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X Beer Series-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 by 오귀스트 르누아르X 데우스, 보스틸스 브루어리
봄바람이 기분 좋게 살랑이는 4월이다. 찬 기운은 이제 온데간데 없고 봄 햇살이 가득하다. 쌀쌀함이 아직 남아있던 3월까지는 얼마나 바깥에서 마시던 맥주가 그리웠던지. 이제는 맥주를 사서 어딘가로 나가 홀짝이며 이 계절을 만끽해야 하는 시기가 다시 돌아왔다.
맥주하면 한강이다. 강가에서 마시는 맥주도 훌륭하지만, 아예 한강 위의 유람선에서 맥주를 마신다면? 시원한 강바람이 스치는 배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얼마나 멋질까. 맛있는 음식에, 신나는 음악에, 조금 욕심을 보태서 이 분위기에 딱 맞는 아주 특별한 맥주를 고른다면? 샴페인 맥주로 알 만한사람은 아는 “데우스”는 어떨까. 르누아르 그림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 그림에서 보이는 행복한 사람들과 샴페인 맥주는 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뻥’하고 나는 뚜껑 여는 소리와 이어지는 웃음소리.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르누아르는 “행복을 그린 화가”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즐거움과 흥겨움이 가득 담긴 그의 그림들은 보는 사람들에게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모네, 세잔 등과 함께 인상파의 중요한 인물로 꼽히는 그의 그림은 세계 유명 미술관을 들르게 되면 어딘가 한 켠에서 꼭 마주치게 된다. 생기가 넘치고,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그런 재미있는 그림을 보다 보면 왜 사람들이 르누아르 그림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지 알게 된다. 발그레한 볼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과 소녀들이 사랑스런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들이 담긴 그의 그림을 보고, 어떤 사람이 무관심하게 지나칠 수가 있을까?
르누아르는 양복장이 아버지와 여성 옷을 만드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옷을 만드는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나 다양한 색감과 형태를 보면서 자란 그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도자기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워낙 섬세한 재능을 가진 터라 일찍부터 고급 도자기 장식을 맡게 되었고, 작업을 진행하며 드로잉 스킬과 다양한 색채를 익히게 된다. 또한 그의 집과 도자기 공장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쉬는 날이면 르누아르는 미술관에 들러 대가들의 그림을 보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넓혀 나간다. 그의 그림이 다양한 색깔과 섬세한 묘사를 담고 있는 까닭은 어릴 적부터 다양한 그림과 화풍을 보고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꾸준한 시도를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르누아르 하면 떠오르는 작품들은 피아노를 치는 소녀들, 물랑 드라 갈레뜨 등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은 손꼽힐 만하다. 보트 위에서는 파티가 벌어지고 있고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활기가 넘친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르누아르와 실제 친구들이다. 왼쪽에서 강아지를 어르는 모자를 쓴 여인은 훗날 르누아르의 부인이 되는 알린느 샤리고이고, 그 맞은 편의 남자와 여자는 화가와 여배우인 친구들이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행복과 즐거움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고 테이블 위에는 과일과 마실거리들이 가득하다. 이 작품에서 르누아르는 인물에 생기를 더하기 위해 이전 작품들보다 정확하게 개별 인물들을 묘사했고, 그러면서도 두터운 흰 색 물감으로 하이라이트 효과를 주어 테이블 위의 병과 그릇에 확실한 존재감을 준다. 따스한 색이 지배하고 있는 그림에서는 에너지와 행복감이 묻어난다.
이 행복이 넘치는 파티에 가장 어울리는 맥주는, 평범한 맥주가 아니라 뭔가 좀 특별한 맥주면 좋겠다. ‘신’ 이라는 이름을 가진 데우스가 딱이다. 맥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꽤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샴페인 맥주” 중 유명한 제품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양조되었지만 샴페인 맥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샴페인과 동일한 숙성 과정을 9개월 동안 거쳐서 탄생한 맥주다. 샴페인을 마시는 것처럼 버킷에 시원하게 칠링하고, 조심조심 코르크를 오픈한 후, 맥주를 따르며 아름답게 쌓아 올려지는 거품과 맥주 안에서 올라오는 기포를 감상하면서 마시면 된다. 정말 샴페인과 같이 작은 기포가 쉬지 않고 아름답게 올라온다. 맥주와 샴페인이 어중간하게 섞인 맛이 아니라 벨기에 맥주가 가진 농축된 맛은 가지면서 샴페인의 세련된 탄산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맥주를 만든 양조장은 벨기에의 보스틸스 브루어리다. 이름만 들으면 생소한 브루어리일텐데, 카르멜리엣 수도원의 맥주를 완벽하게 재연한 트리펠 카르멜리엣, 과일향의 밸런스가 훌륭하면서 독특한 손잡이를 가진 잔으로 유명한 파우웰 콱이 모두 이 보스틸스 브루어리의 작품이다. 웬만큼 맥주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 퀄리티를 인정하는 맥주들이다. 1791년에 세워져서 현재 7대 째 맥주를 만들어오고 있는 보스틸스 브루어리는 2016년 다국적 거대 맥주기업인 AB Inbev 에 회사를 매각한다. 맥주 퀄리티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고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 중에서도 데우스는 비싼 가격에 걸맞게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마셔본 사람들은 “이게 맥주야, 샴페인이야?” 하면서, 잘 만들어진 벨기에 맥주가 주는 꽃과 과일향에 감탄한다. 샴페인 맥주답게 처음 열었을 때,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상큼한 꽃 향을 느낄 수 있고 이어 너무 달지는 않은 과일향이 화사하게 느껴진다. 섬세한 맛 때문에 안주를 먹기가 아까울 정도다. 병 자체도 예뻐서 선물용으로도 좋고, 파티에 이것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맥주가 있을까 한다. 와인을 선물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특별한 맥주를 누군가의 생일에 선물한다면 두고두고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맥주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단연코 다양한 맥주들이 가진 다양성에 있다. 물론 봄에 가볍게 캔 맥주 하나를 들고 한강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평소에는 만나보지 못하는 특별한 맥주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 보트 위의 만찬까지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샴페인 글라스를 챙기고 얼음이 든 봉지에 샴페인 맥주를 칠링해서 챙긴 후, 강바람을 맞으며 한 잔! 날씨 좋은 봄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일 듯 하다..
EDITOR_비어캣 (BEERK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