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시 기획자 안드레아가 이야기하는 ‘브라우베비알레 패밀리’
“ 늘 산업의 니즈와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섭니다.”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곳이라면, 우리는 언제든 구글 앱을 켜 궁금한 브랜드나 회사 관련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시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당신이 만약 어떤 산업에 종사할 예정이거나 입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종사자라면, 해당 산업의 비즈니스 전시회에 가보는 것이 일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 전시회는 산업을 구성하는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고, 그 구성원과 대화할 수 있으며, 거래를 더 쉽게 제안할 수 있는 창구이다. 산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으며, 향후 유용한 자산이 될 네트워크를 확보할 기회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국제 전시회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콘텐츠를 접하고 국제적흐름을 읽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세계일주’가 아닐까?
브라우베비알레(BrauBeviale)는 맥주를 비롯한 음료 산업의 생산재를 다루는 전시회로, 전시 강국 독일의 뉘른베르크에서 해마다 열린다. ‘브라우’는 양조를 뜻하며, ‘베비알레’는 음료를 뜻한다. 2018년 브라우베비알레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국제적인 성격을 띠었다. 총 1,904개의 전시 참가사 중 절반이 넘는 53%가 국외기업이었고, 4만 명의 방문객 중 외국인 수는 1만 8천여 명에 이르렀다. 그뿐 아니라 ‘브라우베비알레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여러 주요 도시에 뻗어 나가고 있기도 하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크래프트 비어 차이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베비알레 모스코>,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리는 <크래프트 드링크 인디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크래프트 비어 이탈리아>, 브라질 블루메나우에서 열리는 <피에라 브라질레이라 다 세르베사> 등이 브라우베비알레 패밀리의 구성원이다.
브라우베비알레를 총괄하는 안드레아 칼라이트 씨가 한국 맥주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독일 맥주 회사들의 여정에 함께하기 위해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했다. 2017년 비어 소믈리에 과정을 이수한 그는 맥주 심사자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브라우베비알레 패밀리의 비전과 좋은 전시의 요건, 그리고 크래프트 음료에 관한 그의 생각과 이야기를 들어보자.
세계 양조 산업의 ‘만남의 장소’
베비알레 패밀리는 4년 전 시작됐습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 시장에 집중했지만, 이제 크래프트라는 것이 전 세계적인 화제이자 국제적인 트렌드가 되었기 때문에, 세계 각지의 브루어들을 도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산업의 제대로된 파트너로서, 유럽의 국경에서 멈출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바로 이 산업에 있는 사람들을 모으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같은 생각은 독일식 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독일에는 ‘Regulars’ table’이라 불리는 문화가 있는데, 사람들이 일과를 마치고 펍에 모여 맥주 한잔하며 일 얘기, 가족 얘기 등 다양한 삶의 문제에 관해 얘기하곤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이나 다음 주에 친구들을 또 만나게 될 것이라는걸 확신하죠. 브라우베비알레는 그러한 아이디어서 출발했습니다. 양조 산업의‘Regulars’ table’인 셈입니다. 함께 성장해온 브루어들에게 서로 만날 거라는 확신을 주는 만남의 장소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브라우베비알레는 될 수 있는 한 크고 멋들어지게 기계류를 전시하는 일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만남의 장소로 기능하여 산업 구성원들이 서로 대화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함께 모여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이죠.
좋은 전시를 만들려면
좋은 전시란 방문객과 전시자가 모두 행복한 전시, 그래서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전시입니다. 그러기 위해 적합한 시기에 옳은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 방법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제가 비어 소믈리에 과정을 이수한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야만 전시 참가자와 방문객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더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브라우베비알레 패밀리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시작하고자 할 때도, 항상 특정 시장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당 지역이나 국가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겠죠. 맥주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지, 음료 생산자들이 이미 많이 포진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종류의 음료 생산자인지, 또 매우 중요한 부분인 데 제품을 해당 국가에 공급하기가 수월한지, 정책적 상황은 어떤지, 현재 업계의 화젯거리는 무엇인지 등을 살피는 것이죠. 한국과 같이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잠재적 시장을 발견하면, 우리는 그곳이 산업 전시회를 정말로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항상 특정한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애써야 해요. 다르게 말하면, 명확한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뚜렷한 방향성이나 전략 없이 중구난방으로 결정이 이루어져서는 안 되겠죠. 예를 들어, 브라우베 비알레와 같은 B2B 전시의 경우 비즈니스를 위한 프로그램이 우선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아니면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한지 알아내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만약에 접대 산업과 음료 산업을 모두 가져가야 하는 ‘호텔 쇼’를 기획한다고 칩시다. 서로다른 이유로 전시를 찾은 두 방문객 그룹을 어떻게 연결 지을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크래프트, 세계 음료의 흐름
오늘날, ‘크래프트'라는 개념은 맥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음료 전반에 걸쳐있는 흐름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크래프트 증류주가 부상하고 있으며 인도 등 여러 국가에서도 고유의 ‘크래프트 음료'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크래프트는 더는 단지 ‘맥주’만이 아니라 다양한 음료 및 주류로 확장해가는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무알코올 음료 시장 역시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너무 달지 않고, 독특한 맛을 지닌 그런 음료 말이죠. 지역성에 관한 주제 역시 다시금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역은 특유의 개성과 풍취를 만들어주니까요.
모두들 세계화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어디서든 모든 걸 볼 수 있기에, 우리의 개성과 국가의 고유한 특색이 사라져가고있습니다. 모든 브랜드가 전 세계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크래프트라는 것은 이러한 상황과 맞서는 무언가입니다. 크래프트 브루어들은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지역을 위하는 특별한 것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전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것이 현재 우리의 시스템과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DITOR_홍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