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이 맥주를 완벽하게 만든다 샴 코리아 이준현 대표 인터뷰
독일 쾰른 지방의 맥주 쾰쉬. 쾰쉬 전용잔은 200~300ml 용량에 길쭉한 원통 모양의 슈탕에(stange)다. 보통 2~3도로 서브하는 쾰쉬의 잔이 가늘고 긴 이유는 상온에 노출되는 표면적을 줄여 맥주의 낮은 온도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것. 쾰쉬 특유의 청량감을 지키기 위해서다. 용량이 적은 것 역시 차가움이 유지되는 동안 빨리 마셔 맥주 본연의 맛을 느끼도록 하기 위함이다. 맥주를 따르면 쾰쉬의 꽃과 과일 아로마가 가는 잔의 윗부분에 모여 향기를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것도 슈탕에 덕분이다. 사람들은 결국 슈탕에를 보는 순간 쾰쉬를 떠올리게 된다.
이렇듯 맥주에 맞는 잔은 맥주의 맛과 향을 극대화하고 더 나아가서는 맥주의 아이덴티티까지도 만들어낸다. 한잔을 마시더라도 전용잔을 갖추면 맥주 본연의 풍미는 물론이고 브루어의 철학과 숨결까지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다.
이런 ‘잔의 마법’이 가능하도록 맥주 스타일과 브랜드 이미지에 적합한 다양한 맥주잔을 공급하고 있는 샴 코리아의 이준현 대표를 찾았다.
좋은 맥주의 완성은 좋은 잔
샴은 1900년 설립된 독일 회사로 페로니, 벡스, 파울라너, 에딩거, 필스너우르켈, 칭따오 등 전세계 주요 맥주 브랜드 잔을 생산하고 있다.
이준현 대표는 2011년 리샘 인터내셔날을 창업해 샴의 독점 영업 사무소(샴 코리아)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칭따오·소넨호펜·몬티스·투브라더스·필스너우르켈·하이네켄 등 해외 맥주 브랜드와 플래티넘·제주맥주·프라하993 등 국내 브루어리, 오비맥주·클라우드 등 대형 맥주에 잔을 공급한다. 또 송도맥주축제, 그랜드힐튼 옥토버페스트 등에 이벤트 전용잔도 납품하고 있다.
“좋은 맥주를 아무 잔에나 마시는 것은 일류 셰프가 정성껏 만든 훌륭한 음식을 멜라닌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먹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준현 대표에게 맥주 잔의 중요성에 대해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 왔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잔은 ‘튼튼하면서도 맥주 스타일을 정교하게 살리고 브랜드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잔’이다.
잔은 크게 텀블러(Tumbler), 바이젠 글래스(Weizen Glass), 고블렛 (Goblet), 탱카드(Tankard) 등 4가지로 나뉜다. 같은 고블렛 잔이 라도 잔의 둘레, 받침의 높이 등에 따라 종류가 세분화돼 샴 코리아에서 다루는 잔만 해도 250종이 넘을 정도다. 이 중에서 하나를 제대로 골라 브랜드 고유의 잔을 키워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탈리아 맥주 페로니의 전용잔이 맥주 스타일에 맞으면서도 브랜드 가치가 구현된 훌륭한 예라고 봅니다. 라거 맥주의 청량한 맛을 지켜줄 수 있도록 길고 매끈한 잔 모양을 채택하면서도, 빨간색 라벨 포인트가 브랜드를 보여주고 맥주를 따르면 큰 로고가 드러나면서 페로니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잘 구현하고 있죠. 국내에서도 이런 잔이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샴 잔이 맥주의 가치를 올려 줍니다.”
샴은 전 세계적으로 ‘유리잔의 명품’으로 불릴 정도로 디자인과 품질 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독일 베를린대 마이클 보엠(Michael Boehm) 석좌 교수, 체코 유리 디자인 연구가인 로니 프레슬(Rony Plesl)과의 협업을 통해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완성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독일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에서 수 차례 수상한 바 있다.
특히 맥주 분야에서는 월드 맥주 소믈리에 챔피언을 포함한 맥주분야 최고 전문가와 잔을 공동 개발하는 등 잔이 맥주 풍미를 최대한 살려줄 수 있도록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준현 대표는 “특히 샴은 유리 인쇄 가공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잔 바닥에 로고를 인쇄해 맥주를 따를 때 거품이 많이 생기도록 하는 기술(레이저 인쇄), 특정한 온도에서 색상이 나타나도록 하는 온도 기억 인쇄(Thermo color)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유색 유리물을 섞어서 잔에 무늬를 표현하는 기술, 잔 바깥쪽과 안쪽의 무늬를 다르게 인쇄하는 기술, 몰드 효과를 주는 인쇄 등은 다른 기업에서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력이라고 전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무엇보다 샴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맥주의 브랜드 가치까지 높여주죠. 샴은 좋은 맥주를 제대로 살려주는 잔입니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의 동반자로
샴 코리아는 국내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유리잔의 경우 잔의 틀의 만들고 유리를 녹일 정도로 온도를 높이는 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 잔 업체들이 수 만개 단위로 주문을 받지만 샴에서는 1000개 단위로 주문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브루어리뿐만 아니라 개별 펍에서도 고유의 브랜드를 담은 잔을 제작할 수 있다.
“또 유럽 잔 기업의 경우 납기일이 40~50일씩 걸리는데 샴 코리아는 본사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 기간을 10~20일로 단축해 고객의 일정에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국내 시장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잔들도 적극적으로 제안할 생각이다. 실제 잔에 보드마커,분필 등으로 글씨를 썼다 지웠다 할수 있는 ‘초크보드 잔’을 국내 처음으로 몬티스 브랜드에 적용하기도 했다.
“샴 코리아의 목표는 국내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 좋은 파트너가 되는 것입니다. 맥주의 맛을 살려주고 브랜드에 어울리면서도 한국 시장에 맞는 특색 있는 잔을 로컬 브랜드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
EDITOR_황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