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 InBev의 모든것- 세계 최대의 맥주 기업과 크래프트 맥주 시장
2016년 기준 전 세계 맥주 시장에서 1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된 회사는 총 4개다. 4위는 157억 달러의 아사히 그룹, 3위는 191억 달러의 기린 맥주, 2위는 230억 달러를 기록한 하이네켄 그리고 1위는 2위인 하이네켄에 거의 2배인 456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보이는 앤호이저-부시 인베브(Anheuser-Busch InBev, 이하 AB InBev)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맥주회사이자, 2017년 매출 약 564억 달러, 전 세계 맥주 시장의 28%를 차지한 맥주 공룡이기도 하다.
2008년 벨기에, 브라질, 미국의 거대 맥주회사의 합병으로 출범한 AB InBev는 2011년 미국의 대표적인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인 구스 아일랜드, 2015년 영국의 민타임 브루잉, 2016년 벨기에의 보스틸스 등을 인수했다. 2014년 4월 1일 우리나라의 OB를 재 인수했으며, 이후 2016년 SABMiller그룹을 인수한데 이어 얼마 전 우리나라의 크래프트 양조장인 핸드앤몰트(The HandandMalt) 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온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 회사인 AB InBev는 200여개 이상의 맥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라거시장 뿐만 아니라 잇따른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 인수로 맥주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AB InBev라는 거대 맥주회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성장했으며,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벨기에, 미국, 브라질의 맥주기업들
2008년 탄생한 AB InBev는 벨기에, 미국, 브라질의 맥주기업들의 합병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이에 AB InBev의 과거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AB InBev 이전의 세 나라의 맥주 회사에서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인터브루
인터브루는 벨기에의 맥주 기업으로 벨기에의 뢰벤 지역의 아르투아(Artois) 양조장을 모태로 한다. 1926년 크리스마스 맥주로 출시된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ris)가 대표 맥주로 1930년대 들어 유럽 시장에 스출하게 되며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아르투아 브루어리는 1985년 양조장 화재로 어려움을 겪었던 피에르 셀리스(Pierre Celis)의 드 클루스(de Kluis) 양조장의 재건에 도움을 주었으며, 이후 양조장을 인수하게 된다. 이로 인해 피에르 셀리스가 개발한 맥주인 호가든(Hoegaarden)은 아르투아 브루어리의 소유가 되었다.
1987년부터 벨기에의 지역 양조장을 사들이기 시작한 아르투아 브루어리는 1988년 벨기에 왈롱(Wallon)지역의 양조장인 피드뵈프(Piedboeuf) 양조장과 합병하며 사명을 인터브루(Interbrew)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M&A를 통한 성장의 길로 들어선다. 1991년부터 해외의 양조장을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1992년 캐나다의 레이크포트(Lakeport) 브루잉, 1995년 캐나다의 라바트(Labatt) 브루어리, 1998년 우리나라의 OB맥주를 인수했으며 1999년에는 진로쿠어스 맥주를 흡수 합병하게 된다. 이후 2001년에는 독일의 벡스를 인수했으며, 이외에도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린 인터브루는 2002년에는 중국의 K.K., 주강(Zhujiang) 브루어리 등을 인수하면서 중국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암베브와의 합병으로 인베브가 출범하기까지 인터브루는 세계 3위의 맥주 회사였다.
암베브
1 9 9 9년 브라 질의 음료 회사인 브라마 (Brahma) 브루어리와 앤타크티카(Antarctica)브루어리의 합병으로 출범한 회사로 2004년 인터브루와 합병하여 InBev그룹이 되었다. 이후 2006년 아르헨티나의 세르베자 퀼메스(Cerveza Quilmes), 2012년 도미니카 공화국의 세르베세리아 나시오날 도미니카나(Cervecería Nacional Dominicana) 등을 인수하며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앤호이저 부시
앤호이저-부시는 미국 최대의 양조 회사이자 인베브와 합병 이전 세계 1위의 양조회사였다. 1852년 독일계인 조지 슈나이더(George Schneider)가 세인트루이스 남부에 설립한 양조장이 시초이며, 1860년 재정 문제로 William D' Oench, Eberhard Anheuser에게 매각된 이후 E. Anheuser & Co로 사명을 변경했다. 1857년 독일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자인 Adolphus Busch는 1961년 에버하드 앤호이저 (Eberhard Anheuser)의 딸과 결혼하고 앤호이저 양조장의 영업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1969년 William D' Oench의 지분을 인수했다.
