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어리 드 몰렌이 말하는 크래프트 정신
스스로 타협하지 않는 것이 곧 비즈니스 전략
튤립과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는 ‘맥주 강국’으로 잘 알려진 벨기에 및 독일과 인접해있다. 네덜란드어로 ‘풍차 양조장’을 뜻하는 브루어리 드 몰렌은 암스테르담에서 남쪽으로 50km 정도 떨어진 마을에 있다.
오래된 방앗간 건물에서 시작된 이곳은 2004년 설립 이후 빠르게 성장하다가 2019년 2월 1일 스윙켈스(Swinkels Family Brewing)에 100% 인수되었다. 바바리아, 라 트라페, 로덴바흐 등의 맥주 브랜드를 생산하는 회사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드 몰렌은 규모가 커졌어도 크래프트 정신을 잃지 않고 고유의 색깔을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의 겨울이 채 가시기 전, 드 몰렌의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재직 중인 야코로부터 드 몰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환의 시기, 두 번의 영입
드 몰렌의 양조 사업은 두 번의 핵심적인 영입을 통해 발전했다. 첫 번째 영입은 창업자이자 헤드 브루어인 메노가 단골이었던 존에게 합류를 제안하며 이루어졌다. IT 회사의 기술자이자 맥주 애호가였던 존은 2008년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든든한 동지를 얻은 드 몰렌의 사업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고, 대량생산 라인을 완성해나가며 회사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튤립과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는 ‘맥주 강국’으로 잘 알려진 벨기에 및 독일과 인접해있다. 네덜란드어로 ‘풍차 양조장’을 뜻하는 브루어리 드 몰렌은 암스테르담에서 남쪽으로 50km 정도 떨어진 마을에 있다. 오래된 방앗간 건물에서 시작된 이곳은 2004년 설립 이후 빠르게 성장하다가 2019년 2월 1일 스윙켈스(Swinkels Family Brewing)에 100% 인수되었다. 바바리아, 라 트라페, 로덴바흐 등의 맥주 브랜드를 생산하는 회사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드 몰렌은 규모가 커졌어도 크래프트 정신을 잃지 않고 고유의 색깔을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의 겨울이 채 가시기 전, 드 몰렌의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재직 중인 야코로부터 드 몰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러던 중 존과 메노는 전문 전략 컨설턴트에게 사업 계획서를 의뢰했는데, 이때 만난 야코가 드 몰렌의 두 번째 영입 대상이 되었다. 야코가 제안한 전략 컨설팅이 매우 마음에 들었던 그들은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설득했고, 야코는 이를 수락했다.
“4년 반 전, 드 몰렌을 운영하던 메노와 존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작은 브루어리로 남을 것인지, 사업을 크게 확장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비즈니스맨이 아니라 브루어였기 때문이죠.”
이때 야코는 재무학과 경제학적 지식에 기반하여 두 가지 사업 계획을 제안했다. 하나는 소규모로 남기 위한 계획이었고, 다른 하나는 큰 브루어리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계획이었다. 고민 끝에 드 몰렌은 사업을 키우는 길을 택했고, 2016년에 브루어리 옆에 있던 폐쇄된 유치원의 공간을 활용해 설비를 채우기 시작했다. 공간은 2배가 되었고, 맥주 생산량은 전보다 3배 늘었다. 그때부터 회사는 급속도로 성장했고, 지난 4년간 2배의 성장을 이뤘다.
효율성이 말해주지 않는 것
야코는 브루어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은 딱 한 종류의 맥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생산하는 맥주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재료 낭비도 심하고, 청소를 더 자주 해야 하고, 일도 고되기 때문이다. “한두 가지의 맥주만 만든다면 이윤을 손쉽게 지금의 2배로 만들 수가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매일 다른 맥주를 만들어요. 한 해에 만드는 맥주가 80종에 이릅니다.”
야코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브루어리를 운영하려 해도, ‘크래프트’를 추구하는 방식만은 절대 바뀌지 않으리라는 걸 점차 깨달았다. 회사가 커져도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들이 생각하는 크래프트 맥주의 본질을 정의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했다. 그중 하나는 맥주 재료를 사용함에 있어 절대 타협하지 말자는 것이다. “회사가 커지더라도 언제나 신선한 재료를 고집하고, 원료 추출물이라든지 생산 과정을 쉽게 만드는 그 어떤 것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어요. 전에 하던 것처럼 맥주를 항상 전통적이고 ‘크래프트’에 걸맞은 방식대로 만들자고 다짐했어요.”
드 몰렌의 맥주 라벨은 이 신념을 그대로 나타낸다. 이름 다음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사용한 재료의 목록이다. 맥주안에 뭘 넣었는지 잘 알 수 있도록 하기위해 흰색 바탕에 까만 글씨만 적어 넣었다. “초기 로컬 브루어리들은 맥주에 대체 뭘 넣었는지 공개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메노는 자기에겐 비밀이 없다고 잘라 말하며 라벨에 모든 재료를 공개했죠. 그에겐 맥주에 뭘 넣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만드느냐가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초반에 회사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에 몰두하던 야코는 점차 산업과 그 구성원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 산업 안에는 경쟁자라기보다 친구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른 브루어들과 레시피를 공유하고, 함께 맥주를 시음하고 협업한다는 걸 의미하죠. 정말이지 우호적인 성격이 강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 세계의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게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드 몰렌은 다른 크래프트 맥주 생산자들과 협력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함께 발전하고자 한다. 매년 9월 드 몰렌의 공간에서 개최되는 국제 맥주 축제인 보레프트(Borefts)가 그 대표적인 예다. 러시아, 브라질, 영국 등 다양한 국가의 브루어들이 이 축제에 참가하여 각자의 지역 재료를활용한 맥주를 가져와 선보인다. 드 몰렌은 오로지 이 축제만을 위해 일주일 동안 공장을 가동하지 않으며, 무려 30가지의 맥주 레시피를 짜서 선보인다.
2019년 현재 드 몰렌은 맥주 평가 사이트 레이트 비어(Rate Beer)에서 11년 연속 ‘네덜란드 최고의 브루어리’로 선정되었다. 또한 크래프트 맥주의 전 세계적 인기가 상승함에 따라 수출량이 가파르게 성장했으며 현재는 3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중국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해, 전체 수출국 중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업 전략을 앞세우면 안 돼요. 크래프트 맥주 회사에게는 맥주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요. 사업 전략은 항상 ‘좋은 맥주’의 뒤편에 자리해야만 합니다.” 결국 크래프트 맥주를 위한 가장 좋은 사업 전략은 ‘크래프트’라는 본질을 탐구하고 그것을 지키는 데 있다.
EDITOR_홍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