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워 맥주를 나누다
지난해 12월 초 어느 날 부산 송정동.
맥주 탭들이 있는 아늑한 공간에 사람들이 속속 모여든다. 저마다 챙겨온 맥주를 손에 들고선 매장 안으로 들어선다.
수염을 기른 사람, 문신을 한 사람, 후디를 입을 사람… 그 중 외국인들이 절반 이상이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은 마치 서로 오랜 친구인 듯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맥주의 안부도 묻는다.
이곳은 펑크 페스트2017(Funkfest2017)이 열린 부산의 와일드웨이브 브루잉. 펑크 페스트는 지난 2015년부터 3년째 진행되는 행사로 양조사들이 중심이 돼 사워 맥주 양조 기술, 아이디어, 경험등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번 입장료는 참석자들이 함께 나눠 마실 사워 맥주 1병이었다. 참석자들이 제각각 직접 양조한 맥주부터 미수입 사워 맥주까지 아낌 없이 맥주를 가져온 덕에 이날 모인 60여명의 사람들은 다양한 사워 맥주를 즐길 수 있었다. 펑크 페스트2017에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갈매기브루잉, 더핸드앤몰트,와일드웨이브브루잉, 맥파이브루잉 등 로컬 브루어리 양조사들이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
올해 펑크 페스트2017는 대구의 홈브루어 자레드 해치(Jared Hatch)와 와일드웨이브 브루잉의 멘토 푸브루가 행사를 주최했다. 자레드는 지난해 11월 열린 ‘카브루 홈브루잉 챌린지’에서 골든 에일, 세종, 하이브리드 3개 부문의 1등을 차지한 실력파 홈브루어다. 대구 지역 브루어들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행사는 푸브루의 사워/와일드 비어의 BJCP상 스타일가이드 설명에서부터 시작됐다. BJCP 가이드 라인에서 신 맛 맥주는 3개 카테고리에서 총 11개 스타일로 분류된다.
유러피언 사워 에일(European Sour Ale) 카테고리에 베를리너 바이세, 플랜더스 레드 에일, 오드 브륀, 람빅, 괴즈, 프룻 람빅과 히스토리컬 비어(Historical Beer) 카테고리의 고제와 리히텐하이너, 또 어메리칸 와일드 에일(American Wild Ale)의 브렛 비어, 믹스드 퍼멘테이션 사워비어, 와일드 스페셜티 비어다.
푸브루는 “BJCP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며 “히스토리컬 고제는 아메리칸 고제와 다르고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서 사워, 와일드비어는 진화하고 있는 만큼 BJCP에 얽매이지 않고 더 다양하게 만들어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레드는 사워 맥주 양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모 브레타노마이세스에 대해 다뤘다. 그는 ‘병 발효 맥주에서 다른 종류의 브레타노마이세스의 효과’(The Effects of Different Strains of Brettanomyces in bottle conditioned beer)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맥주 양조에 있어서 브렛과 일반 에일 효모의 다른 점을 설명했다. 그는 “브렛은 에일 효모가 하지 못하는 과일, 홉, 다른 성분의 새로운 풍미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티븐 박 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지난해 전미 홈브루 컴피티션 (National Homebrew Competition2017)에서 수상한 경험을 나눴다. 스티븐 박은 지난해 6월 전세계 내로라하는 홈브루어들이 겨루는 이 대회에서 고제 스타일 맥주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스티븐 박은 본인의 양조 과정을 모두 공개하며 “아마추어 브루어들은 매싱이나 보일링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만 사실은 발효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워 맥주를 양조하기에 추운 계절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행사가 진행되면서 참석자들이 가져온 사워 맥주의 즉석 시음과 품평이 이뤄졌다. 다양한 사워 맥주를 비교 시음하며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였다. 와일드웨이브의 장소와 음식 제공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푸브루는 “국내 브루어들이 사워 맥주 양조 정보를 얻을 곳이 많지 않다”며 “한국 크래프트 맥주 발전을 바라는 사람으로서 여러 사람들이 부담 없이 행사에 와서 정보를 얻어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사워를 즐기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DITOR_황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