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대한민국 맥주 소비자 리포트: 소비자의 맥주 선호도는?
수입맥주 스타일별 선호도 조사
맥주 선호도 조사는 중복 선택 항목을 포함한 4개의 객관식 질문과 10개의 주관식 질문, 1~10점 구간에 대해 점수를 부여하는 항목으로 구성되었다. 주관식 문항의 경우, 미응답이나 올바르지 않은 응답, 또는 ‘없다’고 답한 경우를 답변에서 제외하므로 문항별 유효 응답의 숫자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주관식 문항에는 개인의 기호나 경험의 범위가 큰 영향을 미치므로 시장 전체의 방향이나 모집단의 선호도로 해석하는 것보다는 표본집단의 경향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크래프트 맥주의 꽃은 페일 에일과 IPA다. 크래프트 맥주의 성장을 주도해온 스타일이자 많은 사랑을 받는 스타일로, 강렬한 홉 향과 쓴맛이 특징이다. 페일 에일과 IPA는 전통적으로 강한 쓴맛과 홉의 풍미, 이를 받쳐주는 몰트의 맛과 풍미가 함께 드러나는 쪽이었다면, 지금은 쓴맛과 몰트의 풍미는 줄이고 홉의 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체 응답자는 238명이며, 이중 유효 응답은 132명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해 조사에서 3위를 차지한 구스 아일랜드 브루어리의 구스 IPA가 8.33%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토플링 골리앗의 수도수가 차지했으며, 3위는 밸러스트 포인트의 스컬핀, 4위는 토플링 골리앗의 킹수, 5위는 로스트코스트 브루어리의 인디카가 차지했다.
전통적인 스타일과 최신 유행 스타일이 고루 분포한 가운데, 편의점 진출로 대중과의 접점이 가장 많은 구스 IPA가 1위를 차지하고 토플링 골리앗의 맥주가 2개나 순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의 경우 기존 조사보다 표 분산이 심해 8.33%의 득표로 1위를 차지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즉, 국내 시장에서 수입 페일 에일/IPA 제품이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반해 편의점등과 같은 소비자와 접점이 큰 판매점에 진출한 제품의 숫자는 적다. 따라서 설문에 참여한 각 개인의 경험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해 제품 선호가 갈리는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수입 포터 및 스타우트의 경우 전체 응답자는 248명이었으며, 이 중 유효응답자는 122명이다. 임페리얼 스타우트의 강세와 함께, 본 문항에서도 다수의 맥주가 언급되며 10% 미만의 득표율로 1위가 결정되었다. 1위를 차지한 맥주는 파운더스 브루잉 컴퍼니의 파운더스 포터로, 9.84%의 득표를 기록했다. 2위는 노스 코스트 브루잉 컴퍼니의 올드라스푸틴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로 8.2%, 3위는 드라이 스타우트의 대명사 기네스가 차지했으며, 올해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에일스미스 브루잉 컴퍼니의 스피드웨이 스타우트가 4위를, 5위는 하디우드 파크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라즈베리 스타우트와 파운더스브루잉 컴퍼니의 KBS가 공동으로 차지했다.
수입 세종/팜하우스 에일 부문의 관건은 누가 세종 듀퐁의 아성을 무너뜨릴 것인가다.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1위를 기록한 세종 듀퐁은 19.23%의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지켜냈다. 지난해 3위였던 프레리 스탠다드가 12.82%의 지지를 받으며 2위를 차지했다. 두 맥주는 비교적 큰 격차를 보였으며 라시렌 세종, 브루클린 소라치 에이스, 힐 팜스테드 아서가 5.13%의 득표를 기록하며 공동 3위를 차지했다.