1870년대 부시는 유럽 여행을 하면서 당시 유럽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던 필스너에 주목했다. 특히 체스케 부데요비체(České Budějovice)에서 양조되고 있던 지역 맥주를 눈여겨봤으며, 1876년 미국 시장에 버드와이저(Budweiser)를 출시하며 미국내 전국 브랜드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1879년 Anheuser-Busch Brewing Association로 사명을 변경하였고, 1880년 앤호이저의 사망으로 부시가 사장이 되었다. 이후 2008년 인베브에 매각될때까지 가족 양조장으로 경영되었다. 20세기 초 미국의 금주령 시기를 견디며 1957년 미국 내 가장 큰 맥주 양조장이 되었다. 미국내 13개의 양조장을 운영했으며, 1980년대 들어 Anheuser-Busch International, Inc.를 설립하며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렸다. 2004년 중국의 하얼빈 양조장(Harbin Brewery)을 인수하는 등 중국에서 만 14개의 양조장을 운영하였으며, 영국에서도 1개의 양조장을 운영했다.
1852년에 문을 연 앤호이저 부시의 세인트루이스 양조장은 1966년 미국 국립 역사 기념물(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되기도 했다. 앤호이저 부시는 맥주 양조 외에도 유리병 생산, 500개 이상의 독립 도매상, 13개의 자사 유통 업체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1953년부터 1996년까지 메이저리그 야구 팀인 세이트루이스 카디널스(St. Louis Cardinals)를 소유하기도 했다. 또한 2009년까지 미국에서 가장 큰 테마파크 사업자로 7개의 테마파크와 5개의 워터파크를 운영하기도 했다.
인베브
2004년 벨기에의 인터브루와 브라질의 암베브의 합병으로 탄생한 회사다. 인터브루와 암베브의 합병으로 인베브는 세계2위의 양조 회사가 되었다. 2005년 11월 인베브는 기존 호가든 양조장을 2006년말까지 폐쇄하고 쥬필레(Jupille)에서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호가든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과 함께 품질 저하의 우려에 부딪히게 되었다. 결국 2007년 9월 시설 보수와 함께 기존 호가든 양조장에서 생산을 지속할 것을 결정했다.
거대 맥주 공룡의 탄생
2008년 6월, 당시 세계 3위의 맥주회사 인베브는 1위였던 앤호이저 부시에 460억 달러에 달하는 인수 제안을 한다. 7월에 이르러 주당 70달러, 총액 520억 달러에 이르는 인수 계약이 체결되며 2008년 11월 18일 인수가 완료되면서 사명은 앤호이저 부시 인베브(Anheuser-Busch InBev)로 변경되었다. 2009년 AB InBev는 앤호이저 부시를 인수하기 위해 조달했던 은행 부채 상환을 위해 일부 자산을 매각했다. 앤호이저 부시가 소유하고 있던 중국 청도 맥주(Tsingtao Brewery)의 지분 27%를 매각했다. 또한 인터브루의 소유였던 우리나라의 오비맥주를 미국계 사모펀드인 KKR(Kohlberg Kravis and Roberts & Co.)에 매각했으며, 앤호이저 부시 엔터테인먼트 유닛 소속 3개의 워터파크도 매각했다. 5년이 지난 2014년 AB InBev는 KKR로부터 58억달러에 OB맥주를 재인수 했다.
