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고장 전주 맥주 맛을 아는 객리단길 크래프트 펍 ‘거북선 브루잉’
최근 전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객리단길’. 마치 서울의 경리단길 형성 과정처럼 전주 객사 인근 지역의 높아진 임대료를 피해 청년창업자들이 번화가 외곽 지역으로 옮겨오면서 조성된 동네다.
골목에 청년들이 만든 상점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객리단길의 한 모퉁이에서, 거북선 브루잉은 꽤 오래된 골목 터주대감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실 거북선 브루잉은 2017년 3월에 문을 연 신생 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전주 맥덕들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는 펍으로 성장했다.
거북선 브루잉의 성연일 대표는 단지 좋은 맥주를 수도권이 아닌 내 집이 있는 전주에서도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펍을 열었다. 성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홈브루잉을 하며 계속 맥주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고, 서울로 매주 맥주를 마시러 다녔다. 그러다 ‘이럴 바에는 그냥 펍을 열어 새로운 맥주를 맛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단다.
거북선 브루잉이라는 이름도 대학 시절 학교 축제에서 마련했던 부스 이름이 ‘거북선’이어서 그대로 가져왔다. 그 때의 성공을 이어오고 싶은 작은 바람이 반영되었을 뿐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사는 맥덕이 그 지역에 펍을 열게 되는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에서 순수하게 시작한 일이지만 그 행보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펍 운영의 기본은 신선하고 새로운 맥주
거북선 브루잉은 총 열 개의 맥주 탭을 운영한다. 처음 시작했을때 사람들은 그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크래프트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 이 동네에서 탭을 열 개나 운영한다니, 맥주의 선정에서부터 각 케그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까지 만만치 않을 것이라 모두가 생각했다. 물론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던 것은 성연일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한 번의 여름이 지나간 지금 거북선 브루잉은 전주에서 ‘가장 맥주 잘하는 펍’이 되어있다.
단기간에 이만큼의 성공을 이끌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성 대표는 맥주 품질 관리를 꼽는다. 조금이라도 맥주의 신선도가 떨어진 것 같으면 그 케그는 본인이 다 마셔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손님들에게 절대 내지 않는다고 한다. 거북선 브루잉을 구상하며 연남동 크래프트 원에서 일할 때 브루원 정현철 대표에게 맥주 품질 관리의 중요성과 관리 노하우를 배운 결과다.
쉬는 날이면 서울과 부산 등지로 새로운 맥주를 찾아 가고 자신의 입맛에 가장 맛있는 맥주를 선별하러 다닌다. 이 또한 지속적으로 단골들의 발길을 붙잡는 비결 중 하나다. 해외 브루어리의 맥주들 도 새로운 스타일이 국내에 들어오면 과감하게 시도해보는 편이다.
얼마 전엔 스톤의 ‘니어폴리탄 다이너마이트’를 탭 리스트에 올렸다. 딸기 아이스크림을 모티브로만든 임페리얼 스타우트라는 새고도 낯선 스타일인데다가 판매 가격도 높게 책정한 편이어서 손님들이 이 맥주를 찾을까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성 대표의 맥주 선택 안목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탭에 새로운 맥주가 활발하게 업데이트되고 또한 최상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 펍의 기본이지만 이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점은 모두가 알 것이다.
거북선 브루잉의 새로운 항해, 전주 1호 보틀숍
인위적인 마케팅을 통한 홍보에 욕심은 없지만 펍을 확장하고 싶은 욕심은 많다. 아직 2호점을 낼 만큼의 충분한 자금이 준비된 것은 아니지만 성연일 대표는 펍에서 멀지 않은 곳에 보틀숍을 열 예정이다.
그가 좋아하는 맥주들을 들여놓고 몇 개의 탭을 설치 할 수 있는, 전주 천변이 내려다보이는 낡은 2층 건물을 발견한 성 대표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덜컥 임대 계약을 했다. 보틀숍 오픈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성 대표 얼굴에 설렘이 가득하다. 바틀샵 공간 얘기를 듣다 보니 이제 막 겨울에 접어들었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날씨 좋은 봄이나 여름이 기다려진다. 여름이 되면 전주에서도 루프탑에서 초여름 강가의 정취를 느끼며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성 대표는 거북선 브루잉의 이름을 가진 자체 브랜드의 맥주를 만드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출시하고 싶지만 만족스러운 맛을 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번의 실험을 신중하게 거듭하고 있다. 맥주 맛을 아는 그가 개발한 레시피라니 어떤 맛을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보틀숍에 설치된 탭에 거북선 브루잉에서 자체 개발한 레시피의 맥주가 연결된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자체 브루어리를 만들고 싶은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 브루어리를 세우고 돈을 벌 생각보다는 나중에 여유가 되면 스스로 만족할 만한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를 천천히 준비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는 좋아하는 해외 브루어리로 브루독을 꼽는다. 맥주 맛도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시도를 하는 그 자유로운 마인드가 좋다고 한다. 아주 나중에 전주 외곽 한적한 곳에 거북선 브루잉 이름의 브루어리가 지어진다면,
그곳에서 성 대표는 또 우직하고 의연하게 새로운 맥주 맛을 위한 브루잉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에게는 아주 멀리 내다
보는 계획이지만, 듣고 있자니 이 또한 금방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진다. 브루어리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는 성 대표의 옆에는 얼마 전 그가 직접 홈브루잉한 라임 민트 세종이 보글보글 발효되고 있다.
EDITOR_이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