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 연말을 빛내줄 맥주
귓가를 맴도는 캐럴, 형형색색 거리를 빛내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에는 누구나 들뜨고 설레기 마련입니다. 이런 특별한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혹은 혼자서 맛있는 맥주 한잔하며 한 해를 되짚어 본다면 더 의미 있는 연말을 보낼 수 있겠죠? 연말에 마시기 좋은 맥주를 소개하고 여러분과 올해 마지막 건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다들 잔을 들고 건배!
세인트 버나두스 크리스마스
세인트 버나두스 맥주의 상징인 수도승 할아버지가 산타 모자를 쓰고 있네요. 세인트 버나두스 크리스마스는 세인트 버나두스 양조장이 매년 크리스마스 때 시즈널 맥주로 출시하는 맥주입니다. 보통 크리스마스철이 되면 많은 양조장에서 대목을 앞두고 특별한 크리스마스 맥주를 판매합니다. 크리스마스 맥주는 양조장 별로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은 추운 겨울에 몸을 데워줄 수 있는 고도수 맥주, 윈터워머(Winter-warmer)로 선보입니다. 이 맥주는 알코올 도수 10도의 벨지안 스트롱 에일로, 건포도 및 건자두와 같은 뉘앙스와 로스티드 몰트가 주는 캐러멜과 같은 풍미, 그리고 약간의 스파이시한 풍미가 균형을 이루는 맥주입니다.
델리리움 크리스마스(노엘)
귀여운 분홍색 코끼리가 그려져 있어 ‘분홍 코끼리 맥주’로 불리는 델리리움 맥주를 아시나요? 델리리움을 양조하는 벨기에의 휘게 브루어리도 크리스마스 에일을 매년 출시합니다. 산타 모자를 쓴 분홍코끼리가 눈밭에서 놀고 있는 귀여운 라벨이 눈길을 끌죠. 크리스마스 맥주는 불어인 ‘노엘(Noël)’이라는 명칭으로 출시되기도 합니다. 노엘은 생일을 뜻하는 라틴어 ‘나탈리스(Natalis)’에서 유래한 말로,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델리리움 크리스마스도 델리리움 노엘이라는 라벨을 붙여 판매하는 국가들이 있어 ‘노엘’ 이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알려졌죠. 벨지안 스트롱에일인 이 맥주는 캐러멜 향과 건과일, 라즈베리의 단맛과 함께 고도수에서 오는 알코올의 씁쓸한 뒷맛이 느껴집니다. 특히 이 맥주는 귀여운 산타 코끼리가 그려진 잔과 함께 선물세트로 포장되어 판매되기도 하는데요. 맥주를 좋아하는 지인이 있다면 이런 선물도 참 괜찮지 않을까 싶네
요. 귓가를 맴도는 캐럴, 형형색색 거리를 빛내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에는 누구나 들뜨고 설레기 마련입니다. 이런 특별한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혹은 혼자서 맛있는 맥주 한잔하며 한 해를 되짚어 본다면 더 의미 있는 연말을 보낼 수 있겠죠? 연말에 마시기 좋은 맥주를 소개하고 여러분과 올해 마지막 건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다들 잔을 들고 건배!
위치우드 바흠버그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는 분들이라면 이 맥주 한 잔 어떤가요? 영국 브루어리인 위치우드 브루어리에서 크리스마스 시즈널 맥주로 출시하는 바흠버그입니다. 라벨에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고약한 구두쇠 영감 스크루지가 등장합니다. 잔뜩 찌푸린 표정의 스크루지가 라벨 안에서 ‘바흠버그(빌어먹을 크리스마스)’라고 말하고 있네요. 모두에게나 크리스마스가 행복할 수는 없겠죠! 나 빼고 모두가 즐거워 보이는 크리스마스처럼 느껴진다면 스크루지 영감에 빙의해서 ‘바흠버그!’ 한 번 외치면서 이 맥주를 마셔봅시다. 전통적인 영국 홉을 넣어 홉의 다채로운 과일 향을 끌어내고, 시나몬 향을 더해 크리스마스 푸딩이나 케이크와 같은 풍미를 낸 매력적인 맥주입니다. 혼자인 크리스마스라고 속상해하지 마세요. 스크루지도 원작에서 모든 것을 깨닫고 크리스마스 아침을 따뜻하게 보내는 것처럼, 여러분도 혼자 이 맥주를 마시고 잠들어도 다음 날이면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로덴바흐 그랑크루
플랜더스 레드에일 스타일을 처음 만들어낸 로덴바흐의 스테디셀러, 로덴바흐 그랑크루는 두체스 드 부르고뉴와 함께 파티 맥주로 자주 거론됩니다. 이 맥주는 입맛을 돋우는 식전주로도 좋고, 식후 디저트와 함께 마시는 맥주로도 좋습니다. 오랜 숙성기간으로 날카롭지 않은 새콤함이 있어 사워 맥주를 처음 마시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사실 이 맥주의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크기에 비해 착한 가격으로 여럿이서 맛있게 나눠 마시기에는 이 맥주가 최고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맛은 기본이고요!
