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부가물 - 라거에서 뉴잉글랜드 IPA까지
나팔바지, 뿔테 안경, 컨버스 올스타처럼 부가물(adjunct)은 맥주 양조 세계에서 인기를 잃은 재료였다. 하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양조장에서 볼 수 있는 재료가 되었다. 보리 맥아, 정도는 덜하지만 밀 맥아 이외에 맥주에 당 성분을 제공하는 부가물은 최근 나온 유명한 몇몇 맥주(대량 생산되는 라이트 라거뿐만 아니라, 뉴잉글랜드 아이피에이(New England IPA), 브룻 아이피에이(Brut IPA),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Russian Imperial Stout))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랫동안 부가물의 사용은 크래프트 정신에 배척되는 것으로 간주하였지만 현재는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모든 세대는 이전 세대에 반항하면서 어느 정도 그들만의 정체성을 창조한다. 부가물 사용 유행의 성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이해가 중요하다. 이번 기사에는 맥주에 사용하는 부가물의 역사 및 구체적인 사용 방법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맥주 부가물 사용의 역사
몇 년 전에, 전 세계에서 ‘라인하이츠거보트(Reinheitsgebot)’라고 알려진 독일 맥주 순수령 500주년을 기념했다. 500년이나 된 법이 여전히 언급된다는 것은 그것이 문화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 한다.
사실, 그 법은 독일 양조 철학뿐 아니라 독일 시민들이 생각하는 “진짜 맥주”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데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맥주는 오로지 맥아, 홉, 물 만을 사용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이 법은 넓은 의미로는 절약 정신이 강하고 비윤리적이 브루어가 수익의 증대를 위해서 맥주에 낮은 품질 및 해로운 재료를 넣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일종의 소비자 보호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냉소적인 관점에서는 정부가 맥주의 재료인 홉과 같이 특정 재료에 세금을 부과해 수익을 증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진실은 아마 그 중간쯤 일 듯하다. 잉글랜드와 벨기에서는 전통적으로 맥주 양조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사실상, 이런 양조에 대한 창의적인 관점이 벨기에 맥주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맥주에 부가물을 사용하는 방법은 유럽에 존재했으나 창의적인 독일 이민자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엄청나게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전에 거주했던 나라(독일)의 맥주와 비슷하게 만들고자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독일 스타일의 라거를 재현하려 노력했다. 이 목표에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에서 풍부하게 자라는 6줄 보리가 유럽에서 자라는 2줄 보리와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2줄 보리보다 수득률이 높은 6줄 보리는 질소와 효소 함량이 높지만, 전분 함량은 낮다. 브루어는 질소 함량이 낮고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옥수수나 쌀과 같은 부가물을 사용하면 마실 만한 맥주를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알게됐다. 6줄 보리에 있는 여분의 효소가 옥수수 전분을 효모가 먹을 수 있는 말토스(maltose)로 변환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이러한 부가물이 맥주의 질소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국 스타일 라거의 탄생 배경이다. 이 오리지널 라거는 전혀 단조롭지 않다. BJCP 가이드라인상에 pre-prohibition lager는 6%알코올 도수 및 최대 40 IBU로 정의되어있다.
불행히도 1919년에 미국에서 비준한 술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18번째 개정안으로 인해 많은 브루어리가 문을 닫았다. 1933년에 마침내 개정안이 뒤집혔지만, 그동안 소비자의 취향이 변했고 음료 회사는 이 기간에 소비자가 맥주의 쓴맛보다 달콤한 맛을 더 즐기고 기대하게 만들었다. 브루어리는 판매량 증가를 위해 낮은 바디감(가볍고)에 덜 쓴 맥주를 생산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에 대응했다.
