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크래프트 맥주 시장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한 연례 맥주 산업 박람회이자 컨퍼런스인 SEA Brew는 동남아의 주요 맥주 도시 호찌민, 마닐라, 싱가포르를 거쳐 올해 방콕에서 다섯번째 행사를 맞게 된다. SEA Brew의 창립자 찰스 게리에(Charles Guerrier)는 본 행사를 두고 ‘맥주 산업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하던 끝에 탄생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작은 워크숍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해마다 성장하였으며, 현재는 특히 맥주 산업 종사자들 간 네트워킹을 강점으로 꼽는다. 싱가포르에서 본격적인 맥주 커리어를 시작한 찰스 게리에는 현재 맥주 심사위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가 5월 24일 서울 명동에서 맥주 제조업 전문가들과 국내 양조사들을 잇는 기술 교육 세미나 ‘브루 아시아 테크니컬 세미나’를 개최했다. 5월의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날, 서울역 근처에서 찰스 게리에를 만났다. 오랜 시간 몸담아온 동남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아시아 크래프트 맥주 시장 전반에 관한 그의 관점을 알 수 있었고, SEA Brew를 통해 그가 추구하는 바와 아시아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중요 이슈 및 전망 등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Q1. 아시아 크래프트 맥주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해온 일을 소개해주세요.
1994년 홍콩을 시발점으로 아시아 맥주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1999년에 싱가포르에 건너가 2003년에 벨지안 맥주 컨셉의 바를 열었습니다. 2008년에는 일본 크래프트 맥주 협회와 함께 일하며 해외 맥주를 국제 맥주 대회에 유치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는 맥주 심사뿐 아니라 많은 일본 브루어를 만나는 기회였고, 그다음 해 싱가포르에서 일본 크래프트 맥주를수입하고 유통하는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싱가포르 크래프트 비어 위크’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결국 2015년에 SEA Brew가 탄생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SEA Brew는 이제 제 본업이 되었으며, 해당 지역의 크래프트 맥주 커뮤니티를 위한 핵심 행사로 키우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Q2. 아시아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어떤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무엇을 목표로 하십니까?
SEA Brew를 창립할 때 세운 핵심 목표는 양조 사회를 연결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커뮤니티가 하나로 뭉칠 때 어떤 위험이 닥쳐오든 간에 해결할 수 있으며 미래를 위한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조직의 3가지 기둥은 SEA Brew, Brew Asia Technical Sessions, 그리고 Asia Beer Championship입니다.
먼저 SEA Brew는 커뮤니티 구성원이 만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기술적 진보를 발견하고 연례 미팅을 마치며 각자의 사업을 한 단계 더 위로 끌어올릴 영감을 얻어 가는 곳입니다. 브루 아시아 테크니컬 세션은 지역 전반에서 지속적인 교육을 독려하는 데 집중하는 세미나입니다. 그리고 아시아 비어 챔피언십의 경우 양조사와 소비자에게 맥주 품질의 기준을 제안하는 양조 대회입니다.
SEA Brew를 통한 제 꿈은, 테크니컬 세션과 아시아 비어 챔피언십이 지역 양조 업계의 발전과 성장을 돕는 필수 불가결한 구조로 자리 잡는 것입니다.
싱가포르에 터전을 잡은 20년간 SEA Brew가 가장 중점을 둔 지역은 동남아였습니다. 하지만 SEA Brew가 성장함에 따라 더 먼 나라에서 오는 방문자들(특히 홍콩, 타이완, 한국, 중국)이 늘어났고, 저는 지역 시장에 대한 이해를 키우기 위해 아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양조장을 방문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3. 아시아 크래프트 맥주 산업 성장의 궤도를 어떻게 보십니까?
탄탄하고 꾸준하죠! 2016년과 2017년에는 지역에서 새로운 브루어리가 많이 생겼기에 시장 전반에 행복감이 있었지만 2018년에는 조금 잠잠했습니다. 새로 연 브루어리들은 꾸준히 양질의 맥주를 생산하는 데 주력합니다. 이 시장은 매년 평균 35% 성장하고 있는데, 그 정도면 충분히 탄탄한 성장이죠.
Q4. 아시아에서 어떤 시장이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가장 기대되고 흥미롭나요?
