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링 페어링 #8 라피라타 블랙 블록과 초코 타르트
라 피라타 블랙 블록
맥주 애호가의 영원한 로망, 임페리얼 스타우트. 수많은 양조장이 임페리얼 스타우트로 독특한 맛과 향을 시도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탄생한 라 피라타 양조장의 ‘블랙 블록’도 그중 하나. 피넛 버터, 꿀물, 패션 후르츠 등등, 다채로운 임페리얼 스타우트의 세계에서 라 피라타가 제시하는 진한 초콜릿 풍미는 얼핏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단맛과 쓴맛과 신맛의 균형이 주는 즐거움은 주목해볼 만하다. 라 피라타(La pirata)는 양조장 이름인데, 스페인어로 해적을 의미한다. 이곳에서 소규모로 자가양조를 하던 시절 처음으로 만든 맥주 이름이 바로 라 피라타였다. 훗날 더욱 규모를 키워 집시 브루어리로 첫발을 내디디며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해적으로 규정 지었다. 그후 여러 양조장을 떠돌며 다양한 맥주를 선보였고(블랙 블록 역시 이 시절에 탄생했다) 현재는 바르셀로나 북부 수리아에 양조장을 설립하며 정착했다.
라 피라타는 소규모 양조자들이 선망하는 길을 걸어왔다. 8년 동안 자가양조로 이름을 조금씩 얻기 시작한 뒤, 3년간 집시 양조자로 활동하고, 결국 자기만의 양조장을 갖게 되었으니까. 해적처럼 거침없는 행보로 맥주 시장을 개척했다고나 할까. 현재는 10여 종의 맥주를 선보이며 자기 영역을 더욱 공고히 만들고 있다. 대항해시대에 세계를 떠돌며 힘을 쌓고 한 지역에서 부흥하고 있는 해적을 보는 듯 해 흥미진진하다.
초코 타르트
여름이 끝나간다.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쌀쌀하다. 9월에 접어들면 날씨는 점점 서늘해지고, 생명력을 뿜어내던 푸른 나뭇잎도 하나씩 떨어지겠지. 뜨거운 여름밤이 가고 그 자리엔 애수가 남는다. 매년 맞이하는 여름의 끝이건만 마음은 늘 싱숭생숭하다. 가을이 다가온다는 건 올해도 거의 끝나간다는 뜻이니까. 어딘가 공허한 기분이 드는 날이면, 달콤한 디저트가 떠오른다. 혀가 아릴 정도로 달달한 초콜릿을 올린 바삭한 타르트는 차갑게 식어가는 내면을 뜨겁게 달궈준다. 타르트를 굽고, 초콜릿을 녹이면 방 안 가득 행복한 내음이 가득하다. 녹아드는 초콜릿을 휘휘 저으면 치유되는 기분이 든다. 어린이에게 필수라는 감각체험 놀이와 비슷한 효과일까. 초콜릿이 녹아내린다. 부드럽게 풀린 초콜릿은 조금씩 마음에 스며든다. 그래도 9월 중순까지는 무더운 낮이 지속된다. 기운이 떨어질 때도 역시 초코 타르트는 제격이다. 축 처진 어깨도 불끈 서게 만든다. 다이어트에 안 좋을지는 몰라도, 맛있게 먹으면 살이 안 찐다는 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드시길.
라 피라타 블랙 블록 X 초코 타르트
라 피라타 블랙 블록에선 갓 구운 빵과 순도 높은 다크초콜릿 향이 난다. 중독적인 향기. 계속 맡고 있자니 낯선여 행지에서 마주한 저녁나절의 냄새 같기도. 향기에 매료되어 맥주를 안 마실 수는 없지. 거품이 가라앉기 전에 서둘러 한 모금 마신다. 끈적하고 씁쓸하며 부드럽고 달콤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임페리얼 스타우트 본연의 맛에 충실하다. 기본을 지키면서 균형을 잘 잡았다. 높은 도수에 동반될 강렬한 알코올 내음은 어찌 숨겼을까.
