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CP 심사위원(Judge)이 되려면? 공인 심사위원이 소개하는 BJCP의 세계Ⅱ
2017.06.30
BJCP 심사위원(Judge)이 되려면? 공인 심사위원이 소개하는 BJCP의 세계Ⅱ
우리나라에서 BJCP는 유명한 듯 하면서도 유명하지 않은 것 같다. BJCP에서 발행한 가이드라인은 많은 매니아들이 탐독을 하고 있지만, BJCP가 정확히 무엇을 추구하는 조직인지 어떠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 는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여 이번 기회를 통해 소개해 보기로 한다. 지난 호에서는 ‘BJCP를 말한다’를 통해 개괄적인 설명을 마쳤다. 이번 호에서는 BJCP 심사위원이 되기 위해 거쳐 하는 과정과 준비 방법을 알리고자 한다
BJCP 심사위원이 되기 위한 시험
BJCP 심사위원이 되기 위해선 우선 시험에 응시해야 하며, 시험은 총 3단계로 구성이 되어있다.
1) 온라인 시험 (Online Exam) B
JCP 심사위원이 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온라인 시험이다. 온라인 시험은 BJCP.org 사이트의 Exam Center에서 누구나 언 제라도 응시할 수 있으며, 총 200문제를 60분 동안 풀어야 한다. 시험의 내용은 주로 BJCP 2015 스타일 가이드라인의 숙지 여부와 기본적인 양조 지식이 주를 차지하나, BJCP의 시스템에 관련 된 문제도 제법 나오는 편이니 ‘BJCP 스터디 가이드’를 보고 따로 공부를 해두는 것이 좋다. 시험의 방식은 전부 객관식이지만, O/X문제, 5개의 보기 중 1개 혹은 복수 개의 정답을 고르는 문제들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난이도가 그다지 만만하지는 않다. 게다가 한 문제에 주어진 시간이 18초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포기할 건 포기 하고 나아 가는 과감함과 순발력도 요구된다. 온라인 시험의 응시료는 $10이며, 자신이 없는 사람은 무료로 샘플 시험에 응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20에 3번 도전 할 수 있는 할인 상품도 나와 있다. 최근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비영어권 응시자를 위 해 30분 가량의 추가 시간을 제공하는 Extended Time 버전도 신설되어 진입 문턱이 한결 더 낮아진 느낌이다. 시험이 아주 쉽지는 않지만 비영리 단체인만큼 응시료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온라인 시험에 한 번 응시해보는 것도 좋 겠다. 온라인 시험에 합격하면 합격증이 나오고 Provisional Judge라는 호칭을 얻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행정 편의상의 명칭이며 실질적으로 BJCP의 공인 심사위원(BJCP Judge)으로 인정 받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시험의 유효기간은 1년이기 때문에 1년 이내에 테이스팅 시험에 응시를 해야하며, 1년이 지나면 시험을 다시 봐서 합격을 해야 테이스팅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2) 테이스팅 시험 (Tasting Exam or Judging Exam)
온라인 시험을 통과하면 그 다음 단계인 테이스팅 시험(혹은 심사 시험이라고도 불림)을 볼 자격이 주어지며, 테이스팅 시험 이야 말로 BJCP 시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테이스팅 시험에서는 90분 동안 총 6종의 맥주를 마시고 실제 대회에서 맥주 심사를 하듯이 스코어시트를 작성해야 하며 점수 정확도, 감지 능력, 서술 능력, 피드백 능력, 완성도의 5개 부문에서의 종합적 인 평가가 이루어진다.
테이스팅 시험은 그리 자주 있지 않은데다 지원자가 항상 많아 마감이 빠르기 때문에 BJCP 사이트의 Schedule Exam을 때때로 확 인하는 것이 좋으며, 한국 시험이 없을 경우 외국에서 응시를 해보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 테이스팅 시험의 채점에는 보통 4-5개월 이 소요되며 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시험 점수 및 획득 포인트에 따라 Recognized / Certified 랭크의 공인 BJCP 심사위원이 된다.
