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파티처럼 즐기고 싶다면, 도심 속 파티장으로! 탭하우스 일파즈
작은 일상 속에 파티처럼 즐거운 나날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지만 막상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실천을 하기엔 쉽지 않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격식 있고 특별한 파티가 아니더라도 맛있는 요리들과 함께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그 곳이 즐거운 파티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일생을 파티처럼’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의 탭하우스 ‘일파즈’를 운영하는 최혜라 대표를 만나 태풍이 오는 어두운 낮의 취재를 잊을 만큼 밝고 행복한 파티를 즐기고 왔다.
일상이 파티였던 대표의 창업이야기
최혜라 대표는 펍 창업 이전부터 음식을 만드는 것이 취미였다. 해외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는 것을 좋아해서 외국에 자주 나갔고, 먹어본 음식들을 한국에 와서 똑같이 재현해내곤 했다. 그리고 여행을 할 때마다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각국의 맥주들도 즐겨왔다.
그러던 중 수수보리 아카데미의 맥주 양조 수업을 들으며 크래프트 맥주 양조의 기초를 배웠다. 기초 강의 수강 후 더 많은 양조 지식을 얻고 싶어 심화과정까지 수강했고 자신만의 레시피로 맥주를 디자인하고 홈브루잉을 시작했다. 화학을 전공한 덕분에 맥주에 과학적으로 접근 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씨서론 공부를 통해 맥주의 스타일과 푸드 페어링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다.
홈브루잉을 할 때마다 맥주를 40L씩 만들어서 숙성 시킨 뒤 한 달에 한번 사람들을 초대해 손수 만든 음식과 함께 제공했다. 주변 지인들이 이런 대표의 모습을 보고 ‘일상이 파티’라고 했던 것이 별명인 ‘일파’가 되었다. 창업을 할 때 펍 네이밍을 고민하다가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 리 만나서 일생을 파티처럼 즐기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탭하우스 일파즈’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
일파즈는 특별하다
씨서론 공부를 하면서 어떤 음식을 맥주와 푸드페어링 하느냐에 따라 맥주의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제공되는 안주에 따라 맥주의 장점이 확 살아나기도 장점이 없어지기도 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일파즈를 오픈할 때, 뻔한 튀김 제품이나 소시지와 같은 안주들 말고 정말로 맛있고 맥주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안주들을 손님들에게 제공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일파즈의 대표적인 푸드페어링인 파스타와 맥주(일명 파맥)은 최혜라 대표가 오랫동안 사랑하던 조합이다. 유럽여행을 다니며 파스타와 맥주를 함께 즐기곤 했는데 파스타가 크래프트 비어의 아로마 홉들과 잘 매칭되는 점을 느꼈다. 이런 장점을 최대한 손님들께 제공하고 싶어서 파스타 메뉴를 다양하게 개발했다. 그리고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각 맥주와 잘 어울리는 파스타 메뉴를 추천해주고 있다. 기본적인 파스타 메뉴 이외에도 봄에는 향긋한 참나물이 들어간 쭈꾸미파스타를, 겨울에는 뜨끈한 국물이 일품인 뚝배기 파스타와 같은 계절별 메뉴를 만들어서 메뉴에 차별화를 두고 있다.
보통 크래프트 맥주집에 가면 맥주에 치중해서 안주가 부실한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이 곳에 오는 손님은 배가 부르면 배가 부른 대로 고프면 고픈 대로 상황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안주가 다양하게 갖추어 있다. 손님의 상황에 맞게 맛있는 안주를 다양하게 고를 수 있는 것이 일파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제약회사와 의류사업을 거쳐 펍 창업까지
펍 창업을 하기 직전에는 남편과 함께 유명 의류 브랜드를 OEM 납품하는 일을 했다. 결혼 전에는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육아를 시작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 후에는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로 오래 일을 했다. 그러다가 남편이 의류 회사를 차리면서 관리 운영의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의류 분야는 전문적으로 잘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한 브랜드를 맡아서 업무를 진행하는 정도로 업무 능력을 쌓았다. 의류 사업 사무실이 있는 건물 1층에 자주 방문하던 카페가 있었는데 그 곳이 음식점으로 바뀌게 되면서 손님이 줄어드는 것을 보았다. 자리가 좋은데도 항상 손님이 없는 것이 아쉬워서 저 자리가 매물로 나오면 꼭 펍을 차리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에 부동산에서 매물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고 은행의 도움을 받아서 작년 12월 그 자리에 펍을 창업했다.
