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199부터 서울리스타까지 서울로7017' 따라 펍 크롤링
회사에서 서울역까지 지척인데도 불구하고 정작 서울역에서 맥주를 마신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인턴사원 시절에나 역 근처 호프집에서 치맥을 몇 번 즐겼던 게 고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역 일대는 지나가는 차량과 유동인구만 넘쳐나지, 크래프트 맥주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크래프트 맥주를 취급하는 식당이 늘어나긴 했지만 종로·동대문·이태원 등 인근 지역에 비하면 종류는 턱없이 적으면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 '서울로7017'이 지난 5월 완공되면서, 이 심심했던 동네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울로7017은 중구 중림동과 남대문시장 사이 1,024m를 잇는 길. 2006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고 철거될 운명이었지만, 새로운 이름을 얻고 찻길에서 사람길로 탈바꿈했다. 길에는 총 2만 4천 그루의 꽃과 나무가 배치돼 있고, 곳곳에 맛집들도 입점해, 걷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사람이 모이는 곳엔 맛있는 술도 함께하기 마련, 비어포스트에서 직접 서울로 7017 곳곳에 위치한 맥주 명소를 찾아갔다.
만리199
출발은 주소(만리재로199)를 이름으로 지은 '만리199'가 적당하다. 서울로7017이 시작하는 만리동 공원 끝에 자리잡고 있어 어디로든 넘어가기 좋기 때문이다. 평일·주말 할 것 없이 낮술이 가능하다는 점도 만리199의 매력이다. 탭하우스와 바틀샵이 함께 있어 맥주 선택의 폭도 무척 다양하다.
만리199가 있는 만리동은 도심 한복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푸르고' '조용한' 느낌이었다.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여유가 묻어나는 듯했다. 어떻게 이런 곳을 선택하게 됐냐고 묻자 "완성된 상권은 아니지만 우리가 이 길의 시작을 만들고 싶었어요. 뉴욕 하이라인 파크처럼요.(웃음)"라고 김솔빈·김덕현 두 대표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만리199를 주로 찾는 고객들은 무척 다양한 편이다. 서울역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겐 퇴근 후 힐링 스팟이 되어주고, 커플들에겐 산책과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붓한 데이트 장소가 되어준다. 근처를 산책하던 시민이나 동네 주민들도 오가며 방문한다. 만리 199 김솔빈·김덕현 대표는 "그만큼 고객들이 쉽게 쉽게 크래프트 맥주를 접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대로 맥주를 들여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입 장벽이 높으면 힘들잖아요. 또 여름엔 세션 IPA, 겨울엔 포터 등 계절별로 잘 어울리는 맥주를 맛 보여드리고 싶고요, 유명세는 조금 덜하더라도 새로운 맥주, 맛있는 맥주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김솔빈·김덕현 대표는 무엇보다도 "항상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가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공원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있겠어요. 물론 잔잔하게 술을 마시는 것도 좋지만, 오실 때마다 다른 기억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어떤 날은 종을 울려서 맥주 리필을 해드린다든가 가위바위보 게임을 한다든가, 선착순으로 특별한 맥주를 드린다든가 하는 식이죠."
"맥주란 인생의 작은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두 대표의 유쾌한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만리199'. 맥주 한 잔의 즐거움을 얻고 싶다면 이번 주말엔 만리동으로 떠나 보자. 뉴요커가 부럽지 않을지도!
만리199
전화 02-363-0199
주소 서울 중구 만리재로 199
영업시간 평일 14:00~24:00 / 주말 12:00~24:00
SNS 페이스북@MANRI199 / 인스타그램@manri199_taproom
장미 맥주
마른 목을 축이기엔 '장미 맥주'만한 게 없다. 국내 최초 여성 브루마스터인 김정하 대표의 '바네하임'과 서울로7017 관광편의시설을 운영하는 서울관광마케팅이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꽃과 나무 길인 서울로7017의 콘셉트를 반영해, 보일링 과정에 프랑스산 유기농 장미 꽃잎을 첨가했다. 은은한 장미 향과 함께 효모에서 파생되는 열대과일 캐릭터가 어우러져 향긋한 풍미를 선사한다.
장미에서 나오는 약간의 신맛이 자아내는 상큼한 풍미도 매혹적이다. 장미 맥주는 서울로7017 보행길 아래 위치한 서울화반7017과 여행자카페에서 맛볼 수 있다.
장미 맥주
서울화반7017 만리동광장 내 위치, 11:30~22:00
여행자카페 퇴계로 10, 02-312-8340, 10:00~22:00
서울리스타
펍 크롤링의 마무리로는 '서울리스타'가 어울린다. 서울리스타는 서울역에서 회현로 방향으로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서울로7017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테라스에 앉아 반짝이는 서울역 야경을 바라보노라면 '이게 서울의 밤이구나'라는 생각이 물씬 든다.
원래 서울리스타 자리엔 호텔 객실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로7017 완공에 발맞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층엔 카페를, 1층엔 펍을 만들었다. 호텔마누와 함께하는 공간이다 보니 식사, 디저트, 커피, 맥주, 그리고 숙박까지 한곳에서 모든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서울역하면 딱딱하고 신세대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서울역 같지 않은 서울역, 뜻밖의 핫플레이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서울리스타 이경보 매니저가 설명했다.
서울리스타에선 다양한 개성을 가진 17가지 크래프트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서울리스타만을 위해 만들어진 '서울 라거'를 비롯해 굿맨브루어리·더핸드앤드몰트·더테이블브루잉·고릴라브루잉·맥파이브루잉 등 국내에서 생산된 양질의 맥주가 제공된다.
오피스 상권이다보니 평일엔 주로 회사원들이 찾는다. '건배'하기 좋은 손잡이 달린 맥주잔을 구비하고, 치킨과 피자를 비롯해 먹태· 빈대떡·골뱅이 등 친근한 메뉴를 준비한 이유다. "서울역 부근에 이런 가게가 지금껏 없었잖아요. 굳이 이태원이나 홍대까지 가지않아도 만족하실 수 있게 다양한 맥주와 음식을 준비했어요. 여러모로 크래프트 맥주가 딱딱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장차 크래프트 맥주하면 서울리스타가 생각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참, 더 마시고 싶은데 귀가 시간이 걱정이라면, 집에서도 서울리스타에서 마셨던 맥주 맛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운전 때문에 맥주는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면, 서울로7017을 걸어가며 맥주를 즐기고 싶다면 '캐닝'을 추천한다. 전 메뉴 2000원 할인된 가격에 캔에 담아갈 수 있다. (에디터도 두 캔 테이크 아웃 했다!)
서울리스타
전화 02-757-2265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 19, 호텔마누 1층
영업시간 11:30~01:00 (일요일 12:00~24:00)
SNS 인스타그램@seoulista_seoullo
EDITOR_홍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