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비어 소믈리에 월드 챔피언십
한국, 세계 최고비어 소믈리에를 향한 첫 걸음 내디뎠다. 제5회 비어 소믈리에 월드 챔피언십
지난 9월 10일 독일 뮌헨에서 ‘제5회 비어 소믈리에 월드 챔피언십’이 열렸다. 비어 소믈리에 월드 챔피언십은 독일 되멘스 아카데미가 주최해 2년마다 열리는 대회로 경쟁을 통해 세계 최고의 비어 소믈리에를 가린다. 한국은 올해 처음으로 참가가 결정돼 국내 대회를 통해 디플롬 비어 소믈리에 20명 중 총 4명의 비어 소믈리에가 뮌헨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지난 5월말 열린 ‘2017 코리아 비어 소믈리에 챔피언십’ 대회 결과 이수진 비어 소믈리에가 1등인 챔피언 트로피를 수상하였고 윤한샘, 이명룡, 최훈진 비어 소믈리에가 월드 챔피언십 참가자격을 부여 받았다.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르기 위한 치열한 경쟁
이번 대회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브라질, 이탈리아, 스위스, 한국, 네덜란드, 미국 등 전세계 15개국에서 총 70명의 비어 소믈리에가 참가했다. 대회 전날인 9월 9일 저녁. 전야제 장소인 아잉거 브루어리에 모인 다양한 나라 출신의 소믈리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특히 제5회 대회 주최국이자 두 명의 챔피언을 배출한 독일과 초대 챔피언이자 비어 소믈리에의 대명사로 불리는 칼 쉬프너(Karl Schiffner)의 나라 오스트리아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우승 후보로 지목된 일부 소믈리에는 전야제 행사장에 나타나지도 않고 대부분의 참가자들과는 다른 호텔에 묵기도 했다.
대회 장소인 뮌헨 메세(Munich Messe)는 독일 내에서도 규모가 큰 주요 전시장으로 국제 음료기술 전시회인 드링크텍 2017도 같은 장소에서 개최됐다. 대회 당일 오전 9시. 오프 플레이버 테이스팅을 시작으로 맥주 이론 및 트렌드에 관한 필기 시험 그리고 맥주 스타일 분류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차례로 진행되었다. 세 번의 평가 결과 상위를 차지한 10명의 비어 소믈리에가 세미 파이널에 진출했다. 결승 진출자를 가리기 위해 다시 기네스 드래프트 맥주를 프레젠테이션하는 평가가 실행됐다. 같은 맥주를 설명하지만 국가별로 발표 스타일이 달라서 지루할 틈 없이 열 번의 프레젠테이션이 지나갔다. 행사장 주변에는 독일 캄바 바바리아, 바이어만, 브라우콘, 샴 글라스 등 맥주 관련 회사들의 부스와 맥주 냉장고가 설치되어 대회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맥주를 마시고 각 회사의 제품들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챔피언 트로피는 독일 비어 소믈리에 손에
대회 결승전은 무대 위에 준비된 세 종류의 맥주 중 하나를 골라 프레젠테이션하는 방식이었다.참가자는 제한시간 8분 동안 자신이 고른 맥주를 만든 양조장 정보와 맥주 스타일, 그에 따른 기술적인 분석을 하는 동시에 어울리는 음식 추천도 해야 한다. 결승전 초반에는 비교적 무난한 맥주들이 선보였지만 중반부터 생소한 맥주들이 나오면서 당황하는 참가자들이 속출했다. 대부분의 소믈리에들은 처음 보는 맥주를 선택하고도 최대한 테이스팅에 집중해 주어진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그 맥주를 표현하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제5대 챔피언은 독일팀의 슈테판 힐브란트(Stefan Hilbrandt)로 강력한 우승후보인 독일 동료를 제치고 트로피를 차지했다.
현장에서 비어 소믈리에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오스트리아의 펠릭스 쉬프너(Felix Schiffner)가 2위, 그리고 역동적인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보여준 브라질의 로드리고 사와무라(Rodrigo Sawamura)가 3위를 차지했다. 펠릭스 쉬프너는 초대 챔피언인 칼 쉬프너의 아들로 2대가 챔피언에 등극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2년 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제6회 대회에서 다시 챔피언에 도전하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대회 후 참가자들은 뮌헨 시내 호프브로이로 이동해 수상자들을 축하했고 특별히 이날 생일을 맞은 한국팀의 최훈진 소믈리에를 위해 전통 밴드의 연주와 함께 다같이 건배하며 축하해주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맥주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아시아 최초 참가…한국의 의미 있는 첫 걸음
한국팀은 세계 비어 소믈리에 챔피언십에 아시아 최초로 참가했지만 아쉽게도 본선 진출은 좌절됐다. 대표팀에 참가한 최훈진 비어 소믈리에는 “주기적으로 소규모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연습했던 것과 평소 지속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한 것이 많이 도움됐지만 국내와 다른 스타일의 시험을 치르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첫 평가인 오프 플레이버 테이스팅의 경우도 국내에서는 주로 라이트 라거 스타일의 원주에 시약을 타서 사용하는데 비해 독일 대회에서는 헬레스 스타일이 원주로 제공되어 비터함을 감안해서 빨리 적응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또한 이론 시험도 기본적인 맥주 상식과 양조 이론을 넘어 전세계 맥주와 관련된 기본 사실과 최근 트렌드, 정확한 통계 및 수치 등을 파악해 답변할 수 있는 문제가 주를 이루었으며 BJCP 스타일 가이드를 숙지해야 하는 문제들도 출제되었다. 다른 참가자인 이명룡 비어 소믈리에는 “동양인으로 첫 출전한 한국이 현지에서 환영 받으며 타국 비어 소믈리에들의 활동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주최국인 독일이나 대회 경험이 많은 오스트리아, 브라질 등은 사전에 그룹 트레이닝을 통해 장점을 부각시키고 유니폼, 국기 등을 준비해 팀웍을 다지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첫 참가인 한국팀은 한국의 맥주 시장 현황을 알리고, 세계 대회에 대한 탐색과 함께 본격적인 비어 소믈리에 활동에 대한 선배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기회를 가진 것에 의미를 두었다.
EDITOR_이수진 오스트리아 대사관 상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