2012년에는 AB InBev가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멕시코 최대의 맥주회사인 그루포 모델로(Grupo Modelo)의 지분 인수를 발표하고 2013년 201억 달러에 인수 작업을 완료했다. 그루포 모델로는 코로나, 모델로 등의 맥주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로 인수 과정에서 미국 내 반독점법 위반을 해소하기 위해서 콘스틸레이션 브랜드(Constellation Brands)사에 그루포 모델로의 매국 판매권을 매각하고, Piedras Negras Brewery를 매각했다.
2015년 10월 AB InBev는 1895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South African Breweries를 모태로 하는 세계 2위의 맥주 업체인 SABMiller에 700억 파운드에 매각 제안을 했다. SABMiller는 이를 수락했지만 이 거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미국 법무부 (Department of Justice, DOJ)의 승인이 필요했다. 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밀러(Miller) 및 쿠어스(Coors)등 일부 브랜드를 분리 매각하는 조건으로 승인되어 2016년 10월 마무리 되었으며 거래 금액은 1,070억 달러에 달했다. 이로써 세계 맥주 시장의 약 절만을 차지하는 거대 맥주 공룡이 탄생하게 되었으며, 사명은 AB InBev SA/NV로 변경되었다. 현재 AB InBev는 벨기에의 Vandamme, De Mévius, de Spoelbergh가 2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운영되고 있으며, 브라질의 투자자인 Jorge Paulo Lemann, Carlos Alberto Sicupira, Marcel Telles가 투자회사인 3G Capital을 이용해 22.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AB InBev의 크래프트 맥주시장 진출
2011년 미국 시카고의 구스 아일랜드(Goose Island)가 AB InBev에 매각되며 크래프트 맥주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상징성을 가진 양조장인 이 곳이 거대 자본에 매각된 것이다. 이후 AB InBev는 10 Barrel, 엘리시안(Elysian), 위키드 위드(Wicked Weed) 등 10여개의 미국 내 크래프트 양조장을 인수했다. 이와 같은 행보에는 2016년 설립된 AB InBev의 자회사 ZX Venture가 중심에 있다. 글로벌 벤쳐 인큐베이팅 회사인 ZX Ventures는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을 인수했으며, 2016년에는 미국의 맥주 평가 사이트인 Ratebeer.com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Ratebeer.com의 인수는 맥주 평가 사이트의 신뢰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AB InBev는 ZX Ventures를 통해 미국 최대의 홈브루잉 장비 공급 업체인 Northern Brewer도 인수했다.
이러한 행보는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4월 2일 ZX Ventures는 더 핸드앤몰트 브루잉 컴퍼니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자세한 인수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인수 금액이 1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B InBev의 출범과 SABMiller의 합병,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진출은 다국적 맥주회사인 AB InBev의 이윤 극대화와 맞닿아 있다. 세계 맥주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맥주 기업의 탄생으로 AB InBev는 맥아, 홉 등 맥주 재료 시장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써 가지는 바잉 파워를 통해 보다 싼 값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자체 소유하고 있는 홉 농장에서 생산되는 홉을 독점하는 것을 통해 보다 싼 값으로 재료를 조달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7년 남아프리카의 SAB 홉 농장에서 생산된 홉을 미국 내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한 미국 전체 맥주 시장의 침체 속에서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으로의 진출은 또 다른 수익 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내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4월에 발표된 핸드앤몰트 인수다.
AB InBev, 앞으로의 행보는?
2017년 기준 564억 달러의 매출, 200여개의 맥주 브랜드, 전 세계 3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가진 거대 맥주 기업이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거대 맥주 회사의 수직계열화로 인한 시장 교란을 걱정하고 있으며, 크래프트 맥주 정신의 훼손을 걱정한 다. 우리나라에서도 핸드앤몰트의 인수를 계기로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브루, 암베브, 앤호이저 부시 그룹의 발돋움은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었다. 이후 AB InBev로의 합병 역시 이와 같은 이유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 하는것과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효율적인 이윤의 달성에 있어서 상충되는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B InBev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대한 관심은 전체 맥주 시장의 규모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AB InBev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DITOR_ 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