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우리를 여행하게 한다 – 국내편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솔티마을에는 주말마다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지난 4월말부터 한달 남짓 동안 총 300명 이상이 관광버스를 타고 이 마을을 찾았다. 온 마을이 푸릇푸릇한 홉 모종으로 뒤덮인 솔티마을에는 벨지안 맥주 전문 브루어리인 뱅크크릭브루잉이 자리잡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솔티마을을 찾은 사람들은 뱅크크릭브루잉의 양조시설 견학을 하고 주변의 홉 농장에서 맥주 재료에 대해 배우며 시음에 참여한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들은 두 손 가득 맥주를 사서 버스에 올라탄다.
한국관광공사와 충청북도는 2018년 봄 여행주간(4월 28일~5월 13일)을 맞아 ‘맥주 한 잔, TV 한 컷 당일여행’ 상품을 내놨다. 드라마 촬영지였던 감곡매괴성당 등 충북의 관광지와 음성의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의 브루어리 투어 등 즐길 거리를 결합한 여행 프로그램이다. 이와 함께 현지에서 1박을 하며 제천 향교, 교동민화마을, 탄금대 등 관광지와 뱅크크릭브루잉의 브루어리 투어를 즐기는 상품도 소개됐다. 뱅크크릭브루잉의 홍성태 대표는 “처음에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맥주에 무관심하던 관광객들이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설명을 듣고 홉 농장 체험, 시음 등을 하면서 맥주에 서서히 빠져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여행 후 다시 개인적으로 브루어리에 찾아오는 고객들도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애초 한국관광공사의 봄 여행주간을 겨냥한 이벤트성 프로그램이었던 충북 맥주 관광 상품은 관광객들의 높은 호응 덕에 여행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판매(www.romancetour.co.kr)되고 있다.
각 지방에 크래프트 브루어리 수가 크게 늘어나고 견학 프로그램,홉 농장 등 볼 거리, 즐길 거리를 갖춘 브루어리들이 등장하면서 크래프트 맥주가 관광 산업과 접목되고 있다. 맥주 관광이 서서히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크래프트 맥주의 저변을 넓히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에서는 브루어리 투어가 관광 상품으로서 인기를 끌고 있다. 양조시설 견학, 재료 체험, 시음 등으로 구성된 제주맥주의 투어에는 매달 4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참여한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최근 제주맥주에서는 주 3일 운영하던 브루어리 투어 프로그램을 주 4일로 확대하기도 했다. 맥파이 제주 브루어리의 투어 프로그램도 제주를 찾은 맥덕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제주맥주에서 자동화된 대규모 양조 설비를 볼 수 있다면 맥파이 제주 브루어리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브루어리의 정취를 경험할 수 있다.
이밖에 충북 음성의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 충남 공주의 바이젠하우스, 경기 가평의 카브루, 경북 문경의 가나다라브루어리 등도 자체 브루어리 투어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사전 예약을 통해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또 별도 프로그램이 없더라도 전국의 브루어리에 연락을 취하면 대부분 양조 시설을 견학하고 관계자와 만날 수 있다.
전국 브루어리의 위치, 연락처, 투어 프로그램 등 관련 정보는 지난 3월 출간된 ‘크래프트 비어 코리아-대한민국 수제 맥주 가이드북’에 망라돼 있다.
관광 코스 중 하나로 브루어리가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맥주를 중심으로 한 여행 상품도 준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근 지역의 브루어리를 묶어서 돌아보는 것이다. 지난해 한 여행사에서 경기 남양주의 핸드앤몰트와 가평의 카브루를 투어하는 당일코스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맥주와 관련 콘텐츠를 결합한 모델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관광공사로부터 예비관광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맥주 여행 전문 기업 ‘비플랫’에서는 지역 맥주와 지역 음식을 페어링한 관광 상품, 브루어리 투어와 맥주 교육을 결합한 관광 상품 등을 준비하고 있다. 비단 브루어리 투어뿐 아니라 맥주에 재미 요소를 더한 투어도 있다. 서울 홍대와 합정 일대의 크래프트발리, 누바, 리틀앨리캣 세개 펍을 돌면서 할인 판매하는 맥주를 마시고 스탬프를 받는 ‘골든마일 서울’이 대표적이다. 하루에 행사 맥주를 다 마실 경우 ‘당일 완주’라고 표현하면서 맥주 애호가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
여행사에서 관광 상품 제안을 받은 적 있다는 한 브루어리의 관계자는 “크래프트 맥주가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게 되면서 시장에서 맥주 여행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초보자부터 맥덕까지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온다면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DITOR_황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