다사다난 했던 1년간의 펍 운영
점포자리 선정도 미리 봐둔 자리를 선점했고, 은행의 도움도 받아 금전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창업이 처음이다 보니 주방 설비와 같은 것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어서 힘들었다. 그래서 많은 펍들을 직접 돌며 펍의 드래프트 시설은 어떤지, 주방 시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답사를 통해 배워나갔다. 무엇보다 양조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된 지인들의 가게에서 창업을 할 때 중요한 지식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사람관리였다. 오픈 초창기에 주방인력이 수시로 그만두어서 주방메뉴가 일주일간 나가지 못한 적도 있고, 혼자 서빙과 주방을 함께 해야 해서 손님들을 40~50분 기다리게 한 적도 있었다. 주방에 신경을 쏟다 보니 맥주에 신경을 쓸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관리를 잘 못했던 맥주가 상해 모두 버린 적도 있다. 일 년간 운영하고 있는 현재도 직원을 뽑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최근에는 인건비와 세금이 급격히 인상되어 운영에 고심을 많이 하고 있다.
펍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최혜라 대표는 창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금전적인 부분이라고 말한다. 창업을 한 후 최소 1년 동안은 적자가 나더라도 버텨낼 수 있는 자금적인 여유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창업은 맥주를 좋아하는 것만으로 시작하기에는 힘들다. 아무리 맥주를 좋아하고 펍 업무에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면 초심이 흔들리기 쉽다. 힘든 현실에 부딪쳐도 최상의 재료와 철저한 관리로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을 만큼 여유자금을 가지고 시작해야 처음의 마음가짐 그대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다.
명확한 목표와 함께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되어도 펍 운영은 낭만적이지는 않다. 최혜라 대표는 손수 모든 맥주를 관리하고 있는데, 케그를 옮기면서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커플러를 꽂을 때 워크인 선반에 부딪쳐서 팔에는 항상 멍이 빠질 날이 없다고 한다. 또한 맥주의 맛을 변질 시킬 수 있는 라인과 탭의 오염을 막기 위해 매일 직접 열 개의 라인을 모두 청소하고 있다. 최상의 맥주 한 잔을 따르기 위해 뒤에서 쏟는 노력은 겉에서 보는 펍 대표의 모습보다 훨씬 값지고 힘든 일일 것이다.
또한 펍 운영을 하려면 맥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온도, 탄산압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의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맥주에 관한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맥주 트렌드를 부지런히 쫓아가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혜라 대표는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묻는 질문에 “펍 창업을 결정했다면 누가 물어봐도 자신 있을 정도로 공부하고 현재 펍을 차린 사람들이 어떻게 운영 하고 있는지 철저한 분석을 해야 해요. 그래야만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펍 가운데서 살아남을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앞으로 꿈꾸는 일파즈의 모습
최혜라 대표는 힘든 펍 운영 속에서도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다. 특히 손님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안주와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때, 행복한 웃음을 지으면서 나갈 때가 큰 기쁨이다. 그럴 때면 워크인 앞에 서서 ‘아, 바로 이게 바로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라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앞으로 일파즈는 기분이 울적한 사람들도 이 공간에 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더욱더 가꿔나갈 것이라고 한다. 일파즈가 지금처럼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파티를 가는 기분으로 방문 할 수 있는 펍이 되길 바란다 .
EDITOR_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