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케그 제조기업의 미국 시장 출사표 신한산업, 미국 CBC에 가다
지난 4월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세 계 최대 맥주산업 박람회 ‘2017 Craft Brewers Conference & BrewExpo America’(CBC & BrewExpo)가 개최됐다. CBC & BrewExpo는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나 미국 의 GABF와 같은 맥주 축제는 아니지만 맥주 산업에서는 가장 중 요한 행사 중 하나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 기업으로서 처음으로 케그 제조업체인 신한산업이 부스를 마련했다. 신한산업은 오비맥주 및 화수브루 어리를 비롯한 국내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 케그를 공급하고 있는 토종 기업이다. 전 세계 맥주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CBC & BrewExpo를 소개하고, 직접 참가하면서 느낀 점들을 나누고자 한다.
전 세계 맥주 산업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맥주 산업의 대표 산업 박람회를 꼽으라고 하면 독일 뉘른 베르크에서 열리는 BrauBeviale와 미국에서 열리는 CBC & BrewExpo를 꼽을 수 있다. CBC & BrewExpo는 미국양조 협회(Brewers Association)가 주관하는 행사로 매년 미국 내 에서 도시를 바꾸어 가며 열린다. 2016년에는 필라델피아, 2017년은 워싱턴D.C.에서 개최되었고, 2018년에는 내슈빌에 서 열릴 예정이다. 이 행사는 맥주 업계 관계자들이 주요 산업동향과 경험을 공 유하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컨퍼런스와 전세계 주요 맥주 재료, 설비, 용기, 용품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 로 나누어 진다.
일반인들이 참여해 즐기는 맥주 축제와는 달리 미국양조협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산업적인 주제를 정해서 운영하는 행사라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브루어리 운영자, 펍 운영자, 양조장·펍 운영 예정자, 주류 도매상, 설비·자재 공급 업자를 포함한 맥주 업계 관계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컨퍼 런스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공급업자의 부스를 방문 해 진지하게 질문하고 논의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 맥주 산업 의 열기, 창업 정신, 협업 정신 그리고 상업정신을 느껴 볼 수 있는 행사이다. 컨퍼런스는 나흘간 진행되는데, 첫째 날은 환영식, 오리엔테 이션, 공통 주제 교육 및 지역 양조장 방문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양조장 운영, 펍 운영, 맥 주 수출, 규제, 패키징, 품질, 안전, 영업, 스타트업, 친환경, 기 술 양조 등의 영역별로 세부 컨퍼런스가 시행된다. 전시회는 행사 둘째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절실함이 만들어낸 도전
지난해에도 2016 CBC & BrewExpo에 참석해 미국 맥주 시장의 빠른 성장을 실감했었다. 그렇게 느낀 이유 중 첫 번 째는 산업 컨퍼런스가 정착되었다는 것 그 자체였다. 이 행 사는 6개월 전에 이미 부스가 마감되었다. 둘째 산업 분업 화를 확인했다. 브루어리 전문 금융, 시스템, 컨설팅과 케그 렌탈·리스 사업자가 다양해지는 것이 놀랍고 부러웠다. 셋 째, 유럽 기반 업체들이 미국에 영업 및 물류 사업 기반을 확장하는 것을 확인했다. 시장 진입 타당성 측면에서는 솔직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 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유럽의 기술 모델, 미국의 혁신 모 델, 중국의 가격 모델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우리가 주도하는 한국 표준이 미국 표준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2016년 CBC & BrewExpo는 이렇게 앎 과 두려움을 주는 계기였다. 그렇지만 신한산업은 2017년 CBC & BrewExpo에 직접 참 여하기로 결정했다. 작은 제조업체에게는 부담되는 결정이 었지만 우리는 절실하고, 이 일을 좋아하고, 잘 해야만 하기 때문에 참여해야 했다. 현재 한국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 종 사하는 모든 분들의 심정이 이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를 한국 크래프트 맥주 정신을 대변하는 ‘삼ㅈ 정신’ (절실, 즐김, 잘(해야) 함)이라고 부르고 싶다.
계속 커지는 미국 맥주 시장
이렇게 신한산업은 4월11~13일 사흘간 신한케그를 전시하 고 홈브루어, 브루어리 운영자, 케그 판매자들과 예비 창업 자 등 맥주 산업 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가졌다. 전반적인 행사 느낌을 요약하면 ‘미국 시장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이유를 들자면 첫째 참여업체, 참여자, 공간 모두가
늘었다. 둘째, 현지에서 양조장 및 펍 대상 소매품을 판매하 는 소매 업종의 참여도 많아졌다. 타 업종으로 낙수효과가 나타나는 증거다. 셋째, 기술·제품·업체의 등락이 관찰되었 다. 아직 시장이 역동적이라는 증거다. 예를 들어 일회용 케 그가 시들하고 커피 솔루션이 전시된 것이 특이했다.
한국 크래프트 맥주의 미래에서 희망을 읽다
우리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상대적으로 아직 규모가 작고, 원료 및 기술은 선진국 그리고 설비는 중국 의존도가 높지 만 언제인가는 미국 시장처럼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도 가져봤다. 활쏘기에 능했던 우리 민족이 양궁을 석권하 듯 음주가무에 능한 우리가 맥주 시장을 석권할 수 있지 않 을까?
하지만 양궁 석권 과정에는 외국 의존 단계를 지나 한국식 훈련 방식, 선수 선발 방식 그리고 설비에 해당하는 한국 활 제작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결 국 지금 단계를 지나 한국식 맥주 제조 방식, 브루어 양성
방식 그리고 한국식 설비 및 용기를 활용 단계를 거쳐갈 것 으로 보인다.
이런 이해와 믿음을 바탕으로 한국의 작은 제조업체가, 가 장 빠르고 크게 성장하고 있는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서 기술의 유럽, 혁신의 미국, 가격의 중국과 경쟁해 보려고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대 영역이 작을 수 있지만 우리 만의 공간을 만들어 보려 한다. 신한산업의 이런 도전이 국 내 크래프트 맥주 업계가 함께 세계로 커나가는 계기가 되 기를 마음 깊이 기원한다.
EDITOR_이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