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맥주 시장을 주목하라! 씨브루 2019 리뷰
태국의 수도 방콕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경제 중심지이기도 하다. 태국과 인도차이나 반도의 경제 중심지인 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방콕은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여행 잡지 「Travel + Leisure」가 2012년과 2013년에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로 꼽은 바 있다. 한국인 역시 많이 찾는 관광지이기도 한데, 즐비한 고층빌딩과 소박한 서민의 삶, 역사적인 명소가 공존하는 도시가 바로 방콕이다.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이곳 방콕에도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씨브루(SEA Brew)는 동남아시아의 크래프트 맥주 산업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지원하려는 취지로 설립된 양조 컨퍼런스이자 맥주 산업 박람회다. 지난 9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씨브루 2019’가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었다. 작은 워크숍으로 시작해 해마다 성장한 씨브루는 호찌민, 마닐라, 싱가포르를 거쳐 올해 다섯 번째를 맞았다. 실속있는 컨퍼런스가 특징이며 맥주 산업 종사자들, 특히 양조사 중심의 네트워킹이 강점이다. 씨브루 2019는 450명 이상의 참석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마닐라에서 개최된 씨브루 2018의 참석자 수를 넘겼다. 씨브루의 성장은 동남아시아 맥주 시장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의 저변에 기인한다. 미국과 유럽, 오세아니아 등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발달한 국가와 원재료, 맥주장비, 맥주회사 등 맥주산업의 구성원들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매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맥주 네트워킹의 장
씨브루 2019 컨퍼런스에는 미국, 뉴질랜드, 한국, 일본, 싱가포르, 영국, 독일, 호주, 홍콩,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온 맥주 업계의 유명인사들이 참석해 원재료, 양조, 유통, 마케팅, 기술 등 세부 분야의 컨퍼런스 세션을 진행했다. 이틀간 열린 컨퍼런스에서 23개 세션이 진행되었으며, 총 19명의 연사가 발표를 이어갔다.
첫날 컨퍼런스는 씨브루의 창립자 찰스 게리에(Charies Guerrier)의 오프닝으로 시작됐다. 뉴질랜드 브루어리 Yeastie Boys의 창립자 Stu McKinlay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씨브루 2019 컨퍼런스가 시작됐다. Stu McKinlay는 “Export is Dead”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2008년 설립된 Yeastie Boys는 수출이 국내 매출을 크게 상회하던 시기를 지나 현재는 수출보다 내수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Yeastie Boys는 뉴질랜드 외에도 영국과 호주에서도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뉴질랜드와 영국에서 생산된 맥주는 유럽과 아시아권 국가로 수출되고 있는데, 2010년 이후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였으나 2015년을 기점으로 감소했으며, 2018년 기준 수출은 전체 매출의 7%만을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크래프트 맥주의 소비 증가 속도보다 브랜드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르며,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마진율이 감소하고, 투자에 따른 기대치 역시 감소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과거 유명 브랜드의 유명 맥주를 소비하는 것에서 로컬 브랜드의 소비를 늘려가고 있으며, 유통업자도 이러한 경향을 따르는 것이다. 수출되는 맥주들은 오랜시간 유통망을 거치다 보니 품질이나 신선도 면에서 지역 브랜드들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도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기존의 수출 중심 판매 전략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으며, 변화하는 맥주 시장의 방향에 따라 수출보다는 내수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Stu McKinlay의 발표는 우리나라 맥주 시장의 흐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국내 초기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수입 맥주 중심의 시장이었다. 미국, 영국, 유럽 등 맥주 선진국들의 크래프트 맥주와 전통적인 맥주들 중심으로 소비가 이루어졌다. 그러다 국내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성장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맥주들이 일정 정도의 품질을 갖추게 되면서 소비의 중심이 점차 로컬 맥주로 옮겨가고 있다. 국산 맥주의 품질이 상승하자 수입 맥주와 어느 정도 경쟁할 수 있게 되었고, 신선도와 가격 면에서 강점이 있는 국내 맥주로 소비가 옮겨가는 것이다. 국내 브루어리중 수출을 고려하고 있는 곳이라면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다. 이틀간 이어진 컨퍼런스에서 화이트랩스, 퍼멘티스, 야키마 치프 홉스, 바스하스, 조 화이트 몰팅 등 원재료 회사에 소속된 연사들의 강연이 이어졌으며. CFT 그룹의 Emanuele Piva는 “Filling in Cans: The Benefits & CFT Group’s Experience”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외에도 렐러먼드사는 이취 감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바스하스사는 홉 샘플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부산 갈매기 브루잉의 Steven Allsopp, 미국 앤더슨 밸리 브루잉의 브루마스터 Fal Allen 등 여러 브루어리의 연사가 강연을 이어가며 이틀간의 컨퍼런스는 막을 내렸다.
