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 개띠해 개와 맥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개는 인간의 애정을 가장 많이 받는 동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개는 인간의 문화 전반에 알게 모르게 침투해 있으며 이는 맥주의 세계에도 예외가 아니다. 무술년(戊戌年), 60년만에 돌아온다는 '황금 개띠의 해' 1)를 맞이하여 개와 맥주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이름에 ‘개’가 등장하는 브루어리
우선 이름에 개가 들어간 브루어리들이 있다.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수입되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크래프트 맥주인 브루독(Brewdog)이 대표적이다. 마찬가지로 국내에 들어온 적이 있는 플라잉 독(Flying Dog), 그리고 수입이 안 되지만 올드 에일(Old Ale) 마니아들에게 유명한 헤어 오브 더 독(Hair Of The Dog) 정도를 이름에 개가 들어간 유명한 브루어리로 꼽아볼 수 있다.
이들이 브루어리 이름에 개를 넣게 된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우선 브루독의 경우는 설립자 두 명이 개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름에 넣었다. 실제로 양조장에서 개를 키우는 이들은 브루독 마크에도 캐릭터화 된 개를 포함시켰다.
개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각별한 지는 창업 당시 에피소드에서 엿볼 수 있다. 브루독은 2007년 창업할 때 직원 목록에 제임스 와트 (James Watt)와 마틴 디키(Martin Dickie)라는 두명의 설립자뿐 아니라 자신들이 키우던 개 Bracken까지 포함하여 ‘+1 Dog’라고 표기해두었다. 이후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직원 숫자가 750여명까지 늘었음에도, 항상 반려견 Bracken을 잊지 않고 직원 숫자에 +1 Dog를 표기해 둔다. (안타깝게도 Bracken은 지난 2012년 세상을 떠났다.)
뿐만 아니라 브루독에서는 직원들이 새로 개를 키우게 되면 개가 주인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개를 키우기 위한 휴가(Puppy Parental Leave)까지 준다. 브루독 브루어리의 개에 대한 애정은 차고 넘친다고 봐도 되겠다.
반면 플라잉 독은 사실 실제 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브루어리다. 플라잉 독의 설립자인 조지(George)는 K2를 등정하고 내려와서 술을 마시던 중에 ‘거대한 날아다니는 개’를 그린 유화 작품을 보고 브루어리 이름의 영감을 얻었다. 이를 통해 ‘플라잉 독 브루펍’을 만든 것이 플라잉 독의 시작이다. 때문에 플라잉 독의 맥주라벨엔 유화로 그린 듯한 개 그림을 많이 사용하며, 개를 이용한 맥주 이름도 많이 짓는다. 대표적으로 스네이크 독 IPA, 더블 독 더블IPA, 도기 스타일 페일 에일이 있다.
개를 위한 맥주
상식적으로 개에게 알코올을 먹이는 행위는 학대로 여겨진다. 개는 알코올뿐 아니라 맥주 내의 몇몇 물질들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이 굉장히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개를 위한 맥주가 존재한다.
개를 위한 맥주, 일명 ‘개 맥주’에는 당연하게도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다. 사실 ‘맥주’라고 칭하기에도 어폐가 있다. 애초에 발효를 시키질 않았으니 술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 그저 맥주와 비슷한 맛을 주기 위해 발효시키지 않은 맥즙(Wort)을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개 맥주’라고 불리는 것이다.
맛 또한 우리가 아는 일반 맥주와는 상당히 다르다. 앞서 말한 맥즙을 포함해 야채나 고기 추출물, 해초 추출물 등의 다양한 재료들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사실 개 맥주를 개발한 목적부터가 간식으로써의 의미도 있지만 추가적인 영양분 섭취라는 목적이 더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할 수 있으니, 반려견을 술친구로 삼고 싶다면 한번 구매하여 맥주잔에 코를 박고 열심히 맥주를 먹는 귀여운 모습을 감상하도록 하자.
맥주와 애견용품
개를 위한 맥주까지 있는 마당에 개를 이용한 맥주 용품, 맥주를 이용한 애견용품이 없을 리가 없다. 간단하게는 개 모양 코스터,개 모양 병따개, 맥주가 그려진 개 목줄, 맥주 모양 강아지 장난감 정도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이보다 더 흥미로운 제품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스펜트 그레인 (Spent Grain)을 이용한 개 간식을 들 수 있다. 스펜트 그레인이란 맥주를 양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곡물 찌꺼기를 의미한다. 이미 필요한 영양분은 맥주에 다 녹아 나왔고 보리 껍질과 같은 잔여물만 남은 상태기 때문에 인간에게 있어서는 사실상 쓰레기나 다름없다. 하지만 약간의 맛과 곡물의 사각사각한 식감 정도는 남아있는 터라 소와 같은 초식동물들의 여물로 사용되기도 한다. 여기서 착안하여 개 간식으로도 만든 것이다.
직접 먹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스펜트 그레인은 약간의 달달함과 고소함을 빼고는 맛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개 간식을 만들 때는 추가적으로 밀가루, 계란, 땅콩버터 등을 넣어서 만든다고 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홈 브루어들은 브루잉을 마친 후 개를 위해 한번쯤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DITOR_김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