베르헤게 두체스 드 브루고뉴(매그넘)
또 두체스?! 매번 지겹도록 추천했지만, 파티를 위한 맥주를 추천할 때면 항상 떠오르는 맥주이기에 또다시 적어봅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큰 사이즈의 파티 맥주를 찾는 분들을 위해 조금 특별한 1.5L 매그넘 사이즈 두체스를 소개해보려 해요. 사람이 많이 모인 연말 파티에서는 맥주가 많이 필요하겠죠? 아무래도 작은 맥주보다 몸집이 큼직한 이 맥주가 파티에서 비주얼과 양 모두 만족시켜줄 거예요. 새콤하고 달콤한 플랜더스 레드에일인 두체스 드 브루고뉴는 와인인 듯 아닌 듯 재미있게 마실 수 있는 맥주입니다. 알코올 도수가 6도로 낮아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으며 파티 맥주로 적합합니다. 게다가 브루고뉴 공작부인이 그려진 병 디자인은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줘서 특별한 파티 자리에서도 격식 있어 보이죠.
슈나이더 탭X 퀴베바리크 2018
조금 더 특별한 맥주를 찾고 계시나요? 그렇다면 독일 맥주의 명가 슈나이더가 매년 다른 배럴에 숙성 시켜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이 맥주를 선택해보세요. 탭X 퀴베바리크 2018은 슈나이더 탭 6 아벤티누스와 아벤티누스 아이스복을 블렌딩한 후 샤도네이, 버번, 브랜디, 까베르네, 소테른 등을 담았던 오크 배럴에 숙성시킨 맥주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오크에 숙성한 만큼 체리나 사과같은 과일 향, 우디하고 타르트한 풍미, 바닐라 풍미 등 오크에서 기인한 다채로운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매년 달라지는 한정판 맥주이다 보니 조금은 희귀한 맥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 년씩 묵혀 마시기도 하는 맥주라, 이번 연말에 사서 내년이나 내후년 연말에 그 해의 탭X와 함께 마셔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브루스키 더 리프트 오프 게임
맛있는 고도수 깜장 맥주를 하나 적고 싶어, 많은 후보군 중에 고민하다가 최근 가장 재미있게 마신 디저트 맥주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맥주는 초콜릿, 바닐라, 딸기 그리고 유당을 넣은 디저트 임페리얼 스타우트입니다. 어릴 적 관광지에서 먹었던 삼색 아이스크림을 기억하시나요? 초콜릿 맛, 바닐라 맛, 딸기 맛 아이스크림을 골고루 떠서 먹으면 아마 이런 맛이 날 겁니다. 더 리프트 오프 게임은 12.5도의 고도수 스타우트임에도 불구하고, 도수감이 과하지 않고 바디감도 무겁지 않아 달달한 디저트처럼 편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이 맥주를 달콤한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함께 페어링해서 먹는다면, 그날 하루는 정말 달콤하게 보낼 수 있을 거예요.
2019년이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한 해, 누군가에게는 힘든 한 해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2020년에도 항상 좋은 일만 있거나 항상 힘든 일만 일어나지도 않겠죠. 그래도 매 순간순간 즐거움과힘듦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맥주 한 잔이 있다면, 그 순간도 모두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2019년 남은 후회와 걱정이 있다면 맥주 한 잔에 다 담아서 마셔버리고, 2020년의 새로운 희망을 빌며 잔을 부딪쳐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