3) 필기 시험 (Written Exam)
테이스팅 시험에 합격하는 것만으로도 BJCP 공인 심사위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더 높은 랭크의 심사위원에 도전하기 위해 필기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필기 시험은 BJCP 심사위원이라고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테이스팅 시험 점수 80점 이상에 심사 포인트 10점 이상을 득한 사람의 경우 응시가 가능하다. 필기 시험은 총 5문제로 스타일 비교 서술 2문제, 양조 기술 2문제, 레시피 작성 1문제로 구성이 되어있다. 1줄에 불과한 문제 하나 에 수 페이지에 달하는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 에세이 테스트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 없이는 칸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필기 시험은 1 년에 4회, 즉 분기에 1회씩 정례적으로 시행이 된다. 시험 결과가 나오게 되면 시험 점수 및 획득 포인트에 따라 National / Master 랭크를 받을 수 있다. 온라인 시험은 항상 오픈이 되어있기 때문에 약간의 도전정신과 시행착오를 거치면 누구나 쉽게 합격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되며, 필기 시험을 준비할 수준의 사람이라면 이미 BJCP의 시스템에 대하여 상당한 지식이 있을 것이라 판단되므로 굳이 이런 소개 글은 필요 없으리라 본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테이스팅 시험에 대해서 좀 더 중점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시험 준비를 위한 목표설정
시험을 준비하기에 앞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목표 설정이 아닐까 싶다. 몇 점을 목표로 해야 어떠한 랭크의 심사위원이 될 수 있을까 를 알기 위해서 일단 BJCP 랭크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BJCP 심사위원의 랭크 및 필요 조건은 위의 표와 같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심사위원의 랭크는 시험의 점수와 획득 포인트에 따라서 달라진다. 포인트는 크게 심사 포인트와 비심사 포인트로 나눌 수 있는데, 심사 포인트는 글자 그대로 맥주 대회에서 심사를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포인트며, 비심사 포인트는 심사 이 외에 대회 스태프 등의 지원업무를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포인트다. 통상적으로 1회 대회에서 1~1.5점의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온라인 시험을 통과한 후 테이스팅 시험에서 73점을 획득한 A는 일단 Recognized 등급을 받는다. 그 후 맥주 대회 심사에 적극 참여 해 포인트를 5점 쌓게 되면 Certified 등급으로 자동으로 승급을 하게 된다. 하지만 상위 등급인 National 랭크에 도전하기 위해 필기 시험 신청을 하려면 테이스팅 시험에 재응시해서 80점 이상을 획득해야만 한다. 아울러 심사 포인트도 10점 이상 확보해야 한다.
테이스팅 시험에서 64점을 받은 B의 경우, 마찬가지로 Recognized 랭크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 후 아무리 심사 포인트를 많이 쌓아 도 Recognized 등급에 머무르게 되며, Certified로 승급하고자 하면 테이스팅 시험에 재응시하여 70점 이상을 득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랭크가 무엇인지에 따라 점수 목표를 정하고 그 점수에 맞는 준비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테이스팅 시험 준비하기
테이스팅 시험에서는 총 6종의 맥주가 15분 간격으로 제공이 되며 실제 심사를 하듯이 스코어시트를 작성하게 되지만 BJCP 스타일 가이드라인은 소지할 수 없다. 맥주와 함께 제공되는 것은 오로지 BJCP 분류에 따른 스타일 명뿐이며, 제시된 스타일과 잘 맞는 맥주 인지 맞지 않는 맥주인지, 완성도가 높은 맥주인지 이취가 극심한 맥주인지는 오로지 응시자 본인의 코와 입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시 험이 치뤄지는 동안 경력자들로 구성된 2-3명의 프락터(Proctor)가 응시자와 동일한 조건과 정보 하에서 스코어시트를 함께 작성하 게 되는데 이 프락터들의 스코어 시트가 채점을 하는데 있어서 주요한 기준점이 된다. 90분 동안 작성된 6장의 스코어시트는 미국으 로 보내져 전문 채점자(Grader)에 의해 채점이 이루어진다.
테이스팅 시험의 평가 요소는 아래 5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가중치는 20%로 모두 같다.
1) 점수 정확도 (Scoring Accuracy)
스코어시트에서 부여한 맥주 점수에 대한 편차에 따라 평가가 결 정되며, 일반적으로 프락터와의 점수 차이가 작을수록 높은 점수 를 얻게 된다. -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극단적으로 점수를 주기 보다는 스타일 에 맞는가, 결함이 있는가에 따라 기준을 두고 점수를 주는 연 습이 필요. 평소에 다양한 사람들과 맥주를 마셔보며 서로 점수 를 비교해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 점수와 시트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내용은 칭찬일색인데 점 수가 낮다던가, 내용은 지적투성이인데 점수는 높다던가 해서 는 곤란하다.
2) 감지 능력 (Perception)
출제된 맥주가 가진 고유한 특성 및 강도를 얼마나 정확히 감지해 내는가를 평가한다. 다시 말해서 맥주에서 느껴지는 향, 풍미, 마 우스 필 등을 캐치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점수를 많이 받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억지로 많이 적어도 감점이 되니 확실하지 않은 것은 적지 않는 것이 좋다. - 평소에 맥주를 마시면서 이 맥주에서 느껴지는 특징적인 키워드를 기록해보는 습관을 가지면 좋다. - 시험 문제에 바이젠(Weizen)이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바나나와 클로브 향미가 있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저 눈 앞에 있는 맥주 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기록한다.
3) 기술 능력 (Descriptive Ability)
출제된 맥주에서 느껴지는 특징을 BJCP의 용어와 문법으로 기술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본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독특하고 모호한 표현보다는 통상적으로 시음에 쓰이는 용어를 사용하며, 각 항목마다 일정 개수 이상 빠짐없이 기록을 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 으며 많은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 ‘medium citrusy hop aroma with grapefruit and orange notes’와 같이 정형화된 표현에 익숙해지면 좋다. - 이 분야는 감지 능력의 정확성과는 별도로 평가가 되기 때문에, 후천적인 노력과 연습만으로도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을 수 있 는 항목이다.