모든 시장이 각각의 방식으로 기대되죠! 그동안 베트남에선 호찌민이 선두주자였지만 최근에는 북쪽 하노이에서 크래프트 양조장이 더 많이 생기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필리핀의 크래프트 양조장(마지막 집계 기준 70곳 정도) 중 대부분은 나노 브루어리인데, 이들이 고급화를 추구하고 더 경제적인 가격으로 더 많은 양을 생산한다면 벌어질 일들이 아주 흥미로울 것입니다.
여기 한국에서는 양조의 수준이 아주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데요. 최근 제가 알파 브루 챔피언십에서 심사를 맡았을 때 출품된 맥주의 수준에 아주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한국은 가처분소득이 충분한 인구가 많아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번성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Q5. 최근 동남아시아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며, 어떤 이유로 중요한가요?
과도한 정부 규제로 인해 지금은 여러 시장이 다소 제한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맥주 제조에 대한 세법이 복잡하고, 태국은 생산과 유통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여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발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점차 바뀔 것이며, 양조장들은 변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여 산업 전체를 이롭게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정부에 산업 통계 수치를 보여줌으로써 산업을 진지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들면 세수와 일자리를 얼마만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말이죠. 우리가 작년부터 지역 산업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몇 년 안에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여 정부에 산업의 긍정적 영향을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교육 또한 생산과 서비스 양쪽 측면에서 시장에 영향을 주는 큰 이슈입니다. 많은 지역 양조사들이 정규 양조 교육(3~4년의 정규 공부를 통해 취득 가능한 전통적인 양조 자격)을 받은 적이 없고, 소위 현장 연수(On the job training, OJT)을 통해 배웁니다. 시장에서 공식적인 양조 교육에 접근이 쉽다면 참 좋을 것입니다.
양조장 바깥에서 크래프트 맥주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탭룸이 직원들에게 크래프트 맥주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교육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교육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더 나은 소비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Q6. 작년 한국에서는 비어포스트가 BrauBeviale Family의 일부로서 크래프트 맥주 무역 박람회 KIBEX를 시작했습니다.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어떤 기대를 하시나요?
한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침착하지만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고, KIBEX가 업계에서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확신합니다. 구심점으로서 KIBEX는 시장이 잠재력을 개발하고 새로운 공급자들이 한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겁니다.
동아시아 지역의 많은 양조사들이 미국 스타일을 반영한 양질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더 지역색이 강한 맥주 스타일이 나타나면 좋겠습니다. 미국에서는 점차 소비자들이 너무 호피한 맥주를 등지고 더 가벼운 맥주로 넘어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몇 년간 아시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것이고, 여름철이나 일 년 내내 더운 남쪽에서는 더할 겁니다. 일반적으로 가벼운 맥주 스타일이 양조하기 더 까다롭고 오래 걸리지만, 더 큰 소비자층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이런 스타일을 능숙하게 양조해야만 할 것입니다.
크래프트 맥주가 행복했던 초기는 끝났고, 더 많은 양조장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국가별로 주요한 몇몇 시장 선도자들이 출현하게 될 겁니다. 이러한 양조장은 명료한 발전 전략과 함께 사전에 기획된 정밀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할 것입니다. 과연 그들은 탭룸 운영, 수출 프로그램, 국내 유통 중 어디에 집중할지 궁금해집니다
Q7.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꾸준히 성장하는 데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혁신과 협업입니다.
혁신이 성장의 열쇠입니다. 양조장은 상품 개발에 있어 지역 소비자의 흥미를 끌 만한 맛과 홍보의 양쪽 측면에서 혁신해야 합니다. 대형 양조장처럼 엄청난 홍보 예산이 없으므로 기존 소비자와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크래프트 양조장들은 협업해서 아시아 맥주 시장에 탄탄한 발판을 마련하고 유지해야 합니다. 본질적으로 이들은 작은 기업이며, 크래프트 양조장과 그 유통업자들은 경쟁의식을 유지하고 자원과 혁신을 공유해 시장 지분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실제로 해낼 수 있는 것에 비해 아시아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그저 표면만 긁고 있습니다. 이 지역 중 크래프트 맥주가 시장 지분의 1%를 넘게 차지하는 곳은 매우 드물며, 앞으로 5-10년 안에 시장의 5~8%에 도달하기에 충분합니다. 상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