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구니타스의 살아있는 역사, 헤드브루어 제레미 마샬
비어포스트: 제레미 마샬과의 인터뷰
4월 6일, 라구니타스의 브루마스터인 제레미 마샬을 만났다. 제레미 마샬은 락밴드 멤버로 소개될 수 있을 법한 긴 수염에 미국 크래프트 브루어리 중 세 번째로 손꼽히는 브루어리의 브루마스터라기엔 매우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대학교에서 고고학을 공부했지만, UC Davis의 브루잉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그의 커리어 방향을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쌓아갔다. 지난 15년간 그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루어리 중 하나인 라구니타스에서 브루어로 몸 담으며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업계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오늘날의 크래프트 비어 붐을 일으키게 한 개척자들에 대한 존경심까지, 이 업계에 대한 넓은 시각을 갖춘 브루어다.
한국 크래프트비어 팬들에게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이름은 제레미 마샬. 라구니타스의 브루마스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라구니타스는 1993년 캘리포니아 북부에 위치한 마린 카운티에서 시작된 곳입니다. 저는 2003년에 시작했으니 15,16년이란 시간동안 많은 변화를 지켜봤어요. 처음 라구니타스에서 일을 시작했을 당시 연간 20,000 헥토리터를 생산했고, 캘리포니아 북부를 중심으로 네바다 주와 워싱턴 주 정도까지 활동하는 서부 브루어리였지마, 현재 우리 맥주는 50개 주 전체에 유통되고 있고 연간 1백만 헥토리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라구니타스를 떠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한 가지 이유는 성장 때문이에요. 한 곳에 있었지만 9개의 다른 브루어리에서 일 한 느낌을 받아요. DE 필터가 익숙해지면 또 다른 장비가 도입되고, 또 그 장비에 익숙해질 때면 또 다른 새로운 장비가 도입되죠.
마치 여러 브루어리에 일 한 것과 같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고, 뿐만 아니라 한 곳에서 일하면서 안정감 또한 얻을 수 있었어요.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환경입니다. 이런 행복한 사람들이 모여 좋은 맥주를 만들고, 결과적으로 고객의 만족에 도달하게 된다. 진정한 선순환이랄까.
즐겨 마시는 맥주에 대해 말해주세요
브루어리에 일하는 브루어는 맥주 자체를 그렇게 많이 구매하지 않아요. 하지만 기분에 따라, 그리고 날씨에 따라 마시는 맥주가 달라요. 추울 때는 버번 베럴 에이징한 스타우트를 좋아하고, 더울 때는 세션, IPA 혹은 라거류도 마시죠.
영감을 준 맥주가 있다면?
나에게 1순위 맥주는 Anchor Liberty입니다. (지금처럼 힙스터 브랜드이기 전부터) Pabst Blue Ribbon의 팬인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Ancho Liberty를 마셨던 그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거에요. 그날 Anchor Liberty 6병을 사와 유리잔에 따른 뒤 향을 맡았던 그 순간, 처음으로 드라이 홉을 느꼈어요. 그전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죠. 꽤나 높은 IBU를 가진 잘 만들어진 맥주에서 꽃, 제라늄, 그리고 장미 향이 뿜어져 나왔어요.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은 거의 최초의 IPA 맥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이네켄의 라구니타스 인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이미 많이들 알고 있듯 작년 하이네켄의 유일한 크래프트 브루어리이자 미국에 유일한 브루어리로 인수되었어요. 하이네켄과의 관계는 현재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라구니타스의 창립자이자 전 소유자였던 Tony Magee가 먼저 하이네켄에 연락을 취하면서 였습니다. 하이네켄은 인수하는 브루어리를 존중해준다는 점을 Tony Magee 또한 받아들였고, 그의 목표는 라구니타스가 문화적으로 하이네켄을 인수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미국 전역의 사람들을 크래프트 브루어리로 이끄는 그 크래프 비어만의 매력으로 말이죠.
크래프트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소규모로 자동 설비가 없고, 쌀이나 옥수수도 사용하지 않는, 희소성이 있어야 크래프트라고 생각했어요. 힙한 느낌에 수염이 덥수룩한 브루어를 그리면 되죠. 하지만 지금 크래프트 비어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그 모든 정의들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라구니타스와 10 베럴은 더이상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사모펀드에 대해서 그 누구도 공개할 의무는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크래프트 브루어리들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사모펀드가 오가는지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현재 나는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정의를 한계에 도전하고 가격에 구애 받지 않고 맥주를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 정의를 전제로 한다면 구스 아일랜드, 골든 로드, 리볼버, 세인터 아처, 라구니타스를 비롯하여 사모펀드에 대해 공개하지 않은 브루어리들까지도 모두 크래프트 브루어리로 구분됩니다.
미국 크래프트 시장의 트렌드는 어떤가요?