설탕을 듬뿍 올린 신선한 에스프레소, 갓 딴 카카오 열매에서 나는 풋풋한 신 내음과 육
중한 단 내음, 흑당 버블티에서 맛보던 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맛까지. 블랙 블록은 솜씨 좋은 강도처럼 내 취향의 문을 열었다 (블랙 블록Black block은 주로 강도가 신분을 가리려고 쓰는 복면을 뜻한다). 임페리얼 스타우트에 잘 어울리는 페어링 전략은 ‘맛 강화하기’. 맥주 자체가 특성이 강한 만큼, 그 맛을 강화해주는 안주를 찾는게 중요하다. 특색 있는 임페리얼 스타우트의 경우엔 이름에 힌트가 들어 있는 편. 이름에 강조된 디저트나 원료가 담긴 안주를 고르면 실패할 확률이 낮다. 다크초콜릿 향이 진하게 밴 블랙 블록인 만큼, 초코 타르트라면 실패할 리가 없지. 초코 타르트는 만들기 간단한 디저트. 어떻게 만들어도 맛있는 편이다. 이번엔 타르트 식감을 조금 더 바삭하게 만들어 보았다. 초콜릿은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었고. 요즘 디저트를 구울 때면 식감에 신경을 쓴다. 부드러움과 바삭함을 함께 버무려 식감에 재치를 더한다고나 할까. 한입 깨물어 부드러운 초콜릿을 지나 바삭한 타르타에 닿는 순간, 치아로 전해지는 호기심을 유도해보자. 그러면 평범한 초코 타르트도 한결 재미있게 변한다.
서늘해진 밤공기를 떠올리니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 차가운 감각을 떠올리며 블랙 블록을 한 모금 삼킨다. 목에 달라붙을 듯 진득하다.
옅은 탄산감. 목 넘김도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쓴맛이 나오고, 곧이어 신맛과 단맛이 함께 나온다. 이때 초코 타르트를 한입 먹는다. 여러가지 맛에 정신이 번쩍 든 미각은 풍부한 초코 타르트가 내리는 단맛의 세례를 열렬히 받아들인다. 부르르 떨리던 몸을 훈훈하게 데워준다.
이번엔 초코 타르트를 먼저 베어 문다. 생크림과 초콜릿이 주는 풍부한 단맛. 바삭하게 강조한 식감이 주는 흥미까지. 약간 건조해진 입안에 블랙 블록을 부어 넣는다. 달콤한 맛에 빠져 해롱대던 혀는 임페리얼 스타우트에서 나온 씁쓸한 맛에 정신을 차린다. 남아 있던 달달한 잔향을 맥주 신맛이 강조하기도 한다. 건조해진 입을 묵직한 우유처럼 적셔준 건 물론이고. 초코 타르트와 블랙 블록은 칠흑 같은 복면을 쓴 검은 무리처럼 입안을 정복해 들어온다. 막아 보려 하지만 역부족 얼. 마 지나지 않아 입은 그들에게 정복당한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정복당한 자리는 달콤한 기운으로 충만하다. 이렇게나 스윗한 해적이라면 언제나 환영.
초코타르트 레시피
[ 타르트지 ]
버터 70g, 슈가파우더 65g, 헤이즐넛 가루 25g,
밀가루 140g, 달걀 25g
[ 초콜릿 페이스트리 크림 ]
우유 250g, 달걀노른자 60g, 설탕 25g,
커스터드 파우더 20g, 다크초콜릿 70% 80g
[ 초콜릿 글레이즈 ]
크림 65g, 꿀 30g, 버터 25g, 다크초콜릿 60g,
밀크 잔두야 초콜릿 20, 물 10g, 설탕 10g
만드는법
[ 타르트지 ]
[ 초콜릿 페이스트리 크림 ]
[ 초콜릿 글레이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