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펍 크롤링 가이드- 헛헛한 직장인들의 마음을 채워주는 크래프트 펍
왠지 모르게 마음이 헛헛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자연스레 번화가 뒷골목, 고즈넉한 펍에서 삶에 지친 사람들과 함께 맥주 한 잔으로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진다. 이 곳에 펍과 맥주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지가 된다. 오늘을 떠나 보내며 행복해하는 사람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울고 웃는 수많은 이야기에는 늘 맥주가 함께 한다.
여의도는 화려하다. 낮이면 정장을 곱게 차려 입은 직장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밤이면 네온사인이 도시를 점령한다. 화려한 불빛 속 빈 마음을 채워줄 여의도의 크래프트 맥주 펍도 하나둘씩 손님을 맞을 준비를 시작한다. 여의도 직장인들의 애환을 보듬어주는 맥주 한 잔을 만나기 위해 여의도 골목골목을 누볐다.
우아
여의도역 바로 앞 여의도종합상가에 위치한 우아 크래프트펍의 가장 큰 매력은 ‘여의도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여의도는 오래된 건물과 상점이 많아서 맥주집도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 많은데, 이 곳은 올 5월 기존 생맥주 펍을 전면 리모델링하면서 흡사 이태원이나 가로수길에 온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우아 크래프트펍의 문정일 대표는 “우아는 광화문, 여의도의 오피스 상권을 타깃한다”면서 “고된 노동에서 지친 직장인들에게 휴식 같은 펍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우아 크래프트펍 여의도점은 광화문점에 이은 2호점이다.
흔히 크래프트맥주 펍들이 피자, 치킨 등 기름진 음식을 안주로 내어놓는 것과 비교할 때 우아는 여의도 상권에 맞춰 삼뱅이(삼겹살 +골뱅이무침)처럼 직장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를 갖추고 있다. 우아의 또다른 매력은 다양한 맥주 라인업이다. 더부스,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맥파이 같은 국산 크래프트 맥주뿐만 아니라 시메이, 듀체스, 몽스카페 등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수입맥주도 우아에서 맛볼 수 있다.
한국맥주 거래소
여의도는 명실공히 한국 금융의 중심지다. 국내외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의 본사가 여의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여의도의 이러한 특성에 가장 어울리는 크래프트 맥주 펍을 한 군데 꼽자면 단연 KBS 별관 근처에 위치한 한국맥주거래소다. 이 곳의 독특한 매력은 맥주 라인업 하나하나가 마치 주식과 같은 역할을 하여, 수시로 가격이 변동한다는 점이다.
매 30분 특정 맥주의 주문량이 몰리면 가격이 올라가고, 그렇지 않으면 가격이 내려간다. 증권거래소 전광판을 보는 듯한 큰 스크린에 맥주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금융허브 여의도에 와있다는 것이 비로소 실감난다.
이색적인 컨셉의 펍답게 한국맥주거래소는 자신만의 취향을 좇는 사람들을 위한 맥주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 쾰시, 페일 에일, 벨지엄 스트롱 에일, 사워에일 등 총 24가지 맥주 라인업이 퇴근길 직장인들을 유혹한다. 소맥과 시끄러운 회식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오아시스가 되어줄 한국맥주거래소에서 맛있는 크래프트 맥주 한잔으로 일상의 고단함을 씻어보자.
생활맥주 여의도점
크래프트 맥주의 대중화를 선도하며 전국 단위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는 생활맥주의 본점이 여의도에 있다. 인도네시아 대사관 바로 옆 진주상가에 위치한 생활맥주 여의도점은 생활맥주의 첫 매장이자 직영점답게 다른 지점에서는아직 맛볼 수 없는 국산 크래프트 맥주를 접할 수 있다.
부산의 고릴라 브루잉, 와일드웨이브 브루어리와 같이 지역 유명 브루어리와 협업해 한정판 맥주를 단독 출시하며 반드시 여의도점을 찾아야할 이유를 제공한다.
여의도점의 또 다른 재미는 2층 생활맥주 탭룸. 핸드앤몰트 ESA, 고릴라 브루잉 일상탈출IPA, 바이젠하우스 헤페바이젠 등 여의도 직장인뿐만 아니라 맥주에 관심 많은 마니아들까지 끌어당길만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생활맥주에는 ‘앵그리버드’라고 불리는 스파 이시한 치킨과 연거푸 맥주를 부르는 스팸튀김, 골뱅이가 통째로 들어간 비빔면인 골빔면 등 가성비 좋은 안주도 많다. 맥주 캔포장도 가능하다.
아직도 밋밋한 대기업 맥주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생활맥주 여의도점에서 놀랍도록 맛있는 국내 크래프트 맥주를 만나보자.
EDITOR_오영석