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사워 맥주의 매력 속으로 사워 맥주 톺아보기 시리즈
최근 이마트 맥주코너에서 한 병에 6만원이 넘는 맥주를 보며 ‘그만한 가치가 있는 맥주일까?’하고 의문을 품은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십중팔구 그 맥주는사워(sour) 맥주일 것이다. 호피(hoppy), 비터(bitter), 몰티(malty), 로스티드(roasted), 이스티(yeasty); 맥주의 맛을 표현할 때 주로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이 다섯 가지 용어를 쓴다. 하지만 사워 맥주를 표현할 때는 훨씬 다양한(혹은 특이한) 형용사가 쓰인다; 신맛(약간 시큼한 맛부터 떫은 맛까지), 프루티(fruity), 바이너스(vinous), 얼씨(earthy), 그리고 펑키(funky) [특이한 표현으로는 고티(goaty), 말 담요(horse blanket), 헛간(barnyard)등]. 넓은 의미에서 맥주로 분류되던 사워 맥주는 몇몇 특화된 유럽의 브루어리가 현재까지 생산하는 제품을 제외하고 50년전에 거의 사라졌다. 그렇다면 근래에 와서 치솟는 사워 맥주의 인기와 높은 가격의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적 지식과 새로운 기술의 발견이 사워 맥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였다. 200년 전 모든 맥주에는 어느 정도의 신맛이 가미돼 있었고, 그러한 신맛은 숙성이 될수록 증가했다. 그 당시 브루어들은 왜 맥주에서 신맛이 나는지 몰랐고, 단지 몇몇 쓴맛이 나는 허브나 홉이 맥주가 빠르 게 시어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것은 알았다. 그들은 젖산균이 맥주 신맛의 원인이 되고, 홉이 이러한 균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점을 몰랐다. ‘미생물학의 아버지’인 루이스 파스퇴르는 발효에 미생물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파스퇴르의 업적을 이어 받은 로버트 코쉬는 미생물을 순수 균주들로 분리시키는 법을 발견했고, 그 결과 과학자들이 원하는 미생물(맥주 효모)을 원치 않는 미생물(젖산균)로부터 분리할 수 있게 되었다. 덴마크 과학자인 에밀 크리스티안 한센은 1883년 이 새 기술을 코펜하겐에 있는 칼스버그 브루어리에 도입했으며, 그 결과 맥주의 신세계가 열렸다. 순수 배양 기술 덕분에 브루어리들이 매번 같은 품질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었으며, 예상치 못하게 맥주가 시어지는 일이 없어졌다. 이러한 기술을 채택한 브루어리들은 시장 원리에 따라 이득을 봤으며, 그 결과 전세계적으로 많은 브루어리들이 이 기술을 채택하게 되었다. 이것이 사워 맥주가 사라지게 된 이유이다.
벨기에의 고집스러운 몇몇 브루어들(세대를 걸쳐 꾸준히 같은 방식으로 맥주를 생산하고 그들의 문화 유산이 사라지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던)에 의해 사워 맥주가 부활하게 되었다. 공기 중에 떠도는 박테리아와 효모로만 발효하는 벨기에 브뤼셀 지방에서 생산되는 람빅은 그 생명을 거의 다하다가 1980년대 수입 시장에서의 많은 수요로 인해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두체스 드 부르고뉴(Duchesse de Bourgogne)나 로덴바흐(Rodenbach)같은 플란더스 레드 에일은 사워 맥주 입문자에게 사워 맥주를 소개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워 맥주를 마시게 되면서 맥덕들 사이에 사워맥주의 인기도 올라갔다. 하지만 몇몇 전통적인 유럽 브루어리를 제외하고는 그들만의 사워 맥주를 만드는 곳이 거의 없었다. 오랫동안 사워 맥주가 브루어들에게 인기가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사워 맥주를 만드는 박테리아와 효모들이 다른 맥주를 의도치 않게 오염시키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사워 맥주의 쇠락을 이끌었던
기술이 사워 맥주를 더 빠르고, 싸게, 그리고 맛의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쓰이고 있다. 다음 기사에서 케틀 사우어링(kettle souring) 방식으로 불리우는 단기간에 사워 맥주를 만드는 법에 대해 소개하겠다. 한국에서 사워 맥주를 병맥주가 아닌 생맥주(온 탭)로 접한다면, 대부분은 이런 방식으로 만든 맥주일 것이다.
사워 맥주의 매력 중 하나는 맥주는 만드는 사람과 손님 모두에게 새로운 맛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과일 맥주(fruit beer)는 대개 과일과 맥주의 신맛이 균형이 잘 잡혀있는 사워 맥주이다. 사워 맥주는 자주 접하면 익숙해지고 좋아지는 다양한 풍미와 향을 지니고 있다. 모든 문화권에서 미생물에 의한 부패 및 발효로 만들어진 음식과 음료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음식들은 초심자에게는 역겨울 수 있으나,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천국의 맛이다. 유럽인들에게는 강한 향과 풍미를 가진 치즈, 한국인들에게는 할머니표 김치나 전라도 홍어쯤 되겠다. 이런 예시를 든 건왜 몇몇 맥덕들이 기꺼이 엄청난 돈을 한 병의 사워 맥주에 쏟아붓는지 설명하기 위함이지 이 글을 읽는 독자를 겁주려고 하는 건아니다.
만약 당신이 사워 맥주를 마셔본 적이 없다면, 열린 마음으로 동네술집이나 보틀숍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처음 사워 맥주를 마시면 마치 식초를 마시는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마라.
다양한 스타일의 사워 맥주가 있으니 자신이 원하는 종류를 찾을때까지 계속해서 마셔봐라. 한국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이 케틀 사우어링 방식으로 만든 여러 종류의 사워 맥주들이 있다. 더핸드앤 몰트의 ‘케이바이스’, 갈매기브루잉의 ‘유자 고제’, 맥파이의 ‘더 고스트’, 그리고 퐁당의 ‘서울리너 바이세’. 이 맥주들은 신맛 때문에 마치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따뜻한 계절에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고 알콜 도수도 낮아서 여러 잔 마셔도 괜찮다. 한국에 이러한 사워 맥주에 오롯히 집중하는 브루어리들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부산에 위치한 와일드웨이 브루어리는 사워 맥주에 호기심이 있다면 한 번쯤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신맛과 홉의 향이 조화를 이루는 그들의 대표 사워 맥주인 설레임은 한국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사워 맥주이다.
이마트에서 처음 사워맥주를 산다면 케스케이드(Cascade) 사워맥주는 너무 시므로 사지 않는 게 좋다. 대신에 당신의 미각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사위 맥주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달콤한 피치람빅인 팀머만스 빠쉐(Timmermans Peche)가 나을 것 같다. 몰트의 단맛과 신맛이 기분 좋게 조화된 로덴바흐나 두체스 드 브루고 뉴도 있다. 때때로 필자는 사워 맥주를 마실 때 사워 맥주가 더 잘넘어가게 도펠복같은 몰티한 맥주와 같이 마시는 걸 좋아한다. 호피한 맥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쓴맛에 중독이 되듯 아마도 당신도 점차 입맛이 변하며 더 신 맥주를 갈구하게 될 것이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계속해서 다른 사워 맥주를 마셔 봐라. 그리고 당신 스타일의 사워 맥주를 찾는 걸 포기하기 마라. 차후에 각각의 사워맥주 스타일에 대해 더 깊이 다룰 예정이므로 지금은 사워 맥주가 무엇이고, 왜 그것이 특별한 지 정도만 이해했으면 좋겠다.
EDITOR_Jared H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