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양조사들의 겨울나기
겨울이 빨리 다가온다는 신호는 단풍이 드는 것 말고도 있다. 크래프트 펍의 탭리스트를 살펴보면, 색이 어둡고 도수 높은 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축제의 수가 엄청나게 감소했으며, 이는 브루어리 입장에서 맥주를 판매할 방안 중 한 가지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브루어리 대표나 브루어들에게 추운 날씨가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묻고 싶었다. 칠홉스 브루잉의 대표이자 헤드브루어 닉 레넌(Nick Lennan),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잉의 창립자이자 브루마스터 리차드 김(Richard Kim), 갈매기 브루잉의 헤드브루어 라이언 블라커(Ryan Blocker), 아트몬스터 브루잉의 헤드 브루마스터 제이슨 쿠소우스키(Jason Matthew Kusowski),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릴라 브루잉의 창립자이자 운영 책임자 폴 에드워즈(Paul Edwards)에게 다음의 질문을 했다.
Q1겨 울에는 브루어리가 덜 바쁜 편이다. 추운 계절에 스케줄의 변화가 있는가?
Q2 겨울에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가?
Q3 추운 계절에는 고객들이 더 어둡고 높은 도수의 맥주를 원할 거라고 예상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겨울에 이러한 맥주들의 수요가 높은가, 아니면 수요의 변동이 크지 않는가?
Q4 계절에 맞는 맥주를 만드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번 겨울에 어떤 시즈널 맥주를 출시할 계획인가?
대부분의 브루어리는 여름철 성수기와 비교해 어떤 형태로든 수요의 하락을 겪고 있다.플레이그라운드의 경우 캔 맥주의 수요가 꾸준하지만, 레스토랑 매출은 줄어들었다.
김재현 이사는 “탭룸에서 따뜻하게 몸을 녹여주는 음식과 맥주를 페어링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려 노력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우리 존재를 상기시키기 위해 몇몇 이벤트도 진행하고요. 이런 한산한 시기에는 재미를 위해 시즈널 맥주를 1~2개 정도 만드는데, 따뜻하고 안락한 집에 있는 손님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칠홉스 브루잉에게 겨울은 다가올 해를 준비하고 고객을 더 잘 알아가는 중요한 시간이다. 닉은 “신생 스타트업으로서 펍들의 입을 빌리자면, 겨울은 발로 뛰면서 마케팅을 해야 하는 ‘거친’ 계절입니다. 사실 이번 겨울에는 잠시 일보 물러나서, 내년에 더 나아가기 위해 생산성, 디자인, 마케팅 전략과 전반적인 브랜드를 향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브루어의 관점에서 겨울은 나가서 피드백을 받으며, 어떻게 다 같이 크래프트 맥주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고객, 펍, 레스토랑과 의논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갈매기 브루잉은 최근 양조 시설을 이전했다. 그래서 헤드브루어인 라이언 블라커(Ryan Blocker)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추운 계절이 왔기에 잠시나마 쉴 틈이 있다고 했다. “올해는 여름이 되기 직전에 새 장소로 확장 이전을 했고, 그 이후로 계속 쉴 틈 없이 전진했습니다. 이제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이 장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있어요. 탱크를 증설하고 있고, 새 브루어리의 직원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제이슨 쿠소우스키는 겨울의 맥주 수요의 감소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추운 계절이 다가오면, 전체적인 판매가 무조건 감소합니다. 미국과 독일도 마찬가지죠. 사람들이 여름에 더 많이 밖으로 다니기 때문에, 맥주 소비는 주로 여름에 많습니다. 추워지면 사람들이 밖에 안 돌아다니기 때문에 소비자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고릴라 브루잉은 겨울이 다른 방식으로 회사가 성장할 좋은 기회라고 본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기에, 우리는 겨울에 맥주 생산이 크게 줄지 않습니다. 대신에 실험을 더 할 수 있고, 바쁜 시기가 다가올 것을 대비해 맥주 재고를 축적할 기회라고 봅니다.”라고 폴 에드워즈는 말했다.
