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산업과 맥주 관광의 성장 맥주를 찾는 사람들과 맥주 관광의 가치
북미 지역이나 유럽 등 맥주 문화가 자리잡은 곳에서는 맥주 역시 관광 상품으로 취급 받는다. 특정 브루어리 방문을 위해 어떤 나라를 방문하기도 하고, 맥주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드넓은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가기도 한다.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발전하면서 맥주와 관련된 관광 산업이 발달하고 있다. 기존에도 대형 양조장을 중심으로 한 관광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발달하며 해외에서는 예전엔 관광을 오는 사람이 없었던 지역들까지 그 지역을 찾는 맥주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이와 같이 맥주를 동기로 관광을 즐기는 것을 맥주관광(beer tourism)이라고 한다.
맥주 관광의 개념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여행을떠난다. 누군가는 업무와 관련하여 출장을 가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이나 친지를 만나기 위해서 떠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유명 관광지를 보기위해 찾기도 하며, 스킨스쿠버와 같은 특정 활동을 위한 곳을 가기도 한다. 이처럼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지역 또는 외국에 가는 일을 여행이라고 부른다. 이 중 업무적 성격이 아닌 자연경관, 문화, 특정 활동을 목적으로 떠나는 것을 ‘관광’이라고 한다.
해외의 경우 맥주 관광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특히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전 세계에서 붐을 일으키며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중 Plummer, Telfer, Hashimoto, & Summers의 2005년 연구에서는 음료 관광(Beverage Tourism)은 음식 관광(Culinary Tourism)의 틈새 시장(Niche Market)으로 특정 음료를 탐방하는 여행으로 맥주 여행 역시 음료 관광에서 세분화된 틈새시장임을 말하고 있다.1) Jennifer Francioni and Erick T. Byrd는 크래프트 맥주 관광은 관광산업의 신흥 틈새 시장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주장했다.2) 해외의 앞선 연구를 통해 살펴보면, 맥주 관광은 음료 관광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세분화되어 파생된 시장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맥주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은 단순히 맥주를 마시고, 즐기기 위한 것에 그치지 않고 양조장을 방문하는 경험, 맥주 축제에 참여하는 경험뿐만 아니라 새로운 맥주를 경험하고 맥주에 대해 학습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Niche Market’이라는 용어가 틈새시장이라는 뜻으로 주로 사용되지만 ‘niche’는 엄밀히 이야기하면 특정 분야 또는 특정 활동 범위를 뜻하는 말로, ‘niche market’은 특정 분야의 소규모 시장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맥주 관광은 음식 관광의 일부인 음료 관광, 그 중에서도 맥주에 국한된 관광을 말한다
Zoltán Bujdosó and Csaba Szűcs(2012)의 연구에서는 사람들은 맥주를 즐기느냐 그렇지 않으냐와 관계 없이 양조장이나 기타 맥주 관련 장소등을 방문하는데 관심이 있으며, 이에 따라 많은 회사들이 맥주 양조 투어를 제공함에 따라 성장하는 산업이라고 말한다. 또한 맥주 관광을 즐기는 사람을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첫 번째는 맥주를 소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고, 두 번째는 맥주와 관련된 장소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다
크래프트 맥주 관광의 성장 배경은?
이처럼 맥주에 특화된 시장이 성장하게 된 것에는 크래프트 맥주가 가지고 있는 지역 친화적인 성격과 함께 맥주가 가지고 있는 술의 속성, 브루어리의 크기 등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7년 말 기준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수는 6,266개에 이른다. 이 중 비교적 넓은 지역에 공급을 하는(전국 단위의 유통을 포함한다) ‘Regional Craft Brewery’의 수는 202개로 전체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3.2%에 불과하며, 소규모 양조장 맥주의 대부분은 브루어리가 위치한 지역에서만 유통되고 있다. 양조장이 위치한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음을 뜻한다.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맥주 또는 브루어리를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방문 동기가 된다.
마케팅 그룹인 ‘Experience Grand Rapids’의 의뢰로 Dan Giedeman, Paul Isely, and Gerry Simons는 2015년 미시건 주 켄트 카운티의 맥주 관광객을 조사하여 맥주 관광이 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추정했다. 조사 결과 이들의 평균 체류 기간은 2.27일이었으며, 이들의 평균적인 지출 항목에서 크래프트 맥주, 숙박, 음식은 전체의 약 84%를 차지했다. 맥주 관광객들은 그지역에서 머무는 동안 소비를 통해 지역 사회와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었다.