결국, 대량 생산된 라거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앵커 브루잉 컴퍼니(Anchor brewing Company), 뉴 알비온 브루잉 컴퍼니(New Albion brewing company), 시에라 네바다 브루잉 컴퍼니(Sierra Nevada brewing company)와 같은 초기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그들의 맥주는 지난 반세기 동안 유행했던 연한(물로 희석한 듯한) 맥주에 대한 직접적이 대응이었다. 그들은 산뜻한 시트러스 풍미가 특징인 강한 풍미의 홉과 2줄 보리만으로 생산한 맥즙을 사용했다. 맥아로만 생산한 맥즙을 사용하는 것은 미국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한 부분을 의미했다.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그들은 새로운 홉, 희귀한 향신료와 허브, 역사적 스타일 맥주에 사용하는 귀리나 보리 (맥아화 되지 않은)의 사용에 거리낌이 없었다. 하지만 옥수수와 쌀의 사용은 금지되었다.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천천히 정체성을 확립하고 시장에서의 위치를 견고히 함에 따라, 그들은 쌀과 옥수수를 사용해서 평범한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었고, 질 좋은 재료와 그들의 예술 감각을 가지고 그 스타일을 한층 향상시켰다. 이 시도를 처음으로 한 브루어리는 도그피시 헤드 브루어리(Dogfish head brewery)였고, 적색, 백색, 청색의 에어룸(heirloom) 옥수수를 사용해 미국 버전의 소맥인 리커 드 몰트(Liquor De Malt)를 생산하였다. 더 많은 고객에게다가가기 위해서, 파운더스 브루잉 컴퍼니(Founders brewing company)는 솔리드 골드(Solid Gold)—바디감을 낮추기 위해 낮은 비율의 옥수수 및 약간의 추가적인 풍미를 입히기 위해 소량의 홉(드라이 홉) 추가 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맥주에 흔히 첨가되는 부가물
오늘날 브루어는 어떻게 하면 부가물이 맥주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꾸준히 실험하고 있다. 다양한 풍미를 가지는 쌀의 경우 전분이 모두 발효성당으로 변환됨으로써 주로 바디감을 낮추는 데 사용되고 있다. 그에 반해 맥주의 혼탁을 유발하는 질소 성분은 남기지 않고, 맥주의 색에도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크래프트 맥주 세계에는 쌀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흑미를 사용해서 분홍/보라색의 얼씨(earthy)한 풍미를 가지는 맥주를 만들거나, 구운 쌀을 이용해서 맥주에 풍부한 맛을 부여하거나, 또는 재스민 쌀을 이용해 좀 더 은은한 풍미를 가지는 맥주를 만들 수도 있다. 현재 쌀의 경우 맥아의 특성을 줄이면서 홉의 특성을 부각하는 점으로 인해 브룻 아이피에이(Brut IPA)를 만드는 인기 있는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바네하임 브루어리(Vanaheim Brewery)의 쌀 맥주는 쌀이 맥주의 풍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흥미가 있는 사람들에게 후회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옥수수는 쌀처럼 광범위하게 경작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문화적 역할도 크지 않기에 국내에서 인기 있는 부가물이 아니다. 옥수수는 쌀과 마찬가지로 드라이한 맥주를 만드는 데 쓰이지만 맥주의 끝 맛을 약간 달게 만든다. 몇몇 부가물 라거(adjunct lager)의 경우 최대 40%까지 사용하나, 이 스타일의 맥주만 옥수수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벨기에의 플란더스 레드 에일 (Flanders Red Ales)의 경우에도 옥수수를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고, 브리티시 비터에일(British Bitter Ales)의 경우 드라이하지만 맛 좋은 맥주를 만드는 데 소량의 옥수수를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모든 부가물이 맥주를 드라이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브루어는 때때로 더 묵직한 바디감(fuller body)과 부드러운 마우스필(silky mouthfeel)을 가진 맥주를 만들기를 원한다. 브루어가 이런 마우스필을 원할 때, 그들은 주로 보리, 귀리, 밀 그리고 호밀과 같이 맥아화 되지 않은 곡물로 눈을 돌린다. 곡물의 맥아 공정은 일련의 효소 반응 -식물에 있어 장기간 에너지를 저장하는 효율적인 방법인 큰 분자의 전분과 단백질을 씨앗이 자라는 데 사용하기 좋은 작은 입자로 분해하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맥아공정 중 보리의 전분 대부분이 맥아의 말토스로 바뀐다. 맥아화 되지 않는 곡물의 큰 단백질은 매우 강한 풍미를 지니고 있지 않지만, 더 묵직한 마우스필을 부여한다. 보리나 압착 귀리(flaked oats)가 마우스필에 영향을 주기에, 잉글랜드와 아이리시 스타우트는 상대적으로 드라이하지만 부드럽고 묵직한 바디감을 가진다.
