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가 만들어내는 홉의 시너지
야키마 치프는 홉 생산자의 입장도, 홉 소비자의 입장도 잘 알고 있다. 농장과 브루어리를 잇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며, 발전한다. 이런 야키마 치프의 역할은 지역 사회에 어떤 의미를 지니며, 세계 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야키마 치프의 최고경영자인 Mike Goettl를 만나 이야기 나눈 것은 홉 & 브루 스쿨 덕분이었다.
야키마 치프는 홉 농부와 양조사를 연결하는 회사다. 그 일이 왜 필요하고, 주요한 역할과 목표는 무엇인가?
30년 전만 해도 홉 가공업체를 보유한 농부는 없었다. 그저 몇몇 무역상들이 농장에서 홉을 구매해 양조사들에게 판매했을 뿐이다. 당시에는 홉 농부와 양조사 사이에 대화가 없었다. 농부들은 양조사들이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몰랐고, 양조사들도 농부들이 뭘 할 수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몇몇 농장들이 모여 야키마 치프를 만들었다. 연결을 만들어내겠다는 갈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비자와 직접 의사소통을 시작한다면 훨씬 개선된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유통망을 더 많이 알 수 있으며, 수확을 더 잘 계획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그들에게 있었다. 양조사들과 상호작용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더 잘 이해하기 시작했다. 농부들은 농사일을 신경 쓰기도 바쁘다. 우리처럼 세계 일주를 하며 소비자들을 직접 만날 시간이 없다. 그래서 홉을 제품화하고 판매하는 일은 야키마 치프가 대신하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막강한 영업팀을 꾸렸다. 맥주 양조에 대한 배경지식이 탄탄하거나, 문화적 배경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세계 각지에 있는 소비자들의 요구사항과 경향성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야키마 치프가 하는 일이다.
우리는 농부들에게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시트라 홉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라거나, 캐스캐이드 홉을 재배하는 경우엔 “사람들이 다른 아로마를 찾기 시작했다”라는 식이다. 이를 통해 농부들은 경작지의 면적을 계획하고, 재배할 홉 종을 바꿔볼 것인지를 고려할 수 있다. 우리의 또 다른 일은 제품의 혁신이다. 홉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 3~4년간 우리가 이룬 가장 큰 혁신 중 하나는 ‘크라이오 홉(Cryo Hops)’이라고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홉 콘 안에는 아름다운 아로마가 들어있다. 그런데 그 향기가 차지하는 부분은 홉의 45%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이파리와 줄기다. 그래서 우리는 향기 부분만 추출하여 제품으로 가공했다. IPA나 헤이지 IPA를 만드는 양조사들에겐 정말 좋은 제품일 것이다.
양조사들은 새로운 재료를 사용할 수 있어 흡족해한다. 만약 그들이 요리사라고 생각해본다면 새로운 재료가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시트라(Citra)는 매우 인기 있는 홉이지만, 크라이오 시트라(Cryo Citra)는 그것과 또 다르다. 좀 더 농축되어 있어서 양조사들이 이것을 사용해 다양한 레시피를 시도해볼 수 있다. 양조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다음엔 이런 제품을 시도해보지 않겠느냐”라는 이야길 자주 듣는다. 그 얘기를 듣고 와서 재배자들에게 전해주면, 그들은 그런 홉 제품을 가공하기 위해 새로운 시설에 투자하려고 한다. 이런 것이 야키마 치프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제공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의 일환이다.
야키마 치프는 홉 재배자들이 100% 소유한 회사다. 일반적인 회사의 형태는 아닌데.
단순한 재배자가 아니다. 그들이 가족 농장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 상업농장이 아니다. 야키마 치프의 주인은 모두 가족으로 이루어진 농장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과 딸, 그들의 자녀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단지 농부들의 소유일 뿐만 아니라, 정말로 가족 농장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큰 가족 소유의 홉 회사이며, 사실상 세계 최대라고 볼 수 있다. 이점이 자랑스럽고 계속해나가는 것이 자랑스럽다.