농업과 맥주 생산의 결합
미국의 경우 금융, IT 등 첨단 산업 국가이자 거대한 농업 국가다. 2017년 미국의 홉 재배 면적은 2016년의 52,963에이커에서 6.94% 증가한 56,638에이커로 집계되었다. 2017년 독일의 홉 재배 면적 48,293에이커에 비해 약 17.3%가 넓은 것으로 미국은 전세계 최대 홉 생산 국가이기도 하다.1) 결과적으로 2차 산업(제조업)인 크래프트 맥주 양조 시장의 성장은 3차 산업인 관광산업(서비스업)의 성장을 유발함과 동시에 1차 산업(농업)인 홉 재배 산업의 성장을 불러올 수 있다.
크래프트 맥주 관광의 성장 배경은?
미국 양조가 협회(Brewers Association)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생산량은 5% 증가했으나, 전체 맥주시장의 판매량은 1.2% 감소했다. 크래프트 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2016년 12.3% 에서 0.4%p 상승한 12.7%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지표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대형 맥주 회사에서 생산되는 획일적인 맥주가 미국 시장에서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맥주 관광이 음식 관광, 그 중에서도 음료 관광 중 특화된 분야라는면으로 바라보면 대기업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로 유통되는 맥주는 대부분의 맥주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반면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크래프트 양조장을 방문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Francioni, Jennifer and Byrd, ErickT.(2016)의 연구에서는 맥주 관광을 결정하게 된 동기가 새로운 맥주를 맛보고,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맥주를 경험하며, 맥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주된 동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Dan Giedeman, Paul Isely, and Gerry Simons(2015)에서는 2015년 기준 인구 63만 6천여명의 켄트 카운티에 4만 2천여명의 맥주 관광객이 평균 3.7개의 브루어리를 방문하고, 이들의 직접 지출액의 합계는 약 7백만 달러에 이르며, 이로 인해 총 1,200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미국에서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높은 품질의 개성 있는 맥주를 꾸준히 생산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품질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맥주 재료를 생산하는 농업이 강력하게 뒷받침 해 주고 있으며, 단순히 농업 생산량이 많은 것이 아니라 R&D 기반 역시 튼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불어 이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 다양한 형태의 맥주 축제, 방문을 해야만 맛볼 수 있는 맥주까지 다양한 콘텐츠들이 준비되어 있다.
맥주 산업을 넘어 복합산업인 6차 산업으로
크래프트 맥주 산업의 가치는 내수 기반의 산업이자 1, 2, 3차산업이 결합된 이른바 ‘6차 산업’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다. 맥주 양조와 맥주 재료를 생산하는 농업이 함께 발달하면 개성 있고 신선한 맥주를 생산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콘텐츠를 알리는 프로그램이 결합되면 관광객 유입으로 이어져 소득과 고용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첫 번째는 맛있고 양조장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맥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또한 좁게는 양조장 또는 지역의 색깔을, 넓게는 우리나라만의 색깔을 담을 수 있도록 지역의 색깔을 담을 수 있는 재료나 우리나라만의 색깔을 살릴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들 역시 중요하다. 또한 신선한 재료가 신선한 맥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홉, 맥주용 보리 등의 재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맛있는 맥주와 양조장의 콘텐츠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초기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는 양조장과 함께 시장 자체가 확대될 수 있도록 맥주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가야 한다. 양조장에서는 맥주 제조 과정이나 교육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새로운 맥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 등을 제공해서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농업의 측면에서는 홉 농장 체험 등을 통해 친숙함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나 지자체 역시 지역에 위치한 소규모 양조장의 좋은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데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주류산업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로 인해 높은 세율과 함께 높은 규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 일본 등에서 빠르게 성장해가는 크래프트 맥주 산업은 맥주 산업을 단순히 규제가 필요한 산업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확산과 함께 농업이 같이 발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증가로 이어져 지역 경제의 소득이 증가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단순한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연관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이로 인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산업임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규제보다는 관리에 중점을 두고 산업적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EDI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