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예술이 가득한 가로수길 아지트’ 빈센트 반 골로 브루어리
취향에 맞는 장소를 발견했을 때의 느낌은 든든한 인생 파트너를 찾은 기분이라고 할까? 특히 펍은 맥주 라인업과 분위기가 코드에 맞아야 하고 무엇보다 펍 주인과의 대화가 죽 이 맞아야 한다. 펍이 이러한데 매장에서 양조한 맥주를 판매하는 브루펍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나처럼 크래프트 맥주를 좋아하는 맥주 애호가가 브루펍을 고를 때는 한층 더 까다 롭게 보게 된다. 분위기, 메뉴, 주인장의 센스에 직접 양조한 맥주까지 내 입맛에 맞아야 하므로…
나는 한 인터넷 매체에서 공연전시분야 파워 문화블로거로 3년째 활동 중이다. 특히 예 술에 관한 내 애정은 맥주에 대한 것만큼이나 덕후스럽다. 이런 내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 한 브루펍이 있다. 이름부터 내 취향을 저격했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의 아지트가 되 어준 곳, 사심 가득 담아 소개해 본다. 내 인생 아지트 브루펍인 빈센트 반 골로 브루어리 (Vincent van Golo Brewery)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빈센트 반 골로 브루어리는 맥주와 예술의 향과 풍미가 가득한 곳이다. 고길로 대표 의 위트까지 덤으로 말이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연상되는 이곳의 이름은 고길로 대표의 별명인 ‘골로’에서 따왔 다.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조그마한 갤러리를 마련해놓은 브루어리는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미술관을 만나는 듯 한 기분을 자아낸다.
생각해보면 맥주와 예술은 닮은 구석이 많다. 물, 홉, 보리, 효모로만 맛을 내는 맥주지만 모든 맥주의 맛이 다양하듯 예술 또한 연필, 물감, 붓 등 같은 도구를 사용해도 그 의미와 창의성은 천차만별이니 말이다. 이곳은 고길로 대표의 애정이 가득 담긴 곳이다. 평범한 주택을 누구나 찾아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의 펍으로 재 탄생시킨 그의 안목은 인테리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기존 주택의 벽돌과 구조를 유지한 채 조명으로 은은한 분위 기를 자아낸 1층과 유쾌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2층은 말 그대로 공간에 예술을 더한 곳이다.
애주가, 인생 브루펍을 차리다
브루펍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애주가였던 그가 크래프트 맥주 세계에 입문한 것은 지난 1995년 미국 시애틀 어학연수 때였다고. 당시 맥주라고는(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라거뿐이라고 생각하 고 많이 마시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 시애틀에서 마신 헤페바이젠은 고 대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이후 시애틀의 펍들을 전전하는 일명 펍 크롤링(Pub Crawling)을 하며 크래프트 맥주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고. 이후 무역업을 하며 지내던 그가 브루펍을 차리기로 결심한 것은 2014년 4월.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양조장 관련 규제가 완화된 이후 고 대표도 무역업을 통해 알던 지내던 지인을 통해 양조 설비를 구입했 다고 한다. 홈브루잉을 3~4년 하면서 크래프트 맥주 본연의 ‘맛’을 내가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좋아하던 브루잉을 업으로 삼으면 어떨까? 고 대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실제 양조시설의 규모 는 홈브루잉과 차원이 다르다. 또 만들고 싶은 맥주보다는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맥주를 만들어야 한다 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양조가 가지는 매력을 이야기하고 이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누리고 싶다고 얘기하는 고길로 대표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유쾌하고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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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골로스러운 맥주를 마시다
현재 빈센트 반 골로 브루어리에서 마실 수 있는 크래프트 맥주 스타일은 총 세 가지다. 샤넬 향수에서 이름을 따온 ‘골로 NO.5’는 은은한 바나나 향이 일품인 바이젠(Weizen)으로 사츠(Sazz) 홉을 드라이 호 핑하여 빈센트 반 골로만의 특징을 자랑한다. 모자이크(Mosaic) 홉의 향이 진하게 올라오고 목넘김이 편안한 ‘레트로 페일에일’은 빈센트 반 골로만의 또 하나의 대표 맥주다. 마지막으로 일반 스타우트(Stout)에 비해 도수와 맥아의 묵직함을 강화한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인 ‘판타스틱(Fantastic)4’는 초콜릿 윗 몰트(Chocolate Wheat Malt), 카라 아로마 몰트(Cara Aroma) 등으로 풍미와 맛의 깊이를 더한 겨울용 계절 맥주다. 3월부터는 도수 5%에 IBU 18의 새로운 스타우트가 판매된다.
안주로는 시그니처 메뉴인 감바스 알 아히오와 바게트를 추천한다. 올리브 오일에 새우, 마늘, 양파, 바 질, 로즈마리, 타임 등을 끓여 바게트와 함께 즐기는 메뉴로 고길로 대표가 양조한 맥주들과 잘 어울린 다. 더불어 토마토 소스와 다진 돼지고기에 모짜렐라 치즈가 가미된 미트 소스 감자튀김과 미트 소스 나 초도 맥주 안주로 궁합이 환상적이다. 싱그러운 꽃향기에 취해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 봄이 찾아왔다. 사랑스러운 맥주를 벗삼아 펍 크롤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빈센트 반 골로 브루어리를 추천한다. 눈과 입이 즐거워지는 아지트 펍, 가 로수길 골목 안 새로운 브루펍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EDITOR_오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