무역 박람회는 양조 장비를 포함한 각종 장비 업체와 원재료 회사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양조사와 양조장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비즈니스 박람회였다. 총 49개 업체가 참가했고, 양조장비, 케킹 장비, 케그, 맥아, 홉, 효모, 디스펜서 등 맥주 산업 전반에 걸친 세계적인 업체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컨퍼런스룸과 전시회장을 오가며 네트워킹을 할 수 있었다.
Korea Night : Asia Beer Championship Award Night
첫날 컨퍼런스 일정이 마무리되고, 저녁에 Asia Beer Championship(이하 ABC)의 시상식이 이어졌다. ABC는 총 22개 카테고리에 400여 종의 맥주가 출품된 국제 맥주 대회다. 8월 23일 싱가포르에서 심사가 진행되었으며, 시상식은 이날 진행되었다. 22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금, 은, 동 메달 수상작을 발표하고, 참가 브루어리 중 최고의 브루어리를 발표했다. 이날 시상식은 ‘Korean Night’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한국 브루어리가 대거 수상했다. 22개 카테고리, 66개 수상 맥주중 한국 맥주가 메달을 23개 땄다. 그중 필스너(아트몬스터 브루어리), 고제(맥파이 브루어리), 세종(자파 브루어리), IPA(맥파이 브루어리), 다크/브라운 에일(아트몬스터 브루어리), 포터(비어바나 브루잉), 스타우트(갈매기 브루잉), 프룻 비어(아트몬스터 브루어리) 등 8개 부문은 금메달이었다. 특히 가장 경쟁이 치열한 IPA 부문에서는 맥파이 브루잉의 백일몽(Daydream) IPA, 비어바나 브루잉의 사바나 IPA, 갈매기 브루잉의 갈매기(Galmegi) IPA가 각각 금, 은 동메달을 휩쓸었으며, 다크/브라운 에일 부문에서도 아트몬스터 브루어리의 몽크푸드(Monk Food), 화이트 크로우 브루잉의 고라니 브라운(Gorani Brown) 에일, 이태원 브루잉의 오 마이 엠버(Oh My Amber)가 각각 금, 은 동을 수상했다.
또한 스타우트 부문에서도 갈매기 브루잉의 에스프레소 바닐라 스타우트(Espresso Vanilla Stout), 고릴라 브루잉의 브리티시 스타우트(British Stout), 플레이 그라운드 브루어리의 위치 초콜릿 스타우트(Witch Chocolate Stout)가 금, 은, 동을 수상하는 등 스타우트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아시아 비어 챔피언십에서 수상한 한국 맥주들
10개의 한국 맥주가 수상한 가운데, 특히 아트몬스터 브루어리가 회장상(Chairman's Selection)을 포함 8개의 맥주로 수상하는 저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는 ‘Champion Beer of Asia’에 맥파이 브루어리가 발표되며 말 그대로의 한국 맥주의 밤이 되었다. 매년 개최되는 씨브루의 성장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된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동북아시아를 넘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동남아시아는 전체 맥주산업의 규모가 크지만 아직 크래프트 맥주 산업은 본격적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크래프트 맥주 컨퍼런스가 성행하는 것은 동남아시아 시장이 잠재력 측면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음을 말해준다. 한국, 중국, 일본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성장과 함께 동남아시아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발전한다면 새로운 아시아권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는 면에서 많은 맥주 산업 종사자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