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종주국의 심장으로… 독일 대사관이 인정한 맥주 ‘크래머리’
지난 9월 말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독일 통일의 날(Tag der Deutschen Einheit)’ 행사. 1990년의 역사적인 독일 통일을 기념하는 국경일이자, 주한 독일 대사관의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이 자리에는 유일하게 한 브루어리가 참가해 맥주를 제공했다.
일찍이 맥주 순수령을 공포하고 5000개 이상의 브루어리가 있는 맥주의 종주국 독일. 뮌헨, 쾰른, 베를린,밤베르크, 뒤셀도르프 등 지역마다 독특한 맥주 스타일로 전 세계 맥주 애호가들을 빠져들게 하는 독일. 그런 국가를 대표해 해외에 나와 있는 독일 대사관이 중요한 행사의 공식 만찬주로 선택한 곳은 어디일까.
그 브루어리는 다름 아닌 경기도 안산의 ‘크래머리 (KrämerLee)’였다. 지난해까지 이 행사에는 독일의 쟁쟁한 대기업이 맥주를 공급했지만 올해부터는 크래머리가 맡게 됐다.
이날 행사에서 필스너와 바이젠을 제공한 크래머리는 참석자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준비했던 40 케그 ‘완판’에 성공했다. 행사 내내 맥주 부스에 사람들이 몰렸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만난 독일인들은 연신 “운더바(wunderbar, 훌륭하다)!”라며 크래머리 맥주를 추켜세웠다.
지난 9월 말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독일 통일의 날(Tag der Deutschen Einheit)’ 행사. 1990년의 역사적인 독일 통일을 기념하는 국경일이자, 주한 독일 대사관의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이 자리에는 유일하게 한 브루어리가 참가해 맥주를 제공했다.
크래머리는 이원기, 이지공, 펠릭스 크레머 세 명의 공동 대표가 독일 현지에서 ‘도원결의’한 후 한국에 돌아와 2015년 2월 설립한 브루어리다. 미국식 크래프트 맥주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서도 바이젠, 복 등 정통 독일 맥주 양조에 매진했고 이제는 독일식 맥주를 제대로 만드는 로컬 브루어리로 자리매 김했다
독일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만큼 크래머리에서는 2~3년전부터 맥주의 진가를 알리기 위해 독일 대사관과 지속적으로 접촉했다. 이지공 대표는 “언젠가는 한국의 독일 스타일 맥주로 독일에 역진출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어서 먼저 대사관에 우리의 맥주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독일 대사관으로부터 맥주의 맛과 품질, 또 시장 반응 등을 검증 받은 끝에 크래머리는 지난해 9월 열린 성북세계맥주축제에 독일 대사관의 추천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영국, 스위스, 스페인, 태국, 라오스 등 10개 주한 대사관이 추천한 각국을 대표하는 맥주들이 선보인 축제에 크래머리가 독일 맥주로서 참여한 것이다. 이 행사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난 후 에버랜드에서 열린 ‘세계음식 문화 축제’에 독일 음식과 어울리는 맥주로 공급되고, 성북구에서 열린 ‘제7회 유러피언 크리스마스 마켓’ 등 독일 대사관이 참여하는 행사에 잇달아 독일 맥주 대표로 크래머리가 추천됐다.
특히 올해 6월에는 독일 대사관저에서 매년 개최하는 파티 ‘Deutsches Sommer Festival’에 크래머리 맥주가 건배주로 선정됐다. 이렇게 독일 대사관 관련 행사에 매번 참여하다 보니 독일인들이 먼저 크래머리 맥주를 찾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알려지고 있다.
올해도 독일 대사관의 추천으로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지구촌 나눔 한마당’에 참여했고 지난해에 이어 성북세계맥주축제와 크리스마스 마켓에도 2년 연속 부스를 차린다.
“처음 독일 대사관 행사에 갈 때는 맥주의 본진에 들어가서 직접 평가를 받는다는 느낌에 설레고 한편으로는 떨리기도 했습니다. 2년째 공급하다 보니 행사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맥주에 대한 좋은 평가를 듣게 됐고 그에 따라 자신감도 얻게 됐죠.”
이지공 대표는 독일 대사관과의 협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크래머리는 맥주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브루어리를 확장해 이전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국 대사관에 외국인이 김치를 납품한다면 이런 느낌이겠죠? 독일 대사관으로부터 맥주의 맛과품질을 인정 받은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진출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계속 달리겠습니다.”
EDITOR_황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