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의 다크호스, 브루어리 304
아산의 다크호스, 브루어리 304
충청남도 아산시 음봉면 동암리. 산과 논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뭐가 있긴 한 걸까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킬 법한 천혜의 환경 한가운데에 조그마한 브루어리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올해 5월에 ‘플루토 아메리칸 블론드 에일’로 국내 크래프트 맥주씬에 첫선을 보이고 호평을 받은 브루어리 304다. 처음 선보인 맥주부터 훌륭하게 만들어낸 이들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스토리를 통해 양조하고 있을까.
브루어리 304는 같은 자리에 있는 정수 공장 아래의 한 층 아래에 들어서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맥주 공장이라곤 생각도 못 할법한 아담한 크기를 가지고 있지만, 내부를 둘러보니 갖출 건 모두 갖추고 있고 시스템화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내실이 강한 브루어리였다. 그래도 규모는 작은지라 이곳의 관계자라 할만한 분들은 설립자인 윤용집 대표와 헤드 브루어 격인 민성준 양조사, 최근 들어 새로이 합류한 이재성 양조사, 그리고 마스코트인 강아지 밍키까지(?) 넷이 전부였다. 이날은 이 넷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볼 수 있었다.
브루어리 304는 2014년부터 만들어지고 최근에야 알려진 곳이기에 최근의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높은 관심도에 응하여 설립된 브루어리인가 싶었지만, 뜻밖에도 브루어리 설립에 대한 생각은 20여 년 전부터 해오고 계셨다고 한다
브루어리304를 설립하게 된 계기
윤용집 대표 (이하 윤): 과거에 유학이나 비즈니스를 할 때 부터 이쪽(크래프트 맥주)에 관심을 많이 가져왔어요. (하 우스 맥주 관련) 법규가 풀리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준비랄 까, 생각해 온 지는 20년이 넘었고요. 실은 나중에 제가 교 수 은퇴를 하게 되면 재미로 조그마한 브루어리를 하나 차리 면 좋겠다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그랬는데 장비에 대 해 알아보다 보니 갑자기 저지르게 되더라고요(웃음). 그게 2014년이에요.
설립 과정 중의 어려움
윤: 말도 안 되게 시작을 해서인지 사람을 구하기 힘들더라 고요. 영국에서 사람을 구해와서 장비 세팅은 해봤는데 이 분도 오래 있을 수가 없는 분이었고. 그래서 여기저기 수소 문해 봤더니 운 좋게 이런 분들(양조사분들)이 계시더라고 요. 저는 정말 한국에 양조 할 줄 아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 는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삼고초려 끝에(웃음) 민성준 씨를 모셔오게 됐죠.
양조사가 된 계기
민성준 양조사 (이하 민): ‘링고’라는 펍에서 런던 프라이드 를 마시곤 처음으로 맥주에 대해서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맥주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 김영근 씨(미고자라드)나 김만 제 씨(살찐돼지)의 블로그를 알게 됐고 이들의 시음기를 따 라 해보며 맥주에 대한 재미를 느꼈죠. 그 뒤로 6~7개월 정 도 인터넷 검색만 해오다 사계의 오픈 소식을 듣곤 그곳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일하면서 맥주에 대해 많은 얘기도 듣고, 정말 맛있는 맥주가 무엇인지 느껴보기도 하고. 그러다 학업 을 위해 사계를 그만두려 할 때 사계의 이상원 사장님이 히 든트랙에서의 주말 양조사 근무를 제안해 주셨어요. 제가 일 을 하면서 시음기를 유별나게 많이 썼거든요. 그런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좋게 보였나 봐요. 그렇게 히든트랙에서 일을 하게 되며 맥주로 확실히 가닥을 잡았죠.
이재성 양조사 (이하 이): 저는 원래 신학 전공에 장래희망은 목사였어요. 예전엔 ‘써스티몽크’에서 일을 했었는데 당시엔 독일 맥주밖에 모르고 살다가 인디카나 스컬핀과 같은 맥주 들을 접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인 것을 깨닫고 이쪽 일을 더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곤 홈브루잉 강의를 듣게 됐는데 그때 강의 선생님이 민성준 씨였어요. 사실 서로 동 갑인데 그래서 아직도 선생님이라 불러요(웃음). 후에 이곳 에서 양조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곤 미국여행 중에 불현 듯 장문의 이력서를 제출했죠. 그렇게 이곳에 왔어요.
이직을 하게 된 이유
민: 사실 2번 정도 이직 제의를 고사했어요. 제가 히든트랙 에서 아직 제대로 된 걸 못 보여드렸단 생각이 들었고 또 그 곳 분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셔서… 그래도 결국 이곳에 온건 일단 다른 장비를 써보고 싶었던 게 일단 첫 번째였고요. 그 리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이: 사장님이 지으신 이름이에요. 플루토가 명왕성을 뜻하잖 아요. 명왕성이 태양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태양계에서 퇴출당하기까지 했지만 매니아층은 많이 있거든요. 이처럼 수도권과는 떨어져 있으나 매니아를 만들 수 있는 양조장이 되자, 뭐 이런 의미로 만드셨다고 해요. 이번에 만든 앰버 에 일도 이름이 플루토인데 사실 블론드 에일과 공통점은 없어 요. 플루토를 브랜드화하는 것이 목적이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웃음) 그냥 같은 이름으로 지었어요.
앞으로 만들고자 하는 맥주
민: 우선 호피 세종이 곧 출시를 할 거고요. 계획은 일단 임페 리얼 스타우트. 그렇긴 한데 효모를 적당한 걸 구해야 만들 수 있어서 그것 때문에 고민이에요. 어쨌든 올해 안으로 겨 울쯤 출시를 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저희 양조장에서 약간의 맥즙을 오픈 발효를 해봤더니 꽤 좋은 결과물이 나왔었거든 요. 아직 주질 검사를 받질 않아서 차마 먹어보진 못했지만( 웃음) 향은 익히 알고 있는 긍정적인 팜하우스 에일의 향이 나더라고요. 겨울에는 안되니까 여름이 가기 전에 한 번 만 들어 볼 생각이에요.
앞으로의 비전이나 목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 좋은 물을 가지고 좋은 맥주를 만들자. 그리고 저희는 양 조장비와 같은 엔지니어링적인 부분 등에 대해서 다른 분들 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거든요. 이러한 상생 등을 통해서 단 지 술뿐만 아니라 술에 대한 문화적으로도 우리나라가 발전 하기를 바랍니다.민: 우리나라에서 가장 독보적인 맥주를 만들고 그것을 유지 하는 것. 요컨대 최고의 맥주를 만드는 것이 제 목표고요. 저 희는 크래프트 정신과 미국 맥주를 지향합니다. 그리고 덕후 들이 양조합니다. 이건 꼭 넣어주세요(웃음).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에디터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맥덕으로 서 이들의 맥주에 대한 열정은 다시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 정 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만큼 이들과의 맥주에 대한 대화는 지면 사정상 모두 싣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유쾌하고, 또 유 익했다. 덕후가 만들기에 누구보다 맥주에 대해 진지할, 이들의 앞 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DITOR_김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