겨울에 고객이 어떤 스타일의 맥주를 선호하는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보인다. 브루어가 겨울에 주로 어둡고 도수가 높은 맥주를 만들어서 소비자가 그런 맥주를 많이 마시는지, 아니면 소비자들이 원해서 브루어가 이러한 맥주를 만드는지. 고릴라 브루잉의 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겨울에 어두운 맥주를 더 많이 만듭니다.” 반면에 갈매기 브루잉의 라이언은 “어두운 맥주의 생산량을 크게 바꾸지 않습니다. 손님들이 실제로 요구하는지, 아니면 탭룸 운영자들이 ‘어두운 맥주는 겨울용’이라고 여겨 어두운 맥주를 더 구매하고 판매하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제이슨은 어둡고 도수 높은 맥주의 수요가 느는 것은 고객이 이끄는 현상이라고 확신한다. “매서운 추위로 인해 사람들은 몸을 데워줄, 도수 및 바디감이 높은 무언가를 원하죠. 그래서 여름용 맥주인 밀맥주 또는 과일맥주의 판매가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겨울에는 모든 종류의 맥주 판매량이 감소합니다. 심지어 아이피에이나 페일에일의 판매량도 감소하죠. 어둡고 도수 높은 맥주의 수요는 증가하지만, 전체 판매량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반적인 판매량이 감소하는 것이죠.”
닉은 브루어리의 한정된 공간 때문에 겨울용 맥주 수요를 감당하기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어두운 맥주 같은 스페셜 맥주의 경우, 올해 생산 순위가 뒤로 밀려났습니다. 맥덕들을 사로잡은 ‘씅난남자(Rippa The Mad Man)’는 유감스럽게도 탱크 공간이 부족해 생산이 연기되었습니다⋯ 그보다 더 많은 고객이 ‘세션 다크 맥주’를 원하는데, 숙성 때문에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맥주거든요”
미국 소규모 브루어리의 경우, 다양한 스페셜 맥주를 고객들에게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의 판매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고객들은 항상 새로운 맛을 찾지만, 한국의 경우 구조적 요인 때문에 ‘일회성’ 특별 맥주를 만드는 게 어려워진다. 제이슨은 이러한 맥주를 만들 때 브루어리가 넘어야 하는 장애물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내년 봄이나 여름에 맞는 맥주를 몇 종류 선보이려고 작업 중인데요. 가장 큰 문제는 맥주 레시피를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절차, 그리고 펍과 도매상에서 일회성 맥주를 판매할 의향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일회성 맥주를 만들려면 서류 작업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레시피를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려야 하며, 그 후 알코올 테스트를 위해 샘플을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납세 증지를 구매하고 기다려야 하고요. 이처럼 단순히 새로운 맥주를 시장에 선보이고자 할 뿐인데 그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특히나 만약 계속해서 레시피를 수정하기를 원한다면 말이에요. 도매상들 또한 일회성 맥주를 받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왜냐면 그들도 처리해야 할 다른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매번 메뉴판을 수정하기를 원치 않는 펍의 반발도 있습니다. 일회성 맥주만을 원하는 미국의 펍들과는 극명하게 대조되지요.”
비록 계절에 맞는 맥주를 만드는 게 번거로울지라도, 브루어는 고객들에게 맥주를 선보이기 위해 꾸준히 열심히 일한다. 왜냐하면 계절 맥주는 새로운 맛을 즐기는 소비자를 즐겁게 할 뿐 아니라, 브루어의 양조 실력을 보여줄 기회이기 때문이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최근 미국에서 공수한 신선한 홉으로 더블 아이피에이(찾아 마셔볼 가치가 있다)를 만들어 출시했고, 임페리얼 스타우트 및 쥬시 트리플 아이피에이(Juicy triple IPA)를 출시할 계획이다. 겨울 맥주를 구상할 때, 라이언은 소비자가 맥주를 마시는 상황을 고려한다. “여름에 시즈널 맥주로 청량감 있는 가벼운 맥주를 디자인하는 것처럼, 겨울에는 한국의 덥고 눅눅한 여름에는 마시기 좋지 않을, 무겁고 풀바디인 맥주를 디자인합니다.”
겨울은 브루어에게 가장 바쁜 계절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필요 없거나 소중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닉은 겨울이 맥주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전국적으로 브루어들이 다 같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바라는 것 중 하나는, 한가한 겨울철에 업계가 더 협력하는 것입니다. 고향 뉴질랜드에서는 일반적으로 브루어리나 펍들이 협력해서 일했고, 겨울 스타일로 어두운 맥주를 선보였습니다. 한국 시장은 여전히 신생이고, 종종 약간의 삐걱거림이 있어요. 우리는 함께 성장할 수 있으며, 목마른 고객에게 더 나은 맥주와 이벤트를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브루어들은 새로운 맥주의 출시와 관련해 그들의 SNS 채널을 주목해달라고 강조했다. 눈을 크게 뜨고, 이번 겨울에 출시될 새롭고 흥미로운 맥주를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