4) 피드백 (Feedback)
‘피드백의 질이 곧 스코어시트의 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피드백은 심사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피드백이 얼마나 긍정적이고 전문적이며 적절한가를 평가한다. 피드백은 최대한 많을수록 좋으며, 당연한 이야기지만 점수를 낮게 준 맥주, 다시 말해서 지적 사항이 많은 맥주일수록 피드백이 많아야 한다. 홈브루잉 맥주에 대한 피드백은 양조 프로세스에 대한 조언이 대 부분이기 때문에, 여느 평가 항목에 비해 홈브루잉 경험이 중요하다. - 아무리 나쁜 맥주라도 긍정적이고 힘을 주는 코멘트를 반드시 1개는 기재한다. - 스코어시트 어딘가에서 무언가 지적을 했다면 반드시 그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해야 한다. - 피드백은 최대한 친절하고 상세하게 해야하며 양조의 과정을 자의적으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예> 홉이 부족하다. 좀 더 넣어라 vs 지금도 좋지만 American IPA의 특성을 좀 더 살리기 위해 레이트 홉을 20리터 배치 기준으로 0.5oz 정도 더 추가하면 좀 더 화사한 풍미를 지닌 맥주가 될 듯 합니다.)
5) 완성도 (Completeness)
스코어시트가 누락된 요소 없이 충실하게 작성이 되었는지, 알아보기 쉽고 일관성 있게 잘 정리되어 있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 분야는 상기 4가지 평가 항목과 무관하게 점수를 받을 수 있으므로 약간의 연습을 거치면 가장 쉽게 만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기도 하다.
종합적인 조언
1.스터디 그룹에 참여: 센서리 능력에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여러 사람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것이 점수 정확도 및 감지 능 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2. 가이드라인 숙지: 가이드라인 숙지는 기본이나, 비슷하면서 미묘한 스타일이 많기 때문에 Style Comparison 부분을 특히 주의 깊게 본다.
3. 6종의 맥주가 모두 스타일에 맞는 완벽에 가까운 맥주일 수 있고, 6종의 맥주가 모두 스타일에 맞지 않거나 심각한 결함이 있는 맥 주일 수 있다. ‘여러가지 케이스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선입견 없이 주어진 맥주만을 심사 한다.
4. 시트 작성을 많이 해본다. 실전과 같이 시트 작성을 많이 해보는 것이 좋다. 다만 무조건 많이 쓰는 것보다는 한 장을 쓰더라도 채점 기준에 맞게 스마트하게 써보는 것이 좋다. 특히, 15분 안에 스코어시트를 빽빽하게 채우기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니 시간 배분에 대 한 연습도 해두면 좋다.
5. 채점 기준에 대해서 숙지한다. BJCP 사이트에 공개된 채점 방법 BJCP Scoresheet Guide를 숙독해서 어떠한 기준으로 채점이 이루 어지는지 반드시 알아둔다.
6. 다양한 맥주를 많이 마셔보자. 좋아하는 스타일의 맥주만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 현재 유행하는 크래프트 맥주뿐 아니라 마트에 있 는 맥주들을 다양하게 마셔보면 도움이 된다.
7.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신 있고 일관성 있게 스코어시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풍미에 대한 서술, 점수, 피드백, 종합적인 인상이 얼마나 짜임새 구성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대회에 맥주를 출품을 했을 때 심사위원들에게 어떤 시트를 받고 싶은 역으로 생 각해보자.
이상 BJCP 심사위원이 되기 위한 준비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보았는데, 한정된 지면 상 상세한 내용을 수록하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 다. BJCP 또는 BJCP 시험에 대해 문의점이 있다면 언제라도 필자에게 연락을 주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상세한 답변을 약속 드린다. BJCP시험에 도전해서 자신의 현주소를 알아보는 것도 좋지만, 굳이 BJCP 심사위원을 목표로 두지 않더라도 BJCP 가이드라인을 탐독 하고 스코어시트 작성을 습관화 해보는 것 그 자체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되며, 맥주 라이프가 좀 더 깊고 풍성해지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련 사이트 및 참고자료
BJCP 메인 사이트: http://bjcp.org • BJCP 스터디 가이드: https://bjcp.org/docs/BJCP_Study_Guide.pdf • BJCP 스코어시트 가이드 (채점기준): http://dev.bjcp.org/exam-certification/exam-grading/bjcp-scoresheet-guide/ • BJCP 멤버십 가이드: http://dev.bjcp.org/member-services/membership-guide/
기고자: 이상원 비어포럼의 공동 창립자이자 BJCP Certified Judge로 지난 2월 열린 BJCP 한국 첫 테이스팅 시험의 Exam Administrator를 맡았다. 그 동안 맥주 만들기 동호회 KHC, 스타우트 워즈, 어메이징 홈브루잉 경연대회 등 다수의 국내 홈브루잉 경연 대회에서 Judge Director로 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