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 맥주 시장 강자 ‘진두유통’을 만나다
“맥주는 아는 만큼 팔 수 있다”
맥주, 소주, 와인부터 위스키, 코냑, 보드카, 진 그리고 라들러 등 알코올이 포함된 음료까지… 수백 평이 넘는 창고에 온갖 종류의 술이 가득 쌓여 있는 곳. 애주가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종합주류도매사 창고의 모습이다.
종합주류도매사는 주류 제조자나 주류 수입업자로부터 주류를 직접 구입해 펍, 음식점, 마트, 편의점 등 소매업자에게 판매하는 일을 한다. 탁주 등 일부 주류를 제외한 주류를 유통할 수 있다. 국세청으로부터 면허를 받아야 하며 2016년 말기준 전국적으로 종합주류도매 면허를 갖고 있는 업체는 1150개다.
그동안 국내 종합주류도매사들은 크래프트 맥주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시장 트렌드에 맞춰 크래프트 맥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최근 크래프트 맥주 전담팀을 만들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종합주류도매사 진두유통의 이승원 대표와 김국진 상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주류 도매사의 새로운 고지 ‘크래프트 맥주’
1990년 설립된 진두유통은 서울 서대문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3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현재 이승원 대표가 창업주인 부친으로부터 사업을 이어받아 진두유통을 이끌고 있다. 이승원 대표는 이제 막 30대에 들어선 젊은 CEO로 주류 배달 업무에서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다.
최근 진두유통에 합류한 김국진 상무도 주류 도매사 2세다. 부친의 회사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해 주류 도매 업계에 종사한 경력이 총 25년에 이른다. 특히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해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진두유통에서는 김국진 상무의 입사를 기회로 크래프트 맥주 팀을 신설하는 등 본격적으로 크래프트 맥주 사업에 나서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존 종합주류도매사들이 크래프트 맥주를 다루기가 쉽지는 않다. 김국진 상무는 “다품종을 소량씩 다뤄야 하기 때문에 발주, 재고 관리, 마케팅 등 전 영역에 걸쳐 기존 제품들보다 비용과 품이 훨씬 더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또 크래프트 맥주는 필터링이나 저온 살균 등을 거치지 않고 출하되는 경우가 많아 맥주 관리에 훨씬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 때문에 냉장창고를 마련해야 하고 냉장 배송(콜드 체인) 시스템에도 투자해야 한다. 위스키나 와인을 한 종 추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렇게 큰 비용과 노고가 들어가지만 크래프트 맥주에서 이익을 크게 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브루어리에서 출하되는 가격 자체가 고가이기 때문에 도매사에서 여러 비용을 감안해 마진을 붙이면 시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가격대가 된다. 이승원 대표는 “당장 크래프트 맥주가 눈에 띄는 캐시 카우는 아니지만, 성장성이 큰 분야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회사를 알리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맥주 유통 경쟁력은 제품 지식
진두유통의 크래프트 맥주 부문은 팀이 만들어진 지 서너 달 만에 급성장하고 있다. 일단 취급하는 제품 수가 압도적이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라면 진두유통에서 모두 찾을 수 있다. 다루는 수입 맥주만 해도 1500종이 넘을 정도다. 어느덧 크래프트 맥주 매출이 진두유통 전체 매출의 10%가량을 차지할 만큼 올라왔다.
비결이 무엇일까. 김국진 상무는 “우리의 경쟁력은 제품에 대한 지식”이라며 “크래프트 맥주는 모르면 못 판다”고 강조했다.
무엇을 세일즈하든 제품에 대해 잘 아는 것은 기본이지만 크래프트 맥주는 워낙 다양한 데다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상무는 직접 인터넷 서핑을 통해 수입사에서 주는 정보 외에 제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수집해 고객들에게 안내한다. 그는 “단순히 맛에 대해 평가하기보다는 맥주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대중성 있는 제품을 추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은 크래프트 맥주 도매업 종사자가 갖춰야 할 소양과도 연결된다. 주류 영업 업무에는 기본적으로 맥주 배달 업무가 포함돼 있다. 특히 크래프트 맥주는 소량의 제품을 여러 업장에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제대로 영업을 하려면 맥주 스타일, 재료 등 맥주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밀려 들어오는 신제품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 김 상무는 “무엇보다 의욕이 중요하다”며 “맥주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일이 힘들어도 재미를 느끼고 공부하며 오래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 방법에서도 크래프트 맥주는 다른 주류와는 차별화된다. 기존 주류 영업이 주로 업주들과 술자리를 갖는 형태였다면 크래프트 맥주 영업의 핵심은 ‘정보’다. 이 부분이 바로 김 상무가 업계에서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맥주가 언제 시장에 나오는지, 희귀 수입 맥주가 몇 박스 들어오는지, 그 맥주를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등의 정보를 제때 제공하고 업주들이 맥주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또 크래프트 맥주의 최신 트렌드뿐만 아니라 상권 정보까지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
주류 도매업을 시작하려면
도매사에 취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주류 도매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세청에서 부여하는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종합주류도 매업 면허는 주세법에 따라 인구수, 주류소비량 및 판매장 수 등을 감안해 시군별 면허의 허용범위(T/O) 내에서 부여된다. 국세청에서 매년 공고를 해 일정 조건을 충족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한다. 종합주류도매업 면허 신청은 매년 8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판매장 소재지 관할세무서장에게 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 지역의 인구나 주류 소비량이 정체돼 있기 때문에 종합주류도매업 면허의 T/O가 많지는 않은 상황이다. 실제 2017년 에는 전국적으로 단 1개의 종합주류도매업 면허만 신규 발급됐고 올해는 2개의 면허가 발급될 예정이다. 종합주류도매가 아닌 특정주류도매업 면허를 받아도 크래프트 맥주를 다룰 수 있다.
이승원 대표는 “주류 도매사를 운영하는 데는 무엇보다 시장 변화에 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크래프트 맥주시장 트렌드를 읽고 변화하면서 진두유통의 미래를 개척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