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슬라의 전통을 되살린 리터구츠 고제
독일 중부의 고슬라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특별한 맥주를 만들어 왔다. 고제라고 불리는 이 스타일은 고슬라에서 쇠퇴한 이후 라이프치히 지역에서 인기를 끌며 명맥을 유지해 왔다. 이 스타일이 다른 맥주의 스타일에 비해 특별하다고 말하는 것은 ‘짠맛’과 ‘신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맥주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맛 중에서 염도가 높은 물을 사용해서 짠맛을 가진 사워 에일이 고제다.
고제의 역사
고제는 독일 중부의 고슬라와 라이프치히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면 발효 맥주다. 문서로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1332년 3월 일센부르크(Ilsenburg) 수도원의 것으로, 그 이전부터 양조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스타일 명칭은 고슬라의 남쪽 지역을 지나는 강인 고제강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슬라 지역은 광물이 풍부한 지역으로 중세부터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사람이 모이는 지역답게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도 지어졌다. 18세기 이후 고슬라의 광물산업은 쇠퇴하기 시작한다. 인구가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고제의 소비도, 인기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고슬라에서 동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라이프치히에서 인기를 끌며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고제는 고슬라에서 시작되었지만 라이프치히에서 꽃을 피우며 두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가 되었다.
고제는 곡물의 구성에 있어 전체 곡물 중 밀이 50% 이상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탁한 노란색을 띄며, 상면 발효 방식으로 양조된 다. 평균적인 알코올 도수는 5% 전후로 독일식 바이스비어와 유사점이 많다. 그러나 염도가 높은 물을 사용하고, 발효시 젖산균도 함께 사용한다는 점에서 산미와 신맛, 짠맛이 드러나 바이스비어와 차이를 보인다.
코리엔더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벨기에식 밀맥주(Belgian Wit) 스타일과 유사한 느낌도 있다. 반면 독일 전통방식의 맥주들이 맥주 순수령에 따라 부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데 반해 코리엔더를 사용한다는 점은 차이를 보인다. 19세기 후반 독일 제국의 출범 이전 맥주 순수령은 현재 독일 남부 지역인 바이에른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었다. 맥주 순수령이 독일 전역으로 확산된 것은 독일제국 출범 이후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부터다. 맥주 순수령에서는 맥주의 부가 재료를 금지하고 있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맥주에 대해서는 일부 예외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슬라와 라히프치히 두 지역의 고제는 맛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고슬라 스타일의 고제는 맛이 튀거나 날카롭지 않은 차분한 바이스비어를 연상시키는 맛이다. 반면 라이프치히식 고제는 짠맛, 신맛과 함께 코리엔더의 풍미, 효모의 향 등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짠 맛에 있어서도 고슬라보다는 간이 세다는 느낌이 든다. 전체적으로 라이프치히의 고제는 고슬라의 것에 비해 자극이 강한 편이다.
그러나 고슬라와 라이프치히의 지역맥주이기도 한 고제는 현재 이들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는 양조장은 2-3곳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극소수다. 원산지를 제외한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독일 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크래프트 맥주의 확산과 발전은 고제에 있어서도 큰 전기가 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성장하면서 사워 계열의 맥주가 다채롭게 양조 되었다. 고제 역시 옛 레서피를 복원하고, 새롭게 해석하여 출시하는 등 고제를 양조하는 곳들이 늘어나면서 이전에 비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고슬라의 옛 레시피를 복원한 리터구츠 양조장(Ritterguts Brewery)
1824년, 양조사인 요한 필립 레데르만(Johann Philipp Ledermann)은 할레(Halle)지역 인근의 작은 마을 될니츠 (Döllnitz)로 오게 되었다. 그는 고슬라(Goslar)에서 고제의 양조 레서피를 사들인다. 같은 해에 그는 Döllnitz Manor에서 고제 맥주의 양조를 시작하였고, 이것이 리터구츠(Ritterguts) 양조장의 시초가 되었다. 19세기 후반기에 리터구츠 양조장은 라이프치히 및 할레 지역에 많은 고제 바(Gose bar)에 맥주를 공급하게 됨과 동시에 거의 완전히 시장을 장악하였다.
1880년대에서 1930년 사이는 고제 맥주가 전성기를 누린 시기이다. 라이프치히(Leipzig)에서 고제는 가장 많이 소비되는 맥주로서 약 80개의 고제바가 있었다. 그러나 필스너 스타일의 유행과 함께 쇠퇴하기 시작하였으며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 리터구츠 양조장은 철거되었다. 양조장의 철거 이후 몇 십년에 걸쳐 고제 맥주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를 거듭하였다.
약 50년이 지난 1996년 홈브루어인 틸로 야니헨(Tilo Jänichen)은 오래된 양조문서를 심도 있게 연구 한 후 고제 양조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그는 90년대 초 고제바에서의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차고에서 소량의 고제를 양조 하였고 수많은 시도 끝에 성공했다.
1999년 9월 9일 고제 양조장이 다시 설립되었다. 라이프치히의 마이크로 브루어리인 Zum Kaiser Napoleon의 양조사인 아르민 브란트(Armin Brandt)는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였고 양조는 성공적이었다. 고제맥주는 자신의 고향인 라이프치히에서 다시 새생명을 얻게 되었다. 현재는 라이프치히 남쪽의 Reichenbrand 양조장에서 리터구츠 고제를 생산하고 있다.
라이프치히 사람들은 고제를 마실 때 ‘Prost’가 아닌 ‘Geseanna’라고 외친다고 한다. 고슬라의 옛 레서피를 되살린 이 맥주를 마시며 우리도 외쳐보자.
“Geseanna!
EDI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