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함께하는 시원한 맥주 한 잔, 꿈 by 파블로 피카소 X 바이엔슈테판
찬바람도 어느새 잦아들고 봄기운 나리는 3월이 왔다. 앙상했던 나뭇가지에는 파릇파릇 초록빛이 비치고 거리도 알록달록한 봄 옷들로 물든다. 아침 저녁으로는 아직 쌀쌀하기는 하지만, 햇살 좋은 낮에는 기분 좋은 봄볕에 꾸벅꾸벅 잠이 오는 계절이다.
계절이 바뀔 때,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벽에 걸린 그림을 바꿔보는 것이라고 한다. 생기 넘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른한, 피카소의 “꿈” 과 함께 초봄을 맞아보는 것은 어떨까? 강렬한 원색으로 표현된 그림 속의 여인은 눈을 감고 단 잠에 빠져 있다. 만약 이 여인이 잠들기 전 맥주 한 잔을 마셨다면, 생기넘치는 봄처럼 달콤한 향을 풍기면서도 아지랑이 피듯 탁한 색의 헤페바이젠이 딱 어울릴 듯하다. 향긋하고 부드러워 많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헤페바이젠 한 잔과 함께 피카소의 그림 ‘꿈’ 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자.
파블로 피카소. 아무리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유명한 화가 하면 바로 그 이름이 떠오를 현대 미술의 거장이다. 혹자는 그의 대표작을 보며 그의 그림들이 한낱 어린 아이의 낙서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피카소의 탄탄한 데생 실력과 작품 세계를 좀 더 들여다보면 그의 예술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게 된다.
피카소는 1881년 스페인 말라가에서 태어나 말을 배우기 시작할무렵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미 14세 때는 램브란트를 능가하는 모사능력을 가졌지만 미술학교에서는 적응하지 못하여 학교를 그만두고 이후 혼자 그림을 그리다 19세 때 처음 파리를 방문하게 된다.
화려함과 가난이 공존하는 파리에서 피카소는 당시 주류를 이루던 인상파와 다양한 화풍을 접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가게 된다. 평생을 가난 속에서 살아간 예술가들과는 다르게 피카소는 20세부터 전시회를 열고 몇 년이 지나서부터는 파리에서 인정받는 화가가 된다. 이후 마티스, 브라크와 교류하고 유명한 ‘입체주의’를 발전시키게 된다. 90년이 넘는 그의 삶 속에서 그는 다양한 화풍을 시도하고 수많은 그림을 그려내는데, 그 화풍의 변화에는 여성들과의 사랑이 큰 영향을 끼쳤다. 여성 편력으로 유명했던 피카소 답게 그의 생애에 관계를 맺은 여성은 수백 명이 넘는다고 하지만, 그 중 두 명의 아내를 포함하여 일곱 명의 여성이 그의 뮤즈로 유명하다. 그 뮤즈 중 한 명인 마리 테레즈 발테르가 피카소의 그림 ‘꿈’의 주인공이다.
마리 테레즈와 피카소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나이는 17세였고 피카소는 45세의 기혼자였다. 상냥하고 유순한 성격의 그녀는 피카소에게 부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8년동안 비밀리에 동거를 한다. ‘꿈’ 은 그녀가 22세 때의 모습을 피카소가 화폭에 담은 그림이다. 화려한 무늬의 벽지와 강렬한 색채로 표현된 그녀의 모습에서 그녀를 향한 피카소의 격정적인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여인의 얼굴, 팔, 가슴은 다양한 색과 형태로 재구성되어 피카소의 입체주의 화풍을 보여주고 있다. 피카소가 마리 테레즈와 함께하는 동안 그의 화폭에는 밝은 색들과 부드러운 곡선이 등장하며 전반적으로 평온한 분위기를 이룬다. ‘꿈’이 그려진 이후에도 몇 년 동안 피카소와 동거를 하던 그녀는 흑발의 매력적인 사진가 도라 마르에게 연인을 빼앗기게 되고 평생을 조용하게 살다가 피카소가 죽은 후 4년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결론을 말하니 슬픈 사랑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피카소와 교감을 나누던 시절 두 연인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피카소의 ‘꿈’그림에서도 사랑을 받으며 달콤한 꿈에 잠긴 마리 테레즈의 모습이 보인다. 달달하면서도 나른한 꿈을 꾸는 여인에게 어울리는 맥주로는 단연 헤페바이젠을 추천할 수 있겠다. 헤페바이젠의 ‘헤페’ 는 이스트를 뜻하는데, 발효가 끝난 후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맥주 안에 남은 효모는 구름이 낀 듯 뿌연 맥주 색을 만든다. 또한 발효 과정에서 효모는 독특한 바나나와 정향, 사과 향기를 맥주에 부여하는데 이 달달한 향을 풍선껌 향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알코올 도수도 크게 높지 않고, 부드러운 거품이 가득한 헤페바이젠은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맥주 펍에 가서 쉽사리 맥주를 고르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추천했을 때 가장 안전한 맥주 종류 중 하나겠다.
한국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유명한 헤페바이젠 중 하나로 단연 바이엔슈테판의 헤페바이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바이엔슈테판 양조장은 자신들을 가장 역사가 오래된 양조장이라고 칭한다. 논란의 여지도 있지만 양조장에 따르면 725년에 수도원이 지어지고 1040년부터 오랜 양조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현재에는 주에서 공영 기업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부지 내에는 뮌헨 공대가 있어 학생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맥주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맥주 뿐 아니라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도 생산하고 있는데, 실제로 역사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를 떠나서라도 뮌헨 시민과의 끈끈한 유대가 매우 특별한 양조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엔슈테판에서 생산하는 맥주는 라거, 필스너, 크리스탈바이스등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헤페바이스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탁한 황금색을 보이는 5.4%의 맥주는 풍성한 거품을 가지며 구수한밀 향과 달달한 바나나 향을 맘껏 뿜는다. 밸런스가 훌륭한 맥주로 헤페바이젠의 교과서 같은 맥주라는 평도 자주 듣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써스티 몽크” 펍에서 다양한 바이엔슈테판 생맥주를 안주와 즐길 수 있는데, 다양한 맥주 펍이 서울 각지에 생기기 전부터 좋은 맥주와 푸드 페어링 문화를 알리기 시작한 곳이다. 탭에서 나온 바나나 향 가득한 헤페바이스와 소시지를 곁들이면 말 그대로 ‘꿈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봄날에 어울리는 피카소의 그림을 벽에 걸고 부드러운 바이엔슈테판 한 잔을 곁들인다면 나름 근사한 봄맞이 준비가 끝난 것 같다. 연인의 모습을 담은 그림에 맞게 봄날을 함께할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더욱 더 좋겠다. 파릇파릇 새순이 돋고 봄바람이 살살 불어오는 이 봄도 맥주와 함께 즐거운 날로 꽉 채울 수 있기를!
EDITOR_비어캣(BEERK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