2017년(21.06%)과 2018년(17.28%)에 이어 올해 역시 두체스 드 브루고뉴가 사워 에일 부문에서 10.74%의 지지로 1위 자리를 지켰다. 2017년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의 지지율인데도 1위는 1위. 한편 3가지 맥주로 2위를 포함해 순위권에 든 양조장이 바로 드리 폰테이넨(3 Fonteinen)이다. 람빅 양조장의 강자로, 지난해 조사에서는 특정 제품명이 아닌 ‘3분수’라는 이름으로 다수가 응답하여 아쉽게도 집계에서 제외됐다. 이 양조장은 이번 조사에서 무려 3개의 제품을 순위에 올렸다. 모두 괴즈 계열의 맥주인데, 만약 이 양조장의 괴즈가 한 종류였다면 두체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오드 분 괴즈 역시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플랜더스 레드 에일의 정석으로 불리는 로덴바흐 그랑 크루도 공동 3위에 올랐다. 유효표 총 121개 중 1위, 2위, 공동 3위 4종을 합쳐 총 6종의 맥주가 순위에 올랐는데, 이중 람빅 계열이 4종, 플랜더스 레드에일이 2종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수입맥주 시장에서 신맛을 대표하는 두 가지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올해 바이젠 부문의 집계에서도 지난해와 같이 바이엔슈테판 양조장의 맥주가 1, 2위를 차지했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지난해 1위(26.47%)를 차지한 바이엔슈테파너 헤페바이스비어가 2위(13.48%)로 내려앉은 대신, 지난해 2위(11.76%)를 차지했던 바이엔슈테파너 비투스가 1위(16.85%)로 올라섰다는 점이다. ‘1,000년의 양장’으로 불리는 바이엔슈테판 양조장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근소한 차이로 3위를 차지한 파울라너, 또 다른 바이스비어의 강자로 4위를 차지한 아잉거 브로바이스가 눈에 띈다.
이번 수입맥주 설문 중 가장 큰 차이로 1위를 차지한 맥주가 있다. 바로 벨지안 윗비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호가든이다. 비교적 국내시장에 오래 알려져 있었던 호가든이 32.76%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20.69%의 지지를 얻은 ‘원조 호가든’ 셀리스 화이트다. 지난해(41.54%)의 절반에 그치는 지지율을 보이며 아쉽게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지난해 5위를 기록했던 세인트 버나두스 윗이 차지했으며, 4위와 5위는 각각 블루문과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이 차지했다.
Lager
라거 부문은 수입 제품과 국산 제품으로 나누어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수입 라거의 경우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군을 중심으로 문항을 구성했으며, 국산 라거는 현재 대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객관식 보기에 기록하되, 목록에 없는 제품도 응답할 수 있도록 했다.
수입 라거 선호도에서 2017년부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맥주가 필스너 우르켈이다. 25.91%의 지지를 얻은 필스너 우르켈은 2위와 10%p 이상의 격차를 두고 여유 있게 1위를 차지했다. 2위를 차지한 제품은 하이네켄으로 15.62%를 차지했으며 3위는 스텔라 아르투아, 공동 4위는 칭다오와 버드와이저가 차지했다.
국산 라거는 클라우드(28.66%)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새롭게 출시된 테라가 카스를 누르고 2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2위로 상승했던 카스는 다시 3위로 하락했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 선호도 조사
국내 크래프트 맥주 선호도 조사는 주관식으로 응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응답자의 개인적 경험, 브루어리의 인지도 등이 응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응답자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거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방에 위치한 브루어리에대한 선호도가 실제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맥주 선호에 대한 응답은 개인적인 것으로서, 결과의 해석을 좁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선호하는 국내 크래프트 브루어리는?
총 315명의 설문 참여자 중 265명이 가장 선호하는 브루어리를 꼽았다. 대망의 1위를 차지한 곳은 바로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브루펍으로,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캔 맥주를 유통하면서 인지도를 높여왔다. 2위를 차지한 곳은 올해 참가한 맥주 대회마다 상을 휩쓴 아트몬스터 브루어리다. 3위는 도심 속 집시 브루어리인 서울집시가 차지했으며, 4위는 지난해 1위를 차지한 부산의 ‘사워명가’ 와일드 웨이브 브루잉, 5위는 지난해 처음 순위권에 진입한 서울 브루어리가 차지했다.
2019년 마셔본 국내 크래프트 맥주 중 가장 맛있었던 맥주는?
‘2019년 가장 맛있었던 맥주’ 항목의 유효 응답은 234개 였다. 그중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몽크IPA(7.26%)가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아트몬스터 브루어리의 운짱필스너(6.84%), 3위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홉스플래쉬, 4위는 아트몬스터 브루어리의 수다스폰서, 5위는 서울집시의 트위스트 고제가 차지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선호하는 국내 브루어리’의 응답 결과와 대체로 결을 같이 한다. 또한 ‘가장 맛있었던 맥주’로 순위에 오른 브루어리는 방문도가 높은 브루펍 또는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매장에서 좋은 경험을 하는 소비자에게는 자연스레 맥주도 좋은 인상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맛있었던 맥주’의 순위를 나열하는 데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한 양조장에 스타급 맥주가 여러 개 있는 경우, 이 설문에서불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떤 브루어리의 맥주 여러 개가 분산된 표를 얻는다면 순위에 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의 관점에서는 분산된 표를 모두 득표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양조장을 집계한 결과, 1위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17.52%), 2위는 아트몬스터(15.81%), 3위는 서울 집시(7.26%), 4위는 미스터리 브루잉 컴퍼니(5.13%), 5위는 비어바나 브루잉 컴퍼니(4.27%)가 차지했다.
