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 '플럼코트'와 크래프트 맥주의 만남
지난달 1일, 농촌진흥청은 자두와 살구를 교잡해 만든 ‘플럼코트(Plumcot)’ 품종을 활용한 크래프트 맥주, 젤라토, 스무디, 롤케이크 등을 선보였습니다. 농가를 돕고 플럼코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이해림 푸드 칼럼니스트, 민간업체 4곳과 함께 여름철을 겨냥한 가공 제품을 개발한 겁니다. 과연 플럼코트는 어떤 과일이고, 플럼코트로 만든 맥주는 또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플럼코트(Plumcot)를 아시나요?
플럼코트는 자두와 살구의 종간교잡으로 탄생한 하이브리드 과일입니다. 영어로 자두를 뜻하는 '플럼(plum)'과 살구를 뜻하는 '아프리코트(apricot)'의 합성어로, 유전적으로 자두와 살구의 비율이 각각 50:50으로 교잡된 과일을 가리킵니다. 종종 플럼코트를 유전자변형농산물(GMO)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플럼코트는GMO 과일이 아니라는 사실. 자두의 암술 머리에 살구의 꽃가루를 수분하는 정상적인 수정 과일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살구의 높은 영양분과 자두의 강한 생명력을 모두 지닌 플럼코트는, 자두의 톡 쏘는 새콤함과 살구의 부드럽고 달콤한 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자두에 가까운 '플루오트(pluot), 살구 비율이 더 높은 '아프리움(aprium)'도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시도된 과종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1999년부터 농촌진흥청에서 플럼코트에 대한 품종 개발을 진행했고, 2007년 이후 '하모니', '티파니', '심포니' 품종이 차례로 개발되었습니다. 맛과 향이 우수해 6월 중순에서 하순까지 초여름 틈새시장에 보급되어 왔으나, 재배 면적이 크게 늘면서 품질 관리, 가격 하락 등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플럼코트가 맥주를 만날 때
우리나라에서 ‘과일 맥주’라고 하면 대개 ‘자몽 맥주’나 ‘청포도 맥주’처럼 생맥주에 과일청을 섞어 만든 맥주 칵테일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국내외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에서는 과일을 이용한 다양한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새콤한 ‘사워 비어’에 과일을 첨가해 더욱 새롭고 풍부한 맛을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독일의 전통 사워 비어 ‘베를리너 바이세’에 과일 시럽을 첨가해 즐기는 점에 착안해 사워 비어를 숙성하는 과정에서 제철 과일을 넣기도 하고, 발효 후 홉을 한 번 더 첨가해 강한 아로마를 더하는 등 새롭고 다채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 공덕동 미스터리브루잉컴퍼니에서는 앞서 설명한 플럼코트를 이용해 ‘Mr. Purple – Harmony Sour Ale’을 만들었습니다. 국산 플럼코트 1호 품종인 하모니(harmony)를 사용했는데요. ‘하모니’ 플럼코트는 자두 품종인 솔담(soldam)과 살구 품종인 하코트(harcot)의 종간교잡 과일입니다. 자두보다 살구의 특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서 부드럽고 진한 향을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쫀득쫀득한 과육 속에 14브릭스의 높은 당도가 새콤달콤하게 숨어 있는 샛노란 과육을 가졌다고 합니다. ‘Mr. Purple – Harmony Sour Ale’은 상쾌함이 느껴지는 밝은색 사워 에일에 ‘하모니’ 플럼코트 생과와 함께 후숙성해 만든 맥주입니다
한편 미스터리브루잉컴퍼니는 플럼코트 맥주와 잘 어울리는 돼지갈비 요리를 한정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태양초 고추와 태운 홍피망, 향신료로 하루 동안 향을 입힌 뒤 캐러멜라이즈드 양파와 플럼코트로 6시간 동안 조리한 매콤달콤한 돼지갈비입니다. 설탕 대신 ‘티파니’ 품종 플럼코트로 단맛을 낸 것이 특징입니다. 과일을 넣은 맥주와 과일로 단맛을 낸 음식 간의 페어링이었죠.
사실 살구나 자두를 이용한 맥주가 희귀한 것은 아닙니다. 한 소셜 네트워크 맥주 평가 사이트에 등록된 살구(Apricot) 맥주는 6,426가지, 자두(Plum)는 4,675가지나 됩니다. 하지만 교잡 과일을 이용한 맥주 양조는 극히 드문 편이어서, 플루오트(Pluot) 맥주는 448종, 플럼코트 (Plumcot) 맥주는 21종에 지나지 않습니다.(2019년 8월 기준) 그중 하나가 바로 미스터리브루잉컴퍼니의 ‘Mr. Purple - Harmony Sour Ale’인 겁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과일과 농산물을 활용해 개성 넘치는 맥주를 양조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플럼코트 맥주’와 디저트처럼 신품종, 상품성이 낮은 과일등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길 고대해봅니다. 농가는 다양한 판로 개척으로 웃고, 소비자는 더욱 새로운 맛으로 웃을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