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서론 트레이닝 & 테이스팅 워크샵 제주에 가다
맥주 전문가를 꿈꾸는 사람들의 열정의 시간
지난 1월 25-26일 제주도에 위치한 제주맥주에서 씨서론 트레이닝 & 테이스팅 워크샵(CiCeroneTraining & Tasting Workshop)이 열렸다. 씨서론은 맥주의 재료에서부터 양조, 관리, 서브 및 테이스팅에 이르기까지 맥주를 만들고 취급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격증으로 1단계인 Certified Beer Server, 2단계 Certified Cicerone, 3단계 Advanced Cicerone, 마지막 4단계인 Master Cicerone 등 총 4단계로 나뉜다.
우리나라에는 Certified Cicerone 자격을 13명이 보유하고 있다. 이번 워크샵은 씨서론 자격증 중 2단계인 Certified Cecirone을 취득하고 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집중 강의 코스로 관리 및 서빙, 맥주 스타일, 테이스팅, 맥주의 재료 및 양조, 푸드페어링 등 맥주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총 망라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워크샵은 미국 외의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것으로 씨서론의 창립자인 레이 다니엘스(Ray Daniels)가 직접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맥주를 직접 양조하는 양조사, 멀리 싱가포르에서 날아온 의사, 맥주 재료를 수입하는 회사의 영업사원, 펍 오너, 기자 등 다양한 국가만큼 참가자들의 직업 역시 다양한 22명이 제주에서 열린 워크샵에 참가했다.
맥주의 풍미를 느끼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코’
맥주의 풍미를 느끼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체 아웃라인의 설명에서부터 시작된 강의는 맥주 테이스팅 테크닉에 관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레이 다니엘스는 맥주의 풍미를 느끼는 것은 혀와 코이며 그중 코의 역할이 80%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절대적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혀로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 등 5가지이며, 구체적이고 복잡하며 세세한 맛은 코 없이는 느낄 수 없다
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어진 첫 번째 테이스팅은 맥주가 아닌 젤리였다. 코를 막고 입에 넣은 젤리는 단맛을 냈다.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에 퍼질 때쯤 코에서 손을 떼자 시나몬향으로 한 순간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혀는 전혀 알아채지 못한 맛이 코의 도움을 받아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테이스팅, 맥주의 스타일과 특징을 익히기 위한 연습
전 세계에는 수많은 맥주가 있다. BJCP(Beer Judge Certification Program)의 구분에 따르면 34개의 상위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각각의 카테고리마다 적게는 2개, 많게는 9개에 이르는 하위 카테고리로 세분화 될 만큼 다양성을 자랑하는 것이 맥주다. 다양한 스타일과 함께 각각 역사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만큼 맥주의 스타일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을 보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맛을 보는 것이 아니라 특징적인 재료와 스타일 개요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30분씩 배분된 총 30개의 세부 주제의 강의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된 부분은 맥주 스타일과 테이스팅이었다. 국가별, 스타일별 특징적인 재료와 함께 스타일의 특징을 설명하고, 이후 테이스팅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미국, 벨기에, 영국, 독일 등 각각의 국가별 맥주 스타일 설명과 함께 2-4가지를 비교해서 테이스팅 하거나 비슷한 스타일의 맥주를 비교시음 하며 스타일간 차이를 느끼는 방식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단순히 국가별 맥주 스타일의 특징을 맛이나 개별 맥주 스타일에서 접근하지 않고, 특징적인 재료의 역사에서부터 접근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영국식 맥주를 설명할 때는 영국 재료의 특징과 역사를, 독일식 맥주를 설명할 때는 독일 재료의 특징과 역사를 먼저 설명하고 테이스팅이 이어진다. 이렇게 이어진 테이스팅은 앞서 설명한 재료의 특성을 맥주에서 찾아내기 위해 더욱 집중하게 되며, 더욱 쉽게 익힐 수 있게 했다.
맥주의 양조에서 서빙까지, 완벽한 맥주를 위해
씨서론은 맥주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재료에서부터 맥주를 마시는 것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다루는 자격증이다. 그러나 이에 응시하는 사람들 중에 이러한 전 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맥주의 양조를 곡물을 파쇄하는데에서부터 끓인 맥즙을 식히기까지를 핫 사이드 프로세스(Hot Side Process), 발효에서 살균작업까지를 콜드 사이드 프로세스(Cold Side Process)로 구분하여 상업양조에 사용되는 장비를 설명하고, 양조의 각 단계별로 중요한 내용들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양조의 전체 과정을 이해하고 각 과정에서 이행해야 할 중요한 사항들을 익힌다. 이와 함께 양조된 맥주를 서빙하는 드래프트 시스템과 생맥주 제공에 사용되는 포셋(Faucet)과 커플러의 구조를 분해해서 살펴보는 것과 함께 청소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Certified Cicerone 시험에서는 포셋이나 커플러를 분해 결합하는 등의 실습과정도 테스트 한다.
맥주 양조와 드래프트 시스템 및 장비의 세척에 관한 내용은 세 번에 걸쳐 진행된 이취(off flavor) 트레이닝과 연결되어 있다. 양조 과정과 보관 및 서빙 과정에서 각 단계별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따라 생성되는 이취를 직접 테이스팅 하고, 원인을 알아본다. 이 것은 실제로 행해지는 양조나 서빙이 최상의 맥주 맛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해준다. 맥주에 발생한 이취를 통해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유추해낼 수 있게 되고, 이를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취 테스트를 할 때에는 이취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맛과 향이 약한 라이트 라거류의 맥주에 향을 섞어서 테이스팅을 한다. 한편 몇몇 맥주 스타일의 경우, 특정 이취가 허용되기도 한다. 이를 익히기 위해 라이트 라거가 아닌 서로 다른 스타일에 이취를 첨가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서 스타일별로 허용되는 이취를 떠올리기도 하고, 맥주의 스타일별로 같은 이취가 어떤 강도로 나타나는지도 경험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틀간에 걸친 강의는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며 오전 오후 가릴 것 없이 수십종의 맥주를 테이스팅 하며 순식간에 지나갔다. 점심 시간을 제외하면 쉬는 시간도 없이 진행된 강행군 속에 온 몸의 감각 세포를 긴장시키며 맥주의 맛을 느끼고 또 느꼈다. 예민한 감각을 계속 유지시키며 이어진 시간 속에서 강의를 이끌어간 레이 다니엘스는 어쩌면 가장 많은 체력을 소모했을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수업의 가장 마지막 Certified Cicerone 시험의 구조와 내용을 설명하는 것을 끝으로 제주에서 열린 워크샵이 끝났다. 이틀간 숨가쁘게 달려온 워크샵은 자격증을 준비하는 시험 준비반이 아니라 맥주의 A to Z를 알려준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아울러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씨서론이 ‘맥주의 모든 것’에 관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를 테스트하는 것이라는 점도알 수 있었다. 강의를 진행한 레이 다니엘스의 맥주에 대한 열정과 함께 참가자들 역시 한 가지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며 한 가지라도 더 배우고자 하는 맥주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미국외의 지역에서 처음 열린 씨서론 트레이닝 & 테이스팅 워크샵에 이어 3월 14일에는 한국에서 세 번째 치러지는 Certified Cicerone 시험이 서울에서 열린다. 공인 씨서론 시험은 영어로 치러지며, 단답형, 약술 에세이로 구성된 필기 부분(Written), 테이스팅(Tasting), 실연(Demonstration)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답률은 80% 이상이어야 하며, 이 중 실기 부문의 점수는 반드시 70% 이상이어야 한다. 시험 응시자들의 좋은 결과를 기대해본다.
EDI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