부가물을 잘 사용하려면?
앞서 언급한 대로, 과다한 질소(단백질 주성분)는 맥주의 혼탁을 유발한다. 역사적으로 소비자들은 바바리아(Bavaria)나 벨기에 밀맥주를 제외한 탁한 맥주는 결함이라고 생각했다. 헤이지 아이피에이(hazyIPA)의 유명세는 이러한 IPA의 쥬시(juicy)한 풍미에 빠져버린 소비자들과 함께 이런 관점을 날려버렸다. 이러한 맥주의 쥬시함은 과일 풍미에 의해 선택된 새로운 품종의 홉에 기인하지만, 이 맥주의 탁함과 쥬시함의 연관성은 과학자에 의해 아직 잘 밝혀지지 않았다.
스콧 제니쉬(Scott Janish)의 저서 The NEW IPA에 다양한 홉 및 맥주 안에서 그 홉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운 연구에 관해 자세히 나와 있다. 책에서 그는 홉의 폴리페놀 성분과 단백질이 결합해 안정적인 혼탁을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맥주에 있는 단백질 분자가 미스센(myrcene)과 같은홉 오일 성분과 결합해 홉 오일 성분이 날아가지(공기 중으로) 않고 맥주에 남아있게 만들며, 이는 꽉 찬 홉 풍미로 알려진 뉴잉글랜드 아이피에이의 특성을 부여한다. 몇몇 경우, 맥주에 단백질이 너무 많으면 다량의 드라이홉과 결합해서 목 안쪽에 타는듯한 떫은맛을 나게 한다.
부가물을 사용하는 요령 중 하나는 그 속에 들어 있는 전분을 젤리틴화(gelatinized, 호화)—전분을 물에 완전히 녹이는 것—해야 한다는 점이다. 각각의 곡물은 당화 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분해하기 위해 젤라틴화하는 온도가 다르다. 젤라틴화 되지 않는 전분과 젤라틴화 된 전분의 차이는 생쌀과 죽의 차이와 같다. 압착한(flaked) 부가물은 바로 당화조에 투여해 빠르게 당화할 수 있기에 때때로 브루어는 압착한 부가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브루어가 일반 곡물을 사용할 시, 주 당화에 섞기 전 특수 당화조에서 특별 당화가 행해져야 한다. 이러한 형태의 당화를 시리얼 당화(cereal mash)라고 하며, 전통적으로 라이트 라거를 생산하는 모든 브루어리에서 사용한다.
현재 크래프트 브루어리는 강한 풍미, 고품질 재료를 사용한 맥주 생산 및 대형 브루어리보다 작은 양을 생산하면서 그들만의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있으며, 이전에는 사용하기를 꺼리던 재료를 사용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부가물은 브루어에게 맥아만을 사용했을 때보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한다. 브룻아이피에이의 엄청나게 크리스피(crisp)한 마우스필은 쌀 혹은 옥수수를 사용했기에 가능했으며, 엄청나게 부드럽고 쥬시한 뉴잉글랜드 아이피에이의 경우 밀과 귀리를 사용했기에 가능했다. 브루어는 한계를 뛰어넘는데 도움이 되는 재료를 계속해서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