사람들이 야키마 치프에서 농장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주된 이유는, 우리가 그저 ‘오늘은 얼마를 벌 수 있는지’를 살피는 게 아니라, ‘가족 농장들이 어떻게 오래도록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사고방식은 다른 상장 기업과는 다르다. 그들은 많은 경우 주식 시장이나 투자자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이번 분기에 돈을 얼마나 벌 것인지’’를 생각한다. 우리 농부들은 “우리가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해달라”라고 항상 말한다. 장기간을 고려하는 소유주 그룹이 있다는 건 특별한 일이다.
전 세계적인 영업을 하기에 야키마의 홉 생산량은 충분한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우린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수요가 늘고 있으므로 올해는 가공할 홉의 양을 10% 가까이 늘렸다.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발달은 다른 곳보다 조금 일렀지만,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이 따라잡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의 규모가 절댓값은 더 크지만 한국, 일본, 중국 시장은 성장률이 더 높다. 아시아 전역에서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상당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서유럽과 남아메리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항상 영화, 노래, 비행기 등 미국의 수출품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제는 IPA야말로 수출품이다. IPA라는 발상 말이다.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은 홉이 훨씬 많이 들어간 IPA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지역적인 것을 만든다. 그 지역의 입맛에 맞는 재료를 사용해 IPA를 만드는 것이다. 어디에서나 그런 흥미진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맥주는 재미있어야 하고, 지역색을 띠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미국식 IPA를 미국산 홉으로 만들면서도 현지의 식재료를 첨가하는 것은 꽤 특별한 일이다.
회사의 주요한 도전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중요한 도전 과제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홉이 농작물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항상 날씨, 질병 위험, 곤충의 위협 등에 좌우된다. 농작물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다른 것은 소비자들의 선호가 아주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어떤 종류의 홉을 재배할지 바꿀 기회가 1년에 단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홉이 흥미롭고 수요가 높은지 자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 정보를 수집하는 영업 팀원을 많이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오늘도 이미 내년에 무엇을 심을것인가를 주제로 회의를 했다. 농부들은 지금부터 농지를 다지고 어떤 비료를 채비할지 생각해야 하므로, 이 시점에서 뭘 해야 하는지 고려할 기회를 우리가 제공해야 한다.
우리에겐 홉을 바꿀 기회가 1년에 한 번뿐이지만, 양조사들은 매주, 매일같이 레시피를 고민한다. 그래서 이 비즈니스에는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 덕에 이 비즈니스가 흥미롭기도 하다. 그 지점이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도전 과제라고 생각한다.
홉종 하나를 개발하려면 10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데, 앞으로 홉 트렌드는 지금과는 또 달라질 것이다. 어떤 홉 종을 개발할지 어떻게 판단하는가?
12년 전, 미국에서 가장 널리 생산되는 홉 품종이 아마자 캐스캐이드, 센테니얼, CTZ였을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홉 품종이었고, IPA는 당시 서서히 유행하고 있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제이슨(YCH의 홉 브리더)과 홉 품종 개발팀의 방향은 동일하다. 이미 존재하는 향기와는 다른 것을 찾는 일이다. 만약 자몽 향을 원한다면, 우리에겐 이미 심코(Simcoe) 홉이 있다. 무언가 다른 구석이 있어야 하고, 그걸 찾는다는 건 쉽지 않다. 때로는 질병에 대한 민감도를 기준으로 홉 품종을 개발하기도 한다. 일례로 파토(Pahto)는 작년에 우리가 처음 소개한 홉이다. 알파 홉이라서 CTZ나 매그넘 홉처럼 보통 라거 등을 만들 때 비터링 홉으로 사용된다. 파토는 특별한 아로마는 없지만, 알파 수치가 높으며 무엇보다도 질병에 덜 취약하다. 그래서 농장에서 수확량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파토를 더 많이 심을수록 수확량이 더 좋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경작 면적을 끊임없이 넓힐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지속가능하다. 우리는 항상 수확량을 증가시킬 방법을 찾는다.
야키마 치프는 매년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이행을 주제로 보고서를 발행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농부들은 이미 농장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 농장에서 소비하고, 그 농장에서 살고, 그 농장의 물을 마시고, 그 농장을 다음 세대로 물려주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들은 토양이 건강한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러니 농부의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이란 마케팅의 한 방편같은 것이 아니다. 그저 어떻게 살고 싶은가의 문제다. 이곳 농장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져온 가족이고, 공동체의 일부분이다.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단지 우리의 과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