도, 빈 용기 보존금 제도 등 비가격적 문제 역시 업계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국내 맥주 생산에 있어 수입되는 맥아의 관세는 국내 맥주 업체의 경쟁력을 저하 시키고 있어 할당 관세의 폭을 늘리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주류산업도 하나의 산업으로 고용, 산업 연관효과가 크며, 이런 면에서 종량세의 크기를 얼마나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증류주로까지 종량세를 확대하는 면에서 소주에 높은 세율을 부과하면 소비자가 받아들이기 힘듦으로 완충 기간이 필요하며, 맥주가 종량세로 개편될 경우 소주에 72%라는 높은 세율이 부과하는 것이 맞느냐는 인식이 있을 수 있으므로 설득을 위한 논리도 필요하다고 했다.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은 ‘종량세로 전환되는 것에 환영하며 수제맥주 업계의 성장을 기대한다’고 했다. 또한 적정 수준의 주세 경감 혜택이 필요하며, 우리나라의 수제맥주 양조장들은 해외에 비해 높은 비용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의 주세 체계로 인해 많은 인원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음과 함께 높은 세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함을 주장했다. 이러한 면에서 “소규모 양조장에 대한 세제 혜택이 얼마나 적절하게 설정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윤종건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주세 과세체계는 오래전부터 논란이 된 것이 사실로, 최근 종가세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하고 있다.”며, “맥주 종량세 전환을 국세청에서 기재부에 건의했다.”고 했다. 또한 무엇이 우리나라 현장에 적합한 제도인가를 기준으로 생각할 때 “맥주의 시장 점유율 중가는 소비자 기호의 변화가 크지만 수입맥주와 국내 맥주의 역차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종량세로 이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더불어 모든 주류의 종량세 개편은 신중해야 하며, 맥주와 와인이 해외의 대중주임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소주가 대중주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서 방청객들과의 객석 토론이 이어졌다. 제주맥주의 권혁기 대표는 종량세로의 변경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종량세 개편 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특히 현재의 소규모 맥주제조자의 120KL시설 상한으로는 생산량이 전체 수입맥주 출고량의 0.8%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과 일반 유통을 하고 있는 소규모맥주제조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네하임의 김정하 대표는 주세 납부액 중 기계의 감가상각액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종량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더불어 현재 소규모맥주제조자는 주세 과세표준 경감 혜택을 받고 있는데 종량세 전환 후에도 구간별 혜택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현재 일반면허와 소규모 면허가 분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일반면허 업체가 소규모 면허를 다시 내는 경우가 있음을 지적하며, “일반면허를 가지고 있는 중규모의 회사가 점점 늘어나야 산업이 성장한다. 그나마 세제 혜택이 있는 소규모 면허를 다시 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종량세 전환 후 세금 인하 구간을 설정해서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종량세의 전환이 맥주업계에서 바래왔던 것 중 하나이며, 주류가 언제나 규제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기호의 시대로 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다양성을 지켜가는데 맥주의 다양한 미각적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왜 맥주에 관해서 먼저 종량세로 전환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하며, 국내 맥주 3사의 점유율 하락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독과점 환경이 올바른가 역시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전통주의 경우 주류 전체의 0.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먼저 종량세 전환의 요구가 있었으나 반향이 없다가 맥주가 먼저 움직이는 것이 안타깝다는 지적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질의응답 과정에서 윤정관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 상승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며 “다만 그 상승 요인 중 불합리한 면이 있지 않느냐, 그리고 그 부분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종량세 개편이 논의된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국세청은 불공정한 상태가 지속되어 국내 주류 산업에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 안된다고 생각하며, 세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종량세로의 개편이 상당히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빠른 진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건의를 하고 있으나 국회에서 입법이 되어야 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맥주에 부과되는 주세의 성격은 국세와 지방세의 성격을 모두 띠고 있다. 주세는 국세이기 때문에 국가가 징수한다. 그러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재원으로 편성되어 있어 주세가 감소하는 것을 지방 재정이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세수 중립적인 종량세의 개편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맥주에서 시작했지만 여러 주종, 세법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맥주의 종량세 개편은 매우 중요하다는 점과 맥주 시장의 국산맥주와 수입 맥주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공청회는 막을 내렸다. 세법 개정안에 맥주의 종량세 개정 포함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