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양조 설비의 베테랑, 한국양조기술의 김춘경 대표를 만나다
대한민국에 소규모 양조장이 100개에 육박하고 있는 현재, 늘어나는 숫자만큼 양조장에는 필요 한 것이 많다. 그 중에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 양조 장비인데 아무리 규모가 작은 양조장이라 할 지라도 최소한의 설비가 요구된다. 이렇게 맥주 양조 산업이 발전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양조 장비 회사가 거의 없고 심지어 양조 장비 전반을 이해하고 설계, 설치할 수 있는 전문가도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번 설치하면 장비를 교체하기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맥주 양조장을 만들 때 초기 기획, 설계 단계가 매우 중요한데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전문가의 도움이다. 한국에서 드물게 맥주를 만드는 브루잉(Brewing)과 장비를 설치하는 엔지니어링(Engineering)이 가능한 브루잉 엔지니어, 한국양조기술의 김춘경 대표를 만났다.
요사이 주로 양조장 설비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김춘경 대표를 만나기 위해서 오픈을 앞둔 양주의 한 양조장으로 향했다. 잠시 일을 멈추고 대한민국 소규모 양조장의 장비에 대해서 그간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서 얘기해본다.
우선 맥주와 인연이 된 계기가 궁금했다.
“2003년도에 대천에 효모를 배양하는 공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끝내고 잠시 쉬고 있을 때 비즈니스 감각이 좋은 친구한테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만난 곳이 당시 강남역에 있는 하우스 맥주집이었어요. 맥주한잔 하면서 친구가 이런 맥주 집이 뜨는 아이템이라고
하면서 대뜸 이런 맥주 양조 장비 설치가 가능하냐고 물어서 가능할 것 같다고 대답을 한 것이 인연이 되었죠.”
이후 그 친구는 부산에서 하우스맥주를 하고 싶은 의뢰인에게 프로젝트를 받아와서 김대표에게 던져주고 어떻게든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한다. 효모 배양하는 공장을 만든 경험은 있으나 맥주 장비 설치에 대한 경험이 없던 김대표는 급한대로 가까운 중국에 가서 맥주 장비 회사를 알아보다가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된다.
“그때 괜찮은 장비회사를 찾아서 주문을 했는데 장비와 함께 한국에 와서 장비를 설치해줘야 할 설비공이 비자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설비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그 회사는 북경에 같은 규모의 장비를 설치하고 있었는데 현장에 가서 전 과정을 사진 촬영하고 인화해서 순서대로 벽에 붙여 놓고 배관 설비를 했죠.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웃음)”
천우신조였을까 그 장비 회사의 대표는 독일에서 브루마스터 과정을 공부한 엔지니어였는데 덕분에 맥주 양조를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 회사가 지금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캐롤리나이며, 그때 만났던 회사의 막내는 지금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때문에 캐롤리나와는 협업이 잘 된다. 한국의 사정에 맞게 요청해도 그에 맞게 장비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얘기하고 장비에 반영하기도 한다.
“그렇게 설비 배우고 양조를 배우게 되었어요. 운이 좋았습니다.
독일식 필스너, 바이젠, 둥켈을 그때 배웠는데 지금도 바이젠은 자신 있어요. 우여곡절 끝에 부산에 장비를 설치하고 나니 맥주 만들 사람이 없어서 양조도 같이 했죠. 2003년부터 지금까지 맥주를 만드는 일을 그만 둔 적이 없어요”
사람의 운명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미생물 공학을 전공하고 연구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가 어느 날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지금까지 맥주 전문가로 살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2003년부터 대략 30개 정도의 맥주 양조장을 만들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양조 장비 설비의 베테랑이요, 수제맥주 업계의 산 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제가 작업한 양조장이 열 개가 넘게 맥주를 만들고 있죠.
독일 장비에 비해서 중국 장비가 비용적으로 유리하니까 많이들 선택하는데 막상 문제가 생기면 누군가에게 얘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한 것이 현실입니다. 저라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중국 장비도 선택을 잘 해야 나중에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설비 다하고 맥주 만들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재료와 시간을 많이 버리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그 시간 동안 판매를 못하는 것까지 하면 손실이 크니까 초기에 신중하게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국양조기술이라는 회사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중국장비 회사와 클라이언트를 연결하고 설비해주는 일을 넘어서 보다 체계적으로 양조장 설립 시 필요한 공간 설계, 장비 세팅 그리고 맥주 양조까지 전체적으로 컨설팅 할 수 있는 회사가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파트너 회사인 캐롤리나는 그런 면에서 최적의 회사였다. 가성비가 가장 좋고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며 맥주 장비 사업만 한길을 걸어온 회사의 오너는 성실했다.
“양조장의 위치, 건물 구조에 따라 설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서 배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초기 사업 설계가 중요해요, 그리고 한정된 예산으로 사업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거기에 맞춰서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죠”
예산에 맞춰 진행하는 경우는 도와주는 마음으로 했다가 클라이언트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서 간혹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럴 때는 마음이 좋지 않고 지나보면 참 미안한 마음입니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도 결과적으로 만족을 시켜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날 기술적으로 부족할 때도 있었고, 비용의 한계로 인해서 더 하고 싶어도 못하기도 하고 그랬죠. 그런게 아쉽고 또 미안합니다.”
그래서 김대표는 한번 연을 맺은 양조장은 이름을 걸고 책임지고 싶다고 한다. 장비 설치뿐만 아니라 맥주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봐주면서 같이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다. 장비만 설치 하는 엔지니어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로서 양조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이다.
“향후 계획은 음… 언제까지 현장에서 설비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이도 있고… 바램은 적당한 건물을 하나 사서 거기에 아담한 양조 장비를 놓고 브루펍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좋은 사람들 과 맛있는 맥주 나눠 마시면서요.”
김춘경 대표에게 맥주는 ‘연구의 대상’이라고 했다. 미생물 공학을 공부한 연구원 출신이기 때문에 미생물의 활동이 만들어낸 산물인 맥주는 늘 새롭다. 발효가 끝난 맥주의 맛과 향이 어떨지 기다려지고 즐겁다고 한다. 끝으로 브루어리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달라고 하니 몇가지 꼭 당부의 말을 전했다. 지금도 브루어리를 꿈꾸는 당신이라면 꼭 마음에 새기기를 바라며 한국양조기술이 맥주 장비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맥주장비 발전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
김춘경대표가 양조장을 하고싶은 당신에게 드리는 약 같은 말!
1. 브루어리를 하려면 맥주 가게에서 알바라도 해라. 맥주를 서브하고 판매해보고 맥주의 유통을 이해하면서 맥주 양조를 목표를 세워라.
경험과 커리어를 쌓고 공부를 하고 난 후 해도 늦지 않는다. 돈 있다고 맥주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양조 장비부터 사면 망하기 십상이다.
2. 장비는 공간과 예산에 맞춰서 갈 수 밖에 없다. 소규모 양조 장비의 차이는 대동소이 하다. 장비를 잘 아는 전문가에게 맡기면 시간과 비용을 많이 세이브 할 수 있다.
3. 맥주에 대한 열정이 있는지 확인할 것. 생각보다 힘든 일일 수 있으니 맥주를 사랑하지 않으면 양조 장비는 고철이 될 수 있으니 신중히 생각하자.
EDITOR_이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