설문 응답자들이 꼽은 ‘맛있었던 맥주’에 해당하는 양조장들을 봤을 때, 모두 수도권에 위치한 양조장 또는 브루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수도권으로 심하게 쏠려있다. 이번 설문 응답자의 82.86%가 수도권에 거주하며, 인구 밀도 및 집중도, 실질 소득 등 여러가지 조건에서 수도권 시장이 전국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크래프트 맥주의 가격이 일반적인 대기업 맥주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질 구매력은 시장의 성장에 있어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수도권보다 평균 소득 수준이 낮은 지방 시장의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종량세 시행 초기에 가격 정책의 향방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성장 속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 어디까지 왔나?
국내 크래프트 맥주는 본격적인 시장 형성과 함께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실제로 한국 크래프트 맥주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평가할까. 국산 크래프트 맥주와 수입 크래프트 맥주의 평균적일 품질을 비교하는 질문에, 응답자의 37.14%(117명)는 ‘수입 크래프트 맥주의 품질이 더 좋다’고 답했고, 29.84%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국산 크래프트 맥주의 품질이 더 좋다’는 평가도 24.76%로 나타났다.
또한 국산 크래프트 맥주의 전반적인 수준을 점수(1~10점)로 표현할 경우 몇 점을 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평균 점수는 7.06점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해보면, 국내 크래프트 맥주의 수준이 세계적 수준으로 근접해지고 있으나 아직 조금 미흡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수입 맥주의 경우 평가가 높은 제품들이 주로 수입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현재 국내 크래프트와의 비교 대상이 세계 최고 수준의 맥주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에필로그
2015년부터 시행한 대한민국 맥주 소비자 리포트가 5회째를 맞았다. 초기 3개년간 매년 증가하던 설문 참여 인원이 지난해 큰 폭으로감소했으며, 올해 소폭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참여인원의 중대한 변화 이유 중 하나는 지난해부터 질문을 더 심층적으로 구성된 데다 주관식 10개 항목이 추가되며 응답 소요 시간이 증가한 것이 한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 또한 초기 참여자들이 이탈했으며 신규 참여자가 지난해 60.48%, 이번 조사에서 69.21%를 기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는 맥주시장에 새로이 관심 갖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소비자 유입 역시 꾸준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해석할 수 있다. 반면 기존 참여자들의 응답이 단절되면서 기존 소비자들의 맥주 소비 경향 변화를 연속적으로 살펴보기는 어렵다는 아쉬움 또한 존재한다.
이 설문은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설계되지 않았다. 따라서 대한민국 전체 맥주시장의 소비자의 생각이나 행동을 추정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다만 설문의 일부 항목에서 응답자가 맥주에 관해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응답자들의 소비경향이나 정보 인지 경로 등을 식별할 수 있다. 종합해볼 때, 이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은 대체로 크래프트 맥주에 최소한의 관심이 있거나 적어도 가까운 지인 중 크래프트 맥주를 알고,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이 있어 설문에 참여하게 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조사의 결과를 일반적인 전체 맥주 시장의 현황 또는 경향을 파악하는 자료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다만 크래프트 맥주에 최소한의 관심이 있거나, 이미 크래프트 맥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의 행동 경향을 개략적으로 유추하는 데는 적절한 지표가될 수 있다. 또한 매년 반복된 주기로 시행되는 설문조사로서, 트렌드와 인식을 관측하고 시장의 상황 변화 등을 제한적으로 감지하는 자료로는 활용될 수 있다.
2018년 100개에 이어 2019년 대한민국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120개를 돌파했다. 양적 팽창과 함께 크래프트 맥주는 방송의 소재로서 주목 받기도 했다. 또한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산업적 가치를 고민하는 단계로 진입하면서, 맥주를 직접 양조하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전후방 산업의 동반 성장을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더불어 2020년부터 맥주의 주세 과세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확정되면서 크래프트 맥주 업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크래프트 업계의 많은 종사자들은 그동안 다양한 맥주를 선보이는 데 걸림돌이 되었던 종가세 방식의 주세 부과 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맥주시장에 새로운 소비자가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고,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크래프트 맥주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국내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품질 수준 역시 빠르게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종량세 원년인 2020년 제도의 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시장의 변화가 맥주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시 한 번 2019 대한민국 맥주 소비자 리포트에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2020 대한민국 맥주 소비자 리포트에는 맥주에 대한 더 많은 분들의 생각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