미국의 경우 와인과 증류주에 시장을 뺏기고 있어요. 다크 스완처럼 진토닉과 유사한 맛의 진 베럴 에이징한 사우어 맥주를 만들고 있죠. 결국 다음은 단순히 와인 베럴에 숙성시킨 맥주나 하이브리드가 아닌 맥주와 와인의 시너지라고 생각해요. 미국에서 크래프트비어 시장은 감소하고 있고, 결국 살아남고 있는 곳들은 맥주를 싸게 판매하고 있는 곳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큰 그림을 보면, 증류주 산업은 어떻게 젊은 소비자 층의 이목을 끌고 있는가? 그 포인트를 맥주에 담아낼 것인지가 바로 앞으로의 방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IPA 세계의 트렌드는?
헤이지 IPA에서 IPA, 더블 IPA, 그리고 트리플 IPA였다가 이제는 다시 세션 IPA가 대세가 되었죠. 그러더니 과일이나 스파이스 유행이 불었어요. 그 후에는 블랙 IPA가 등장했고요. 사실 아직도 어떻게 블랙과 페일이 하나의 이름으로 공존할 수 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인디아 다크 에일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이제 다시 헤이지 IPA로 돌아왔습니다. 모두들 그 다음 트렌드가 무엇 일지 앞다투어 선점하려 하고 있죠. 사우어 IPA도 등장하고 있지만 모두의 입맛에 맞추기에는 어려워요. IPA라는 맥주 스타일은 매우 다양하게 분류되어 있으면서도 크래프트 비어와 동의어라고도 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운 스타일입니다.
맥주에서 홉이란?
개인적으로는 홉이 맥주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홉 아로마야 말로 신선한 맥주에 담겨 있는 영혼과도 같죠. 마시기 전에 코끝으로 먼저 향을 느끼게 되니까요. 사실 향을 맡는 다는 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시적인 본능과 같아요. 코를 통해 향을 맡으면 신경 화학 물질이 활성화 되고 뇌를 지나 전두엽 피질을 거쳐 변연계로 이어지죠. 투쟁 혹은 도피 반응부터 감정, 그리고 기억과 연결되어 있어 홉은 매우 흥미로운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미국에서의 홉 트렌드는
한동안 캘리포니아에서는 Amarillo나 Simcoe 홉으로 드라이 호핑되지 않은 맥주는 팔리지도 않는다고 했어요. 15년이 지나 그 트렌드는 Citra와 Mosaic으로 넘어갔어요. 결국 지금은 홉 세상이 되어버렸죠. 그냥 모두가 특징 없는 단일체가 되어버렸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제 질려버렸어요. 브루어가 전통적인 홉이나 홉 비율을 실험해보는 건 브루어의 예술과 같아요. 단지 Citra를 맥주에 때려 넣는 것과는 달라요.
홉의 사용은 라거에도 마찬가지에요.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5도 정도의 섬세한 라거와 잘 만든 페일 에일이 있다고 생각해볼 때 두 맥주 모두 Citra와 Mosaic을 동일하게 사용하게 되면 결국 맛도 동일해 진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공들여 라거는 왜 만들었는가 묻고 싶을 때가 있다.
라구니타스의 홉 활용법
“발효조로부터 홉을 사수하라 - 무조건 IBU를 높이려고 지나치게 드라이 호핑으로 홉을 쏟아 붇지 마라"는 아마도 라구니타스 창립 때부터의 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IBU가 매우 높은 맥주는 현재 딱 두 가지, Waldo와 Hop Stoopid가 생산되고 있어요. 물론 드라이 호핑은 심심한 맥주도 풍부하게(폴리페놀, 타닌, 홉 화합물 등) 만들어 줍니다. 궁극적으로 목표는 흥미로운 맥주를 만드는 것 아닌가 해요.
한국 맥주 시장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요?
한국에서 크래프트 비어는 미국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한국에 온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국 사람들은 크래프트 비어에 대한 진가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기회도 많다고생각됩니다. 물론 크래프트 비어의 성장을 방해하는 법적 문제라던지, 세금 등의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모든 것은 절충 가능한 조건들이라고 믿습니다.
한국 브루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우선, 현재 한국에서 크래프트 비어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측면에 있어 한국 브루어들은 미국 크래프트 브루어들과 똑같은 방식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브루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로 산화, 홉의 맛 등 여러 주제의 질문들을 받았고, 현 시점에 적절한 질문과 답이 오고 갔습니다. 전반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봅니다.
아직 한국 크래프트 비어에 대해 완전히 파악한 것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지역 재료 활용에 있어 아쉬움이 있어요. 지역적 특색을 낼 수 있는 한국 고유의 재료들이 많은데 그 재료들을 활용할 방안을 열심히 모색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아마 누군가 인삼 맥주는 시도해 봤을 것이라 생각해요. 내가 말하는 지역 고유 재료를 활용하는 것은 단순한 것이 아닌 그것보다 조금 더 깊이 있는 활용을 말해요. 예를 들면, 가을에만 나는 지역 재료를 사용해 만든 세종을 오크 베럴 에이징한 맥주 같은 것들 이죠.
추가로, 콜드체인 시스템이 아직은 완전히 자리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 단계로는 콜드체인이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방대한 투자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겠지만 한국 브루어들에게 큰 성장 단계일 것이다고 생각합니다.